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권에 한국문학은 1892년 당시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홍종우가 『춘향전』을 『Le printemps parfumé』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것이 처음이다. 번역이라기보다는 번안이라고 해야 옳을 이 작품을 기점으로 프랑스 및 불어권에 소개된 한국문학작품은 1백6종으로 추산된다. 영어권 다음으로 많은 작품이 소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1970년대까지는 별다른 번역, 출판이 없었으나 1970년대말부터 현대소설을 중심으로 서서히 소개되기 시작하여 90대들어 눈부신 발전을 보였다. 90년대에만 소설 46종을 비롯하여 총 66종의 한국문학 작품이 소개되었는데 같은 기간동안 영어권에서 58종이 소개된 것과 비교해 볼 때 불어권에서의 한국문학 소개는 매우 인상적이다.
90년대 초반 불어권에 한국문학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것은 파트릭 모리스․최현무 부부에 의해 기획, 번역되고 악트쉬드 출판사에서 집중적으로 소개된데 힘입은 바 크다. 악트쉬드는 이문열, 이청준 등과 일종의 전속계약인 ‘대리행위 계약’을 체결하고 이들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소개해 나가기 시작했다. 프랑스 내에서의 상당한 반응이 있었고 이들의 작품은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지에서 다시 번역, 출판되기도 했다. 여기에 필립 피키에, 아르마탕 같은 출판사들이 한국문학출판에 참여했으며 프랑스 최고의 명문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갈리마르사가『홍길동전 L'histoire de Hong Kildong』(1994), 신경림시집 『쓰러진 자의 꿈 Le rêve d'un humme abattu』『한국민담집 Kaki sénché et tigre, et autres contes de Corée』(1995)을 잇따라 냈다.
95년 11월에는 프랑스 파리와 몇몇 지방도시 등지에서 대대적인 한국문학 종합행사인 ‘les belles étrangéres Corée 한국문학 포럼’이 열렸고 99년 여름에는 프랑스의 권위있는 시계간지 『Po&sie』가 책 전체를 한국시 특집호로 발간하여 프랑스 문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2000년에는 대산문학상 수상작인 이승우 장편소설『생의 이면 L'Envers de la vie』이 출판되어 프랑스의 주요신문들이 문화면 머릿기사나 전면 특집기사로 보도하는 큰 반향이 있었고 갈리마르와 함께 프랑스 최고의 문학출판사로 꼽히는 쇠이유사가 서정인의 『달궁』을 출판하기로 한 것을 비롯하여 시, 희곡 등도 고르게 출판되고 출판사도 다양화되는 등 한국문학이 소개단계를 넘어 프랑스 문학계의 중심부로 진입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