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쓰기가 혼자 하는 작업이지만, 써 놓고 보면 퇴고가 필요하다. 자기 의도가 작품에 제대로 나타났는지? 철자법에 오류는 없는지? …… 등등의 많은 문제는 모든 시인들의 고민일 게다. 그때마다 가도와 한퇴지의 유명한 일화와 현대문학사에서 들은 어느 문인의 자기 얘기가 생각났다. 3년에 걸쳐 3회 추천을 완료하고, 새 작품을 들고 현대문학사에 들렀을 때 누구인지 함자도 모르는 중년쯤의 남성문인 한 분이 들려준 자기 얘기였다.
그분은 작품을 쓰면, 먼저 가정부에게 읽힌다나. “야 뭣 같으냐?”하고 물어서, 가정부가 “아저씨 뭐 안 같어유”라고 하면, “뭐 같은 데유!” 할 때까지 거듭 퇴고한 다음에야 발표한다고. 처음 들었을 땐 웃기는 소리였지만, 갈수록 정말 고마운 충고라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누구에게 읽어봐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미안한 일이고, 모여서 합평 좀 하자고 하면, 다들 좋은 생각이라고 하면서도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대답만 듣곤 했다.
7~8년 전쯤, 등단 전의 박미산 시인이 시사랑에 합평모임이 있다고 알려줘서, 무작정 한편을 갖고 갔다. 수요일에 모인다고 수요반이었다. 위의 사진은 등단연도가 제일 오랜 나와, 등단 시력은 상당하지만, 같은 생각의 시인들이 수요일마다 모여, 자기의 신작 1~2편씩에 가차없는 혹평을 받고, 맥주집 뒤풀이에서 찍은 사진이다. 언제사진인진 몰라도 사진 중 두 세분 외엔 다 시력이 상당한 기성시인들이다. 문단사와 투쟁할 야심을 꼭꼭 감춘 채 함박 웃음만으로 찍힌 클래스메이트들이다. 멤버가 약간 바뀌고 남성이 더 많아졌지만, 원한다고 다 입회할 순 없다. 우리 모두 구약성경 욥기의 한 구절인 제목같이 되기를 바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