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 웹진

편집자 주_195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 보낸 아동은 16만 2,683명이다(보건복지부 통계). 이 가운데 67%인 10만 9,072명이 미국으로 보내졌다. 다음으로 프랑스(1만 1,173명), 스웨덴(9,381명), 덴마크(8,723명) 순이다. 학자들은 홀트인터내셔널 등 민영 입양기관(4곳)이 해외입양을 주도해 온 관계로 정부는 통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한국 출신 입양인을 20만 명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기고문에서 나타나는 해외입양인 수(민은경 교수는 16만 명, 제인 정 트렌카, 제니퍼 권답스 씨는 20만 명)는 저자가 인용한 기준을 그대로 살렸음을 밝힌다.

▲ 민은경 © 운영자

1.
2004년 가을에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안식년을 보내게 되었을 때 나는 남편과 잠시 떨어져 6개월 된 딸아이와 단 둘이 일 년을 보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었다. 나도 이제 엄마라는 마음에 다소 들뜬 상태에서 본의 아니게 일 년 동안 싱글맘이 되어버리니 육아 걱정에서 헤어나기 힘들었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모든 엄마들이 누리는 혜택 내지 고역 중 하나는 타인들의 끝없는 관심과 말걸기다. 누구나 한 마디씩 던지고 싶어 하고 심지어 아이를 만지고 싶어 한다. 나 역시 아이를 안고, 업고,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면서 일 년 동안 미국인들의 관심거리가 되었다. 그들은 주로 내 딸을 보고 이쁘다(how cute!)고 했고 나는 그 칭찬을 귄리라도 되는 양 챙기고 다니기에 이르렀는데 그 과정에서 문득 미국인들이 어린 동양여자아이들을 무척 이뻐한다는, 꼭 즐겁지만은 않은 생각이 들었다. 모성의 지나친 경계심이었을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 계속 일어났다. 하버드대학이 위치해 있는 캠브리지와 그 인근 마을들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안정되어 있고 살기 좋은 동네이다. 특히 백인들과 유태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나에게 주로 말을 건넨 사람들은 슈퍼에서 지나치듯 만난 사람들이었다. 어린 딸을 카트에 앉혀서 데리고 다니면 사람들이 말을 걸었다.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아이가 너무 이쁩니다. 아, 한국에서 오셨습니까? 제 조카들도 사실 한국아이들입니다.’ 이런 식이었다.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대개는 전형적인 백인 외모를 한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이 말을 걸었다. 이분들의 자식, 조카, 손주들이 한국아이들이라니? 그들은 아이들과 여름에 한국을 간다는 이야기도 웃으면서 나에게 들려주었다. 입양한 아이들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인 특유의, 타인에게 거리낌 없이 들려주는 사적인 내용의 고백. 그러고 나서 나는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한국아이들이 과연 많았다. 아니, 한국아이들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백인 부모가 끄는 카트에 탄 동양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공원에도 백인 부모와 같이 온 아이들이 꽤 있었다. 그들이 한결같이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얼굴을 돌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들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인터넷도 뒤졌다. 언제부터, 왜, 얼마나 많은 한국아이들이 미국에 입양된 것인가? 나는 그동안 이러한 현실에 대해 왜 그렇게 무감각하고 무지하였는가?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입양인들은 10만명을 넘는다. 유럽으로 건너간 입양인들까지 포함하면 16만명도 넘는 한국아이들이 한국국적을 잃고 외국으로 보내졌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들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전쟁 이후라면 아이의 엄마는 대부분 아직 한국에 살고 있을 것이 아닌가. 자녀를 두 명 이상 보낸 경우도 없지 않으니 적게 잡아도 한국 엄마들 중 15만명 정도가 아이를 외국으로 입양 보낸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 많은 한국여성들이 침묵하고 살아가는 동안 그 많은 아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갔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전에도 국내 매스컴을 통해 입양인들에 대한 기사를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그러나 난 엄마가 되고 나서야 입양에 대해 처음으로 가슴으로 고민해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입양인들의 목소리가 무엇보다도 궁금했다. 그래서 입양과 관련해서 가장 먼저 읽어본 책은 케이티 로빈슨(Katy Robinson)의 『한 장의 네모난 사진 A Single Square Picture』(2002)과 제인 정 트렌카(Jane Jeong Trenka)의 『피의 언어 Language of Blood』(2003)였다. 이 두 권을 아마존에서 구입했고 도서관에서는 『침묵하는 나무의 씨앗들 Seeds from a Silent Tree: An Anthology by Korean Adoptees』(1997)를 빌려보았다. 가장 인상적인 책은 단연 『피의 언어』였다. 『침묵하는 나무의 씨앗들』에 수록된 글들은 대체로 매우 짧았고 로빈슨의 책은 뭐랄까 깊은 맛이 없는 반면 『피의 언어』는 강렬한 흡입력이 있었다. 딸아이를 저녁에 재워놓고서야 책을 손에 들었는데 다 읽고 나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그 흡입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경험의 차이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그 경험을 문학적으로 엮어내는 실력차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로빈슨(본명 김지윤)의 경우는 저널리즘에 가까운, 대중적으로 쉽게 읽히는 반면 트렌카(본명 정경아)는 다양한 장르 실험(시, 편지, 희곡, 요리조리법, 심지어 크로스워드 퍼즐까지)과 파편적 꼴라쥬(collage)기법을 통해 아시아계 미국문학의 고전이 되어버린 차학경의 『딕테』를 암시하는 강한 문학적 자의식을 보여 매우 대조적이었다. 게다가 로빈슨은 아버지 찾기의 경험을 통해 ‘조국’과의 관계를 재확인하면서도 한국에 대해 일정한 거리두기를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지만 트렌카는 단호하게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한국어머니의 딸이라고 선언을 하면서 미국 미네소타의 철저하게 백인중심적인한 소도시에서 성장하며 겪은 갖은 불미스러운 경험들을 고발하고 있었다. 그 고발과 고백의 수위는 분명 미국적이었지만 감성은 한국적이었다.

