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우수상(교육부장관상), 최우수연기상, 우수지도상, 1998년 장려상(대산문화재단 이사장상), 우수연기상, 2000년 대상(국무총리상), 최우수연기상, 우수지도상.
살레시오여고의 전국 청소년 연극제 본선대회 수상실적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화려한 수상의 영예 뒤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
살레시오여고 연극반 ‘연하이(연극하는 아이들)’의 지도교사 이희규 선생님(47세). 19년째 연극반을 이끌고 있다. 사실, 말이 19년이지 그 시간을 곰곰 따져보면 교사부임에서부터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연극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엄청난 시간이다.
창설 후 학교축제에서나 빛을 발하던 연극반 ‘연하이’가 본격적인 활동을 펴게 된 것은 이희규 선생님이 1996년 국립극단에서 시행한 연극교사 연수에 참가한 후부터이다. 마침 그에 맞추기라도 한 듯이 1997년에 창설된 전국 청소년 연극제 또한 연극반 활성화에 기폭제가 되었다.
연극반 창설 첫 해에 연극제에서 우수상(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였다. 전국 16개 지역의 예선을 통과한 최우수 학교들과의 경쟁에서 2등을 했으니 대단한 성과를 올린 셈이다. 그간의 특별활동이 든든한 밑바탕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올해 살레시오여고는 천승세 作 <만선>을 들고 나왔다. 여느 고교 연극반이 쉬이 택하는 밝고 희망적인 아이들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시대는 1960년대이고, 배경은 어촌이며, 등장인물들은 거친 뱃사람들이다. 고등학생들에게, 그것도 여학생들에게는 다소 버거운 작품이다. 이희규 선생님은 연초부터 학생들과 50여편에 이르는 희곡읽기와 작품분석, 토론을 거쳐 이 작품을 선정했다고 한다. <만선>을 통해 극복과 인고의 미, 삶의 진지함을 체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선> 선정 이후 2박3일간 실제 어촌을 찾아가 생활체험을 하기도 했다. 배도 타보고, 양식장에서 고기도 잡아보고, 뜻하지 않게 그물을 비롯한 여러 소도구를 거저 얻는 행운도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1960년대 생활상에 대한 공부도 했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 연극의 무대셋트 모델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기뻤는지. 돌이켜 보면 신입생 선발에서부터 봄날 지리산 자락에서 가진 수련회, 작품선정, 캐스팅, 연습과정 하나 하나가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이희규 선생님은 연극의 기본은 희곡읽기와 공부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듣고 보니 중요한 사실이다. 하지만, 연극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흔히 잊고 지나치는 부분이 아닐까.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연습하는 선생님들이 있다면 19년 동안 쌓아온 그 나름의 연극철학을 들어봄이 어떨지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