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듯하다. 생계문제 때문에 재능있는 작가들이 창작에의 길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현상도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특히 ‘IMF 사태’ 이후 더욱 가혹한 경제논리가 사회를 지배하게 되면서 ‘돈 안되는’ 문학에 종사하는 작가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것만 같다. 작가들이 처한 이런 현실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그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문학인 창작지원’ 사업이 8회째를 맞았다. 재단은 2000년도 창작지원대상자로 시 소설 희곡 평론 아동문학 등 5개 부문에 걸쳐 13명을 선발하여 총 1억원의 창작지원금을 지급하였다.
선정된 지원대상자는 시부문에 이대흠 김행숙 서연정 이희철, 소설부문에 김종광 박청호 신미경, 희곡부문에 김영학 김혁수, 평론부문에 최현식 진정석, 아동문학부문에 한동철 한명순 등이다. 이들에게는 소설부문 1천만원, 시 희곡 평론 아동문학부문 각 7백만원씩의 지원금이 지급되며 판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도 작가에게 주어진다. 재단은 장르간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지원대상자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시 희곡 평론 아동문학부문의 지원금을 5백만원에서 7백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선정된 작품은 1년 이내에 출판, 발표된다.
심사위원들은 선정이유로 시부문에서는 자아의 투신을 통한 현실의 형상화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이대흠, 독특한 개성으로 환상과 현실의 접목을 통한 인식과 감각의 날카로움이 돋보인 김행숙, 현대시조다운 맛으로 고품질의 시조를 엮어낸 서연정, 시가 안정적이고 깔끔하며 전편이 완성도 높은 균형을 이룬 이희철의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소설부문에서는 폭넓은 어휘활용으로 노동현장의 분위기를 소박하되 날카로운 시각으로 그려낸 김종광의 단편 <배신>외 6편, 우리나라의 역사와 현실에서 소외된 비무장지대를 개인에게 적용시켜 일상의 틈 사이로 들어와 있는 신화로서의 시공간으로 형성해 놓은 박청호의 장편 <갱스터스 파라다이스>, 작가가 예리한 감수성으로 인물들을 해체시키는 실험정신이 강한 소설로 입체 해부도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신미경의 장편 <포도주>를 선정했으며 희곡부문에서는 드라마의 짜임새가 튼튼하고 세상과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정신과 시각이 매우 건강하고 바람직한 김영학의 <비빔밥>외 1편,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재미있으며 뛰어난 연극적 감각으로 시공을 넘나드는 발상과 구성을 보여준 김혁수의 <유정의 봄봄> 외 1편을 선정했다. 한편 평론부문에서는 원로에서 신인까지, 리얼리스트에서 (포스트)모더니스트까지 다양한 시인들의 시세계를 부지런히 그리고 치밀하게 독해한 최현식의 <깊이의 옹호>와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을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탐색을 통해 이론비평과 실제비평의 균형있는 모습을 보여준 진정석의 <비평의 옹호>가, 아동문학부문에서는 고구려의 멸망에서 고려 건국 사이를 배경으로 새로운 역사소년소설로서의 창의력이 돋보인 한동철의 <바람의 아이>와 전통 가옥 구조의 ‘아궁이’를 통해 오늘 날 잊어버리고 있는 우리 고유의 정서와 심성을 복원시키는 기량이 돋보인 한명순의 <기쁜 선물>이 각각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심사는 시부문에 이수익 이시영 조정권, 소설부문에 유재용 이문구 김채원, 희곡부문에 노경식 서연호, 평론부문에 황현산 최원식, 아동문학부문에 신현득 유경환 김병규 등 중진문인이 맡아 응모된 총 368편의 작품을 대상으로 약 1개월 동안 진행했다. 창작증서수여식은 지난 8월 24일 교보빌딩 강당에서 열렸다.
93년부터 시행된 문학인 창작지원은 그간 역량있는 문인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창작욕을 북돋워주는 문단의 활력소 구실을 톡톡히 해왔다. 조정권 김명인 유하 장석남(시), 박상우 한창훈 임동헌(소설), 이강백 이윤택(희곡), 김재홍 장경렬 우찬제 이광호(평론), 강정규 이준관(아동문학) 등 어느덧 우리 문단의 중추로 자리잡은 많은 문인들이 창작지원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아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 이번에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문인들도 더욱 정진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꽃피우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