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의 번역, 출판지원을 받아 프랑스 줄마(ZULMA)출판사가 발간한 이승우의 장편소설 『 L'Envers de la vie 생의 이면』이 프랑스 언론들로부터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홍익대 불문과 고광단 교수와 주일프랑스대사관 어학․문화담당관인 장 노엘 주테(Jean-Noël Juttet) 씨가 함께 번역한 『L'Envers de la vie』는 출판되자마자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 Le Monde>를 비롯하여 스위스의 유력 일간지 <르 탕 Le Temps> 등에 크게 보도되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페미나상 Prix Femina>의 외국소설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페미나 상은 남성 주도의 공쿠르상에 대항해 여성 문인들이 제정한 문학상으로 심사위원 전원이 여성이다.
『생의 이면』은 우리 문단에서는 드물게 종교적 사유,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라는 진지한 주제로 독특한 소설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이승우가 유년을 향한 고통스러운 여행을 감행하는 한 작가의 내면을 밀도있게 형상화한 장편소설이다.
인격 이면에 숨어 있는 근원적인 실체가 인간을 성장케 한다는 믿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는 작가는,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폐쇄공포증을 가진 인물이 운명적인 사랑과 신을 향한 접근을 통해 그 컴플렉스를 치유, 승화시키는 과정을 그렸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몽드>는 지난 5월 19일자 문학면 톱기사로 이 작품을 자세히 소개했다. <르 몽드>는 “Conte cruel de Corée 한국의 잔인한 이야기”란 제목의 기사에서 “때로는 너무 격렬하고 때로는 너무 능숙하나, 조용하고 신실한 마음이 치솟는 이 소설은 다감하고도 엄숙하여 문학 애호가들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이야기의 구성에 뛰어난 이승우가 그의 직업인 작가와 우리들의 세계에 관해 생각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낭만적인 이야기로 우리를 감동시킨다”는 해설을 붙였다.
프랑스의 권위있는 카톨릭계 일간지인 <라 크로와 La Croix>는 “한국에서의 성장”이란 기사에서 이승우가 서양 문학과 사상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것이 『생의 이면』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승우를 인터뷰했던 타블로이드판 개신교 시사주간지 <레포르므 Réforme>는 한 면 전체를 할애한 “정신과 문학의 틀로서의 프로테스탄티즘”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생의 이면』에 대한 소개 뿐만 아니라 한국의 현대사 및 종교적 구원과 맞물린 그의 작품세계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일간지 <라 비 La Vie>는 “해독 불능의 세계”란 제목의 기사에서 『생의 이면』의 문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으며, 프랑스 국영 라디오방송 안내지인 <프랑스 엥테르-라 스멘느 France Inter-la Semaine>는 “한국의 몇몇 징후들” 이란 기사에서 『생의 이면』이 주인공 박부길을 통해 자유, 운명, 구원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한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프랑스 라디오방송 <벨로바크 Bellovaqque>에서 『생의 이면』을 자세히 소개한 것을 비롯하여 월간문예지 <리르 Lire>, 주간지 <발뢰르 Valeurs>, 문화잡지 <에포크 Epok> 등도 이승우와 『생의 이면』을 소개하였다.
줄마 출판사측은 “이 소설이 자유, 운명, 구원과 같은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들을 지적이면서도 능숙한 솜씨로 형상화해냈다”고 밝히고, 작가 이승우에 대해 “한국의 공쿠르상에 해당되는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이자 위의 주제들에 심도있게 접근하는 한국 문학계에서는 보기 드문 작가”라고 평가했다.
『생의 이면』은 스위스에서도 큰 반응을 얻었다. 스위스의 유력 일간지 <르 탕>은 6월 17일자 문화면 한 면을 거의 할애하며 “이승우는 지드의 방식으로 베일을 벗는다”라는 제목의 기사와 인터뷰를 실어 이 작품을 자세히 분석, 소개했다. 『생의 이면』은 『Die Rückseite des Lebens』(서정희 역, Horlemann刊)란 제목으로 독일어로도 번역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한 작가가 이처럼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의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이유는 뭘까? 그것은 이승우의 작품이 프랑스 문학계에서 보편성을 획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번역자인 고광단 교수는 “서구 정신사를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결합으로 파악하고 있는 서구인들에게 ‘신과 구원’은 전통적으로 중요시된 문제여서 『생의 이면』이 프랑스 언론과 문학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생의 이면』작가 이승우가 직접 프랑스를 방문하여 작품낭독회를 갖고 독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낭독회 전통이 오랜 유럽에서는 작가와 작품의 홍보에 있어 작품낭독회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승우는 지난 4월 번역자인 고광단 교수와 함께 파리의 ‘프랑스 작가의 집(Maison des Ecrivains)’에서 작품낭독회를 갖는 것을 비롯해 주불한국문화원에서의 출판기념회, 파리 7대학 및 8대학에서의 문학 강연, 언론사 인터뷰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생의 이면』의 불어판 출판과 관련하여 프랑스 언론이 보여준 관심은 한국 문학이 어떻게 하면 해외에 나가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며 앞으로 이러한 관심을 어떻게 지속시키느냐 하는 것이 남은 과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