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리야 잘 있니?』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따뜻한 시각으로 비춘 동화집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는데 1부 <풍경화 넷>에는 풍경화 같이 맑고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가, 2부 <더불어 사는 우리>에는 자연과 인간이 어울려 사는 세상을 꿈꾼 동화들이, 3부 <못다한 숙제>에서는 이른바 분단의 아픔을 다룬 작품들이 실려 있다. 저자 이영옥씨는 91년에 데뷔한 이래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99년 지원. 도서출판산하刊. 6천원.
갱스터스 파라다이스 (박청호 作)
폭발적인 흥행실적을 기록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인기 이면에는 남북화해 시대를 맞아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에 쏠리는 사람들의 관심도 한몫 한듯하다. 문학계에서도 정치 경제 사회적 모순의 집약체로서의 DMZ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소설이 발표됐다. 박청호의 장편 『갱스터스 파라다이스』가 그것. 책의 제목에서도 연상되듯, 박청호는 젊은 소설가답게 이 묵직한 주제를 헐리우드 갱영화를 방불할 정도로 가볍고 속도감 있게 펼쳐보인다. ‘엄숙한’ 문학의 신봉자들에겐 소설의 이런 전개방식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박완서, 김원일 등 전전(戰前) 세대 작가들의 분단을 다루는 방식과 비교해가며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듯. 2000년 지원. 문학과지성사刊. 7천5백원.
한국문학 번역지원
Black Flower in the Sky (하늘에 핀 검은 꽃 - 정기석 作)
전남 구례에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노시인 정기석의 시집 『태양의 북소리』 중 제 1부가 『Black Flower in the Sky』라는 제목으로 미국 케이티디드(Katydid)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다. 고리야마 나오시(郡山直, 번역가)․엘리자베스 오가타(일본 講談社 편집장) 공역. 1945년의 히로시마 원폭투하를 소재로 한 이 시집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하다. 『히로시마의 갈매기』란 제목으로 葦書房 출판사에서 출판되어 1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연극으로 각색되어 일본 순회공연을 갖기도 했다. 원작자인 정 시인은 “이번 영역본 출판을 계기로 원폭이 가져다 준 절망의 극복과 인류애의 숭고함을 영어권 독자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98년 지원.
Une Tombe au Sommet (산정묘지 - 조정권 作)
한대균(청주대 불문과 교수)․질 시르(Gilles Cyr, 캐나다 퀘백 시인)가 공동번역한 조정권의 『Une Tombe au Sommet 산정묘지』가 시르세(Circé) 출판사의 ‘포에지(Poésie) 시리즈’ 여덟 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산정묘지』는 일정한 사회적 공간에 갇혀버린 사상이나 습관의 틀을 벗어나 광활하고 드높은 세계에 존재하는 강인하고 맑은 정신을 언어로 표현한 시집이다. 프랑스의 <리베라시옹 Libération>지는 이 시집을 문학면 톱기사로 다루면서 “낭만주의와 표현주의를 동시에 물려받으면서도 … 신비적 은유를 거부하는 지속적 격렬함의 세계”라고 평했다. <르 몽드 Le Monde>와 국영 라디오방송 <프랑스 엥테르 France Inter>에서 비중있게 다뤄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96년 지원.
Les Racine d'Amour (사랑의 뿌리 - 황동규 시선집)
『Une Tombe au Sommet』에 이어 시르세(Circé) 출판사 ‘포에지(Poésie)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으로 출간된 시집이다. 김현자(번역가)․티에리 질리뵈프(Thierry Gillyboeuf, 번역가) 공역. 등단작인 「즐거운 편지」에서 최근작인 「바우아 데비의 그림」까지 황동규 시인이 직접 고른 50편의 시가 실려 있다. 한국 시단의 거목인 황 시인의 작품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평이다. 시르세 출판사는 프랑스의 시전문 출판사로 특히 해외 유명 시인들의 시를 소개하는 ‘포에지 시리즈’로 성가를 올리고 있는데 그간 이 시리즈에서는 노벨상 수상작가인 데릭 월코트(Derek Walcott)와 엘리자베스 비숍(Elizabeth Bishop), 페이 타오(Bei Dao) 등의 시집이 발간된 바 있다. 98년 지원.
L'Eternel Empire (영원한 제국 - 이인화 作)
이인화의 베스트셀러 소설 『영원한 제국 L'Eternel Empire』이 불어로 번역, 출판됐다. 조혜영(번역가) 번역, 메조뇌브 에 라로즈(Maisonneuve & Larose) 출판사 출간. 이 작품은 조선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왕권(王權)과 신권(臣權) 간의 갈등을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려 속도감 있게 펼쳐보이고 있기 때문에 많은 프랑스 독자들의 흥미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시대의 역사와 사회, 사상 등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점도 이 소설을 통해 기대할 만한 부수적 효과. 메조뇌브 에 라로즈 출판사는 아시아, 아프리카 및 유럽의 문학, 철학, 인류학 서적을 주로 출판하고 있는 파리의 중견 출판사이다. 95년 지원.