2.
입양문학이라는 장르가 성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일단 차치해두자. 입양인이 쓴 문학은 분명히 있고 입양에 대한 문학도 분명히 있다. 물론 입양인이라고 해서 꼭 입양에 대해 써야할 이유도 없고 입양인이 아니더라도 입양에 대해 글을 쓸 자유는 있다. 다만, 입양인이 자신의 뿌리가 뽑혀나가는 경험에 대해 진술하였을 때 우리는 그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로빈슨과 트렌카처럼 입양인으로서 해외입양이라는 매우 현대적이고 초국가적인, 어쩌면 전형적으로 ‘포스트모던’한 체험을 다룬 경우 그들의 책은 대개 자서전 내지는 성장소설(bildungsroman)의 형식을 취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체험은 내용상으로 이 두 장르와 배치되는 면이 많다. 우선 자서전이라는 것은 대개 과거에 대한 회고에서 시작하는데 입양인의 경우 과거가 지워졌다는 면에서 그렇다. 국가나 사회가, 또는 기관이 개입해서 입양인의 법률적 기록을 지워버린 충격적인 케이스인 것이다. 게다가 대개 갓난아이일 때 입양된 입양인들은 가족과 고향에 대한 기억이 없다. 따라서 입양인의 자서전은 기억할 수 있는 과거를 회고하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면서 동시에 기억할 수 없는, 지워진 과거를 복구하기 위한 피나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소설의 측면에서 살펴보더라도 입양인들의 수기는 기존 틀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성장소설이 (많은 경우 결혼으로 상징되는) 개인과 사회의 통합을 구현하는 장르인 반면 대다수 입양인 수기는 두 사회 사이에서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두 쌍의 부모, 두 개의 나라, 두 개의 이름, 두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어떻게 하나의 일관된 내러티브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입양인 수기의 어려움이라 할 수 있겠다.

