대산문화재단 웹진

기성문단에서 별로 눈에 띄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젊은 사람 몇이 모여있는 이소문예연구소라는 곳에서 지난 2월에 펴낸 『문예주의보』 3호에는 그 잡지 편집위원 중심으로 「신춘문예, 폐지되어야 한다」 라는 좌담기사가 실려있었다.

필자가 보기에도 매우 시의적절한 문제제기로 보였는데, 딱부러지게 ‘폐지되어야 한다’라는 과감한 주장은 조금 지나치지나 않을까 싶기는 하였지만, 작금의 우리 문단 사정을 가감없이 돌아본다면 송곳 끝마냥 정곡을 찌른 담론들이 많았고, 차라리 이런 문제제기가 이때까지 한 번도 제대로 없었다는 것이 새삼 의아해졌을 정도로 뒤늦은 감조차 없지 않았다.

미리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문인 자격을 부여받는 소위왈 ‘문단 등용문’으로서의 신춘문예는 오래 전부터 이미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아니, 비단 신춘문예 뿐만 아니라, 그러저러한 문단 ‘입문 절차’라는 것이 통틀어 무의미해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문단 안의 실제 국면부터가 이미 오래 전부터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딱지붙은 문인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던 시절이 이미 아닌 것이다. 50년대나 60년대에는 그런대로 그런 것이 서 있을 자리가 있었고 더러 그런 대접을 받기도 하였었지만, 세상은 급속하게 왕창 달라져오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만 보더라도 매달 발표되는 양은 부쩍 늘어났지만, 전체적으로 질은 날로날로 낮아졌고, 어느 누가 제대로 문인인지, 어쩌다가 끼어든 건달들인지, 분간이 안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따라서 당연한 일이지만, 신춘문예라는 것도 날로날로 작품의 질부터가 하강곡선을 그어 왔다. 그렇게 각 신문사의 나름대로의 호의와는 무관하게, 신춘문예라는 것이 더더 날건달들만 양산해내면서 문단을 더더 잡박하게 만드는데 차라리 일조를 하고 기여해 왔다.

세계에 유례가 없이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어온 문단 입문 제도로서의 이 독특한 신춘문예 제도가 그나마 오늘까지 버텨온 그 근거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저 30년대의 김동리, 김유정, 김정한, 정비석, 서정주, 박목월, 강소천 등과 50년대의 오상원, 60년대의 김승옥, 윤흥길, 70년대의 황석영으로 이어져 온 그 발자취로서였다. 80년대 초입만 해도 임철우가 있었다.

한데 그 뒤, 80년대 중엽 이후로는 거의 난장판으로 변하지 않았나 싶은 것이 필자 같은 사람의 시각이다. 50년대나 60년대, 조선일보나 한국일보로 신춘문예라는 것이 단촐하게 있을 때는 그런대로 뜻이 있었는데, 작금에 와서는 너도나도 달려들어, 심사 경위도 그렇고, 당선작이라고 뽑힌 것도 그렇고, 더더 문단을 난장판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데만 경쟁적으로 열을 내고 있지나 않은가 싶은 것이다.

필자만 하더라도 저 아득한 옛날 일은 환하게 기억하고 있다. 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흑산도」로 전광용이 나왔고, 같은 해에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유예」로 오상원과, 그리고 「전황당인보기」로 정한숙이 나란히 나왔었고, 지금 제주에 살고 있는 최현식이 「노루」로 57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 해에 신동문이 시로 당선, 등단했었다. 62년에는 김승옥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생명연습」이 당선되어 나오고, 70년에는 황석영이 조선일보에 당선되는 것이다.

대강 이런 수준으로 이런 정도가 되어야 ‘신춘문예’라는 것이 일단 의미가 있는 것이지, 문단 ‘등용 절차’ 운운 하는 것은 애당초에 의미가 없는 것이다.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같은 국가에서 명시적으로 일정한 자격을 부여하는 그쪽과, 이쪽은 근본부터 다른 것이다. 질(質)․양(量) 면에서 써내는 만큼, 바로 그만큼의 작가인 것이지, 안쓰면 그날부터 잊혀지게 마련이고 작가가 아닌 것이다. 자격? 그런 것이 애당초에 안통하는 것이 이쪽의 풍토이다. 다만, 중도에 글쓰기를 중단했더라도, 두고두고 잊히지 않고 남을 작품을 써냈을 때는, 바로 그 잊히지 않은 만큼의 작가인 것이다. 그렇게 셰익스피어가 있고 괴테가 있고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가 카프카가 오늘도 영원으로 살아있는 것이다.

작금 시정(市井)에는 이점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들이 팽배해 있는 것 같은데, 우선은 ‘신춘문예’의 존폐문제를 놓고, 신문사측과 문인들이 만나 깊이있게 논의해보는 심포지엄 같은 것을 한 번 벌였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