Une Averse (소나기 - 김유정 단편집)
한국 현대단편소설의 초석을 놓은 김유정의 향토색 짙은 문학세계를 프랑스 독자들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의 대표적인 단편소설들이 『Une Averse 소나기』란 제목으로 프랑스의 줄마(Zulma) 출판사에서 출간된 것. 99년도 대산문학상 번역부문 수상팀인 최미경(한국외대 통역대학원 교수)․장-노엘 주테(Jean-Noël Juttet)가 공역했다. 표제작인 「소나기」를 비롯, 「동백꽃」 「봄봄」 등 총 9편의 소설들이 수록돼 있다. 『별과 같이 살다』 『열녀춘향수절가』 『생의 이면』 등 화제작들을 잇따라 펴내고 있는 줄마 출판사는 이제 프랑스의 한국문학 전공자라면 그 이름을 흘려들을 수 없을 듯. 97년 지원.
Monsieur Maeng Marie Sa Fille (맹진사댁 경사 - 오영진 희곡집)
극작가 오영진의 대표작 「맹진사댁 경사」와 네 편의 사이코 드라마를 불어로 번역한 『Monsieur Maeng Marie Sa Fille』가 프랑스 라신(Racine) 출판사에서 발간됐다. 파리7대학 박사과정에 있는 한유미․에르베 페조디에(Hervé Péjaudier)가 공역했다. 「맹진사댁 경사」는 세도가와 혼인을 맺어 신분상승을 꾀하려는 맹진사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풍자극이다. 아직 국내에서 공연된 바 없는 「며느리」등 네 편의 사이코 드라마는 작가의 말년의 병실 체험을 극화한 것인데 현재 파리의 한 극단이 공연 준비 중에 있다. 98년 지원.
Der Brunnen meiner Seele (내 영혼의 우물 - 최인석 作)
인간의 실존문제를 명쾌하게 간파하여 제 3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중견소설가 최인석의 소설집 『내 영혼의 우물 Der Brunnen meiner Seele』이 독일어로 나왔다. 김선희(번역가)․에델트루트 김(Edeltrud Kim, 이화여대 독문과 교수) 공역, 독일 미델하우베(Middelhauve) 刊. 김선희씨는 이 작품이 “유토피아를 동경하는 인간의 실존문제를 아이러니와 우연성을 가미시켜 그려내고 있어 독일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번역소감을 밝혔다. 미델하우베 출판사는 50여년의 전통을 가진 뮌헨의 대표적인 출판사이다. 작품의 내용을 암시하고 있는, 붉은 바탕 위에 검은 눈을 넣은 표지가 인상적이다. 96년 지원.
해외 한국학 연구지원
Korean Poetry in Classical Chinese (한국한시영역집)
서울대 국문과 민병수 교수와 서울대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한 마이클 제임스 밀러(Michael James Miller)가 한국 한시 가운데 한국문학의 각 시기를 대표할 만한 작품을 선정하여 번역한 시선집이다. 소명출판사 刊. 고려 초에서 조선 말에 이르는 다양한 한시 작품 79수를 수록하고 있는데, 이 시들을 현대 국어로 옮기고 이를 다시 영어로 번역하였다. 여기에 감상과 주석을 덧붙여 이해를 도왔다. 영역 시집인데 국내 출판사에서 출간된 것이 조금 아쉽다. 97년 지원.
광복전 중조(中朝)연극사 비교연구 (김해룡 著)
중국 연변대학 조문학부 김해룡 교수가 10여년 동안 자료수집 및 연구활동을 해온 결과를 묶어낸 책이다. 동북조선민족교육출판사에서 펴냈다. 광복 전의 조선 현대극과 중국 한족 현대극 및 중국 조선족 현대극의 생성과 발전추세를 비교, 그 미학적 보편성과 독창성을 연구했다. 신파극, 대화극, 프로극, 항일통일전선극 등 총 11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남북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인 시각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97년 지원.
Korean Language in India (인도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 - 김도영 著)
『Korean Language in India』는 인도 최고의 국립대인 네루대 한국어학과의 김도영 교수가 집필한 한국어 교재이다. 기초편과 독본, 두 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기초편은 가장 기본적인 회화와 단어를 한국어, 영어, 힌두어로 소개하고 있고, 독본은 한국어 독해 및 작문 능력 향상을 위한 예문이 수록돼 있다. 현재 인도에 나와 있는 한국어 교재들은 주로 미․일의 교재들을 모방한 것이어서 인도인의 언어습관에 맞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96년 지원.
韓國現代文學史 (김우창 외 著)
중국사회과학원 한국연구중심(韓國硏究中心) 소속 김향, 장춘식 연구원이 현대문학사에서 펴낸 『한국현대문학사』를 중국어로 번역했다. 김윤식, 김우창, 조남현, 최동호 등 평론가 30인이 개화기 시가에서 70～80년대에 이르는 현대문학을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특히 남북분단의 문제를 문학사의 수준에서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남북이 통합된 문예사를 기술한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의 번역으로 북한의 시각과 자료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 내 한국문학 연구관행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97년 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