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유민영_연극평론가, 단국대 국문과 교수. 1937년생. 평론집 『전통극과 현대극』 『한국희곡론』 『한국 근대연극사』 등
중등학교 국어과 수업은 대체로 읽기와 쓰기가 기본으로 되어 있고 조금 나아간 교사들은 말하기에도 관심을 갖고 가르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수업에서는 읽기와 쓰기에 치중함으로써 시, 소설, 수필 등에 중점을 두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말하기의 기본 텍스트라 할 희곡에 대한 교육은 대단히 소홀히 해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다가 최근 희곡교육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세가지에 있다. 첫째는 1980년대 후반부터 중등학교의 교과과정이 개편되어서 국어교과서에 희곡이 여러 편 추가되었고, 두 번째로는 시대 추세, 즉 영상시대에서 희곡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커진 데 따른 것이었으며, 세 번째로는 각종 연극경연대회가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서 찾을 수가 있겠다.
바로 그점에서 중등학생들은 어떤 작품을 어떻게 선택해서 읽고 또 무대 위에 형상화할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학생들은 중등교육과정이 전문 아닌 전인교육에 그 목표가 주어져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곧 희곡 선택이 어디까지나 폭넓은 교양교육을 지향한다는 목표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은 고전희곡이다. 여기서 고전이란 그리스 희곡에서부터 셰익스피어 희곡을 거쳐 입센, 스트린드베리, 모리엘, 체홉에 이르는 근대희곡, 그리고 유진 오닐, 손톤 와일더, 아서 밀러 등의 현대희곡, 더 나아가 베케트, 이오네스코 등의 부조리희곡까지를 포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래된 것만이 고전은 아니고 시공을 초월해서 평가를 받은 현대희곡까지를 포괄한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을 우리나라 희곡에 적용해보면 가면극에서부터 꼭두각시극, 판소리 등과 유치진, 함세덕, 오영진, 차범석, 이근삼, 오태석, 이강백 등에 이르는 고전과 현대희곡을 일단 연구, 선택의 대상으로 삼을 수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필자가 굳이 고전에 중점을 두고 말하는 이유는 세가지에 있다. 그 첫째는 고전은 일단 명작으로 평가된 작품이기 때문에 문학성, 더 나아가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것, 둘째는 고전은 도덕성이 높다는 것, 세 번째 좋은 플롯에서부터 등장인물의 성격구축, 주제의 심오성 등에서 탄탄한 기초 위에 비교적 흠잡을 데가 없는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희곡읽기에 있어서의 선택기준이고 학생들이 무대화할 경우는 선택기준에 융통성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중등학생들은 전문연극인이 아닌 극히 초보적인 수준의 아마추어인데다가 무대사정, 재정상태, 시간제약, 인적자원 부족 등 여러가지의 악조건 속에서 작품창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일단 평가받은 작품에 관심을 갖고 자기들의 사정에 맞춰서 선택에 나서야 하리라 본다. 여기서 자기들의 사정이란 작품의 소화능력, 비용, 인적자원, 무대사정 등을 가리킨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학생들의 능력으로는 명료하게 형상화하기 어렵다던가 무대장치나 의상, 대소도구 등에 비용이 많이 드는 것, 그리고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면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10여명 안팎의 인물이 등장하고 번거롭지 않은 무대장치, 1시간 내외에 공연할 수 있는 작품이면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것은 희곡의 기본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느냐 하는 것과 건전한 도덕성을 지녔느냐 하는 것, 그리고 예술성이 뛰어난가에 시선이 모야져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주의할 것은 작품선택에 있어서 먼저 상(賞)을 염두에 두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공연히 잘못된 기성연극을 모방한다던가 실험극을 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갖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배운다는 자세로 정통적인 것을 해야 한다. 아무런 기초도 없이 잔재주만 부리는 것이야말로 발전의 암인 것을 알아야 한다. 사회가 빨리 변할수록 기초가 탄탄한 정통적 작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만 감각은 신선한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