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지리적인 면에서나 사상, 감정면에서 삼국시대 이래 상호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특히 양국간의 문화적 인연은 깊고 넓게 얽혀져 있어 한국은 오랫동안 중국문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그 관계는 상당한 변화가 생기게 된다. 세계사의 변혁 속에서 아시아의 두 나라는 서로 다른 현대화의 길을 걷게 되었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성립된 한․중 양국의 현대문학은 봉건사회의 붕괴와 신문화의 창조라는 새로운 사회․문화적 상황을 대변하게 되었다. 한․중 비교문학은 그 동안 이룩한 이론적 정립이나 학문적 성과 및 그 영향관계를 중심으로 해 왔다. 단순한 영향관계의 논증만으로는 양국 문학의 특징과 동양문학의 보편성을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그것은 자칫 자국의 문학적인 전통을 소홀히 하기가 쉽다.
같은 동양문화권 아래 한국에서 개화란 용어는 1870～1880년대 일본을 풍미했던 유행어에서 연원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문명화의 뜻으로 개화라는 용어가 쓰인 반면, 중국에서는 서양의 문명을 배우고 부국강병을 촉진한다는 뜻의 ‘자강’과 ‘개화’가 같은 개념으로 쓰였다.
한국은 멀게는 영․정조의 실학사상이 대두했던 시기로부터, 가까이는 1876년 개항과 함께 밀어닥친 개화 혹은 자강운동이 전개된 지 약 30년이 지난 뒤, 드디어 신문학의 맹아기로 들어갔다. 정치적으로는 자주, 경제적으로는 부국, 문화적으로는 개화, 언어문자적으로는 국한문병용 등의 혁신적 상황에서 비로소 최남선의 신시를 선두로 신문학이 맹아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아편전쟁 뒤에 패전의 원인을 과학의 낙오와 보수적인 제도에 있는 것으로 본만큼 서양의 과학과 제도를 이입하고 그에 따른 변법을 강조했다. 서양의 침략과 자기의 탈피 두 가지 상황은 영불 침략군의 침입 이후로부터 시작되어 크게 세 가지의 단계적 혁신을 보였으니, 장지동․이홍장의 양무운동, 강유위․양계초의 유신변법운동, 손문의 삼민주의 국민혁명이 그것이다.
한․중 신문학운동은 각각 ‘3․1 운동’과 ‘5․4 운동’ 이후 전면적인 신문화운동으로 확대되었다. 양국의 당시 문예사조를 살펴보면 특정한 사조가 단독으로 주류를 이룬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여러 사조가 들어와서 혼류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서구사조의 홍수는 점차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진정된다. 이처럼 한․중 양국의 20년대는 다양한 문예사조가 단시일내에 밀려들어온 비슷한 수용양상을 보였다.
서구에서 2백～3백년간 창조, 시도되어 온 각종 문예사조를 겨우 20～30년 동안의 짧은 기간에 흡수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혼돈을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중 현대문학이 이로 인하여 발달된 것은 사실이지만, 서양에서 문학적 전통이 있듯이 우리 동양 문화권에도 도도히 흘러 내려온 문학적 관습과 전통이 있다. 전통 문학양식들이 서양문학의 충격을 받으면서 어떻게 전습되었고 변형되었나? 이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유사한 시대 상황 속에서 한․중 양국 문학의 유사성과 차이성을 검토하는 것은 한․중 비교문학 측면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라 여겨진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현대문학에서와 같이 그 영향관계가 별무한 경우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필자는 석사과정에서 한․중 신문학 초창기부터 1920년대까지 자유시 형성과정을 비교연구한 바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박사과정에서 1920년대라는 역사공간을 택해 연구작업을 진행시킬 것이다. 1920년대라는 특정 시기를 택한 것은, 많은 문학사가들이 주목해 온 바와 같이 그 시기가 한․중 양국의 현대 문학사의 기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 속에 내재된 문학, 철학, 사회, 정치사상 등의 평행적 동질성(literary parallelism)을 추적하고 그들의 공통된 주제와 모티브 및 형식적 특성을 탐색하는 것은 매우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이 작업을 통해 한․중 양국의 보편성을 찾아내고 나아가 동양문학의 공동성을 추출하는 것은 한․중 비교문학에 있어서 시도할 만한,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
※ 필자인 범위리는 중국 출신으로 1999년에 ‘한-중 현대시 비교연구’라는 주제로 재단의 해외 한국학 연구지원을 받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