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과 한국연극협회, 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전국 청소년 연극제. 공연예술의 발전과 희곡문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1997년에 창설된 이 대회가 어느덧 4회의 막을 내렸다.
전국 청소년 연극제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및 강원, 경기,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등 16개 지역 예선대회와 각 지역의 1위 입상 학교들(서울, 경기 지역은 2개교)이 펼치는 본선대회로 이루어진다.
지난 5월 강원도를 시작으로 9월 말까지 진행된 예선대회에는 전국 총 3백6개 고등학교가 참가하였다. 전국의 고등학교 수가 1천9백57개교(한국교육개발원, 2000년 교육통계연보)인 점을 감안하면 전국 고등학교의 약 16%가 참가한 셈이다. 이는 대회 창설 당시 우리의 교육현실에 비쳐 참여도를 우려했던 주최측을 사뭇 놀라게 하는 결과이다. 그러나 청소년 연극제의 현실을 평가하는 데 이러한 양적인 팽창만을 논할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의 연기력, 무대미술, 조명기술 등 질적인 측면에서도 수준높은 성장을 했다는 평이다.
치열한 예선을 뚫고 각 지역의 대표학교가 모인 본선대회는 더욱더 기대를 모았다. 이번 본선대회는 10월 24일 오후 2시, 대전 대성고의 <금수회의록>을 시작으로 막이 올라 11월 1일 오후 6시 전남 혜인여고의 <그 여자의 소설>을 끝으로 경연을 마쳤다. 매일 오후 2시와 6시에 2차례씩 공연이 열려, 9일 동안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의 열기는 식을 틈이 없었다.
올해 본선 참가작품들의 면면을 살피면 청소년들의 연극이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고 게다가 상당한 재미도 제공하는 꽤 볼 만한 것들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광주대표 살레시오고등학교는 천승세 作 <만선>을 한 시간짜리 단막극으로 각색하여 무대에 올렸는데 이 공연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열정의 시간이었으며 세심하게 준비된 무대장치, 소품, 의상 등은 어촌의 풍경을 너무나도 잘 살려내었다. 또한 전남 목포 혜인여고의 <작은 할머니 - 그 여자의 소설>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한 여자의 일생을 담담히 연기하여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서울대표로 참가한 동북고등학교는 소설가 최일남의 작품을 극화한 작품 <대한민국 김철식>을 전혀 손색없이, 심지어는 능청스럽다시피 태연하게 그려내어 얼마 전에 공연한 기성 극단 못지 않다는 찬사를 받았다.
본선 경연대회와 함께 마련된 부대행사는 연극제를 청소년 문화예술축제로 승화시키는 데 일조를 하였다. 10월 27일(금),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예술의전당 서예관 문화사랑방 소회의실에서 열리는 기념세미나는 ‘중등교육과정 연극영화 교과목 개설에 따른 효율적 운영방안 모색’을 주제로 청소년 연극교육이 갖는 교육적 효과를 점검하며 동시에 그 새로운 가능성을 조망하는 주제발표와 폭넓은 토론이 있었다. 작년에 이어 10월 28일(토)과 29일(일) 이틀동안 오후 3시 30분부터 한시간 동안 오페라극장 앞 돌의광장에서는 <마임과 함께 하는 시간>이 펼쳐졌다.
11월 2일에 열린 대망의 시상식은 뮤지컬배우인 이윤표씨의 사회로 서울시립뮤지컬단의 축하공연과 어우러져 진행되었다.
본선 심사위원이었던 차범석(예술원 원장, 극작가), 백성희(배우), 임영웅(연출가, 극단 산울림 대표), 신일수(한양대 교수, 무대미술가), 안치운(중앙대 교수, 연극평론가) 씨는 시상식 전날 밤 늦도록 수상자와 수상학교에 대한 결정으로 고심하였다고 한다. 어렵사리 우열을 결정한 심사위원들은 학생극의 수준이 놀랄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하고, 수준있고 안정된 극 속에 청소년의 푸른 꿈과 희망, 열정을 가장 멋지게 녹여낸 학생과 학교에 가장 많은 점수를 주었다고 말했다.
시상은 단체상과 개인상으로 이루어졌다. 단체상 대상(국무총리상)은 광주 살레시오여고의 <만선>, 우수상(교육부장관상, 문화관광부장관상)은 전남 목포 혜인여고의 <작은 할머니 - 그 여자의 소설>과 서울 선린정보산업고의 <아름다운 우리들의 내일을 위하여>에 각각 영예가 돌아갔다. 장려상은 경남 진주경해여고의 <가시고기>, 인천 인일여자고등학교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서울 동북고의 <대한민국 김철식>이 수상하였다. 개인상은 최우수연기상 남녀 각 1명(상금 각 30만원), 우수연기상 18명(상금 각 10만원), 우수지도상 4명(상금 각 50만원), 특별상 2명(상금 각 50만원), 스태프상 2명(상금 각 30만원)에게 시상되었다. 특히, 시상내역 중 특별상은 서울 선린정보산업고의 천광호 교장선생님, 경기도연극협회 이재인 회장이 수상하여 눈길을 모았다. 전혀 자신의 수상을 예상치 못했던 무대 뒤의 ‘일꾼들’과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준 청소년 연극의 후원자에게 주어지는 상이라 더욱 더 값진 상이 아니었나 싶다.
본 대회의 운영위원장인 유민영교수는 "청소년 문화운동의 선도“라는 제목의 대회사를 통해 이 청소년 연극제는 ”문화시대를 선도할 공연예술과 영상예술 분야의 기초적 인재 발굴과 함께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동시에 ”전국의 1천 9백여 고등학교들 중 그 과반수인 1천여 학교가 참가하는 것도 시간문제라 본다“고 호언장담한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연극협회, 에술의전당 또한 청소년 연극제가 전국의 청소년들과 그들의 가족이 참여하고 즐기는 성대한 문화축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에는 다섯돌이 될 전국 청소년 연극제. 아마 지금 이 시간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며 2001년을 향해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