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가 한 말은 언제나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내가 스스로 나의 가슴 한복판에 질러진 육중한 빗장을 벗겨낼 때는 도대체 언제일까.
나는 그동안 내가 보고 들어왔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란게 너무나도 조잡스럽고 유치해, 남모르게 덮어두었던 기억이 정말 많다. 어릴적에 살던 변두리 골목길에도, 외갓집 대들보 위에 올라간 고양이 발톱자국에도, 내 등보다 더 큰 가방을 메고 헐떡거리다 붙잡은 볼품없는 은행나무의 옹이에도 꼭꼭 숨겨져 있을 이야기들을, 난 아주 오랫동안 애써 외면하고 있는 터였다.
어쩌면 나는 주변에서 모든 것을 적당히 차용해다가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빚쟁이는 아닐까. 그렇다면 난 내가 뒤에 겪게 될 자괴감을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생각해보면 문제의 발로는 나의 자질 부족과 지식의 고갈에서 오는 것이었음을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그래서 되도록 누르고 밟아서,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던져 버렸던 이야기들이, 어느새 되살아나 새삼스럽게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냥 읽는 게 좋았고, 그래서 쓰는 게 그냥 좋았던 평범한 나에게, 전국의 문우들을 만나는 엄청난 복권과 함께 너무나도 과분한 상이 주어졌다. 끔찍스럽게도 이야기들은 이젠 두 배로 커져서 나의 등을 떠민다. 얼른 빗장을 뽑아 던지고, 네가 버릇처럼 중얼거렸던 것들을 크게 이야기하라고. 소외 당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네 목소리를 높이라고. 공연히 목청을 가다듬어본다. 결코 공연한 짓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언제나 내가 하는 일을 조용히 지켜봐 주시는 부모님과 나의 말문을 틔어주신 두 분의 국어선생님, 결점 투성이인 글을 뽑아주신 심사 위원님들, 내게 문학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신 대산문화재단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또한 내게 항상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는 친구들에게도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끝으로, 내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부탁 드리고 싶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