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자유시 「불놀이」 발표, 한국 최초의 순문예동인지 『창조』 창간. 독립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편집국장. 조선민주당 사무국장 및 4대 민의원. 부흥부장관 및 상공부 장관 역임. 대한해운공사 사장, 특허협회․한국능률협회 회장, 전경련 부회장 재직.
한 개인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저 오지랖 넓은 이력의 주인공이 송아(頌兒) 주요한(朱耀翰)이다. 주요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한국 자유시의 선구자’라는 휘황한 찬사이지만, 1945년 이후 사실상 문학활동을 중단하고 정치․경제인으로 탈바꿈한 그의 삶을 그렇게 규정짓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에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문학인으로서의 주요한에게는 빛과 어둠이 극명하게 교차한다. 그가 “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 하늘에, 외로운 강물 위에, 스러져가는 분홍빛 놀…”로 시작되는 「불놀이」를 쓴 것은 19살 때였다. 프랑스 상징주의의 영향이 짙게 배어있는 이 시 한편으로 그는 창가와 신체시 일색의 개화기 시단에 자유의 숨결을 불어넣으며 한국 현대시사의 맨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일제시대 말기 대표적인 친일 문학단체였던 ‘조선문인보국회’에 가담했던 전력이 그의 문학적 영예에 두고두고 흠집을 남겼다. 그외에도 「불놀이」가 한국 최초의 자유시라는 이론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의 문학성에 대한 비판(즉 먼저 썼다는 것을 빼면 보잘 것 없다는)까지 주요한의 문학을 둘러싼 시비의 소리는 심심치않게 들려오고 있다.
반면 언론인으로서의 그는 직필(直筆)을 휘둘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승만 정권 시절, 그가 경향신문의 ‘여적(餘滴)’란에 썼던 「다수의 횡포」라는 칼럼은 집권당의 전횡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논조로 경향신문 강제폐간의 직접적인 빌미가 되었다.
주요한은 1900년 평양에서 태어나 79년 눈을 감았다. 올해 그의 탄생 1백주년을 맞아 ‘요한기념사업회’(회장 강영훈)는 ‘주요한 시전집’ 발간, ‘주요한 세미나’ 개최, ‘송아문학상’ 제정 등의 기념사업을 추진하였다. 그는 슬하에 8남매를 두었는데 차남인 주동일 박사가 얼마전 ‘FLC 2000’상(미국연방정부 출연연구소 연합상 - 미국 연방정부가 출연한 700여개의 연구소가 공동주관해 기술 이전에 적극적인 업적을 남긴 과학자에게 주는 상)을 수상해 작은 화제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