안식년이 끝나고 나서 한국에 귀국한 후 나는 유럽으로 입양되어 최근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이들의 글도 관심 있게 읽기 시작하였는데 역시 입양수기에 가까운 글들이 주를 이루었다. 미국으로 입양된 작가들의 글은 원문으로 읽을 수 있었으나 유럽에 입양된 작가들은 스웨덴어나 네덜란드어 등 내게는 요령부득의 언어로 글을 쓴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국내 번역본들이 있었다. 미희 나탈리 르무안느(Mihee-Nathalie Lemoine, 본명 조미희)의 『나는 55퍼센트 한국인』(2000)과 윤주희의 『다녀왔습니다』(2007)를 그 때 읽었다. 가장 인상 깊은 책은 스웨덴으로 입양된 아스트리드 트롯찌(Astrid Trotzig, 본명 박서여)의 『피는 물보다 진하다』이었다(놀랍게도 미국 다음으로 한국출신 입양아를 가장 많이 받은 국가는 스웨덴이다). 이 책은 트렌카의 『피의 언어』와 제목이 비슷해보였지만 내용은 매우 달랐다. ‘한국어판에 부치는 작가의 말’에서 심지어 ‘내가 태어난 나라 한국은 항상 강한 끈으로 나와 연결되어 있으리라. 그러나 절대로 내 모국이 될 수는 없으리라고 본다. 이를 인정한다는 것이 서글픈 일이기는 하나 명백한 사실이다. 한 번 나를 버린 가족은 다시 내 가족이 될 수 없으리라. 내가 속해 있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은 스웨덴에 있다.’고 못박는 대목이 지금까지도 목에 걸린 가시처럼 나를 괴롭히곤 한다. 트롯찌의 글은 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날짜나 시간과 같은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고 주로 입양과 한국에 대한 짧은 단상들로 이루어져있다. 전반부에서는 스웨덴에서 성장하면서 있었던 일화들, 한국의 생모에 대한 엇갈리는 생각과 감정들, 스웨덴에서 겪은 자신의 지울 수 없는 이질성에 대한 단상들이 주를 이루고 후반부는 ‘고향’인 부산에 찾아갔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한국에 돌아와 확인한 것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고 기억할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는 그의 이야기는 어딘가 해학적이면서도 애잔했다. 이 책에는 잔잔한 사색적 리듬이 있어 인상적이었는데 트렌카의 책에서 느낄 수 있는 통렬함은 그 대신 느끼기 어려웠다. 나중에 저자로부터 직접 듣게 되었지만 조미희의 책은 출판사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공을 거친 반면, 윤주희의 수기는 양부모의 폭행과 본인의 폭식증 등 언급하기 어려운 소재를 용기 있게 다루고 있기는 했지만 다소 덜 다듬어진 이야기로 기억한다.

이들의 수기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입양은 절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읽은 모든 작가는 독특한 자신만의 경험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그들의 글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았다. 양부모의 관계도 천차만별이었으며 입양에 대한 입장차도 컸다. 다만 이들의 글을 통해 내가 일관되게 느낀 것은 해외입양을 들여다보면 한국현대사에서 은폐되고 왜곡된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해외입양의 역사는 분명 슬픈 역사, 상흔의 역사이다. 전쟁과 가난의 역사, 매춘의 역사, 미국부대를 위해 만들어진 기지촌의 역사, 지금은 미혼모의 역사이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약자로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이다.

이 역사에 대한 증언은 한국계 미국문학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그 증언을 예전에 내가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이유는 입양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령 감명 깊었던 하인즈 인수 펜클(Heinz Insu Fenkl)의 자전소설 『나의 유령 형제 My Ghost Brother』(1996)의 결말부분을 보면 한국의 기지촌에서 자란 주인공은 어머니가 독일계 미군인 아버지와 결혼할 당시 이미 다른 남자와 낳은 아들이 한 명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를 미국에 해외입양 보내는 것이 결혼의 조건이었던 것이다. 그 이복형은 말하자면 자신이 태어나기 위해 없어져줘야 하는 존재였다. 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나는 최근에서야 입양문학과 연결시킬 수 있었다. 최근에 발표된 소설가 던 리(Don Lee)의 탐정소설『本國 Country of Origin』(2004)에서도 행방불명된 일본인 여성인물이 사실은 재일한국인(자이니치) 어머니와 일본에 파견된 미군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점이 밝혀진다. 이들 소설에서 입양인들이 행방불명되는 것이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실제로 역사에서 지워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양인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 © 운영자

3.
많은 입양인들이 고국을 다시 찾아오고 있다. 생모와 가족을 찾으러 오기도 하고, 한국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오기도 하며, 취업을 위해서 귀국하기도 한다. 갓난아이로 해외에 입양되어 갔던 그들은 이제 어엿한 성년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그들 대개는 고등교육을 받은 인텔리이며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미국에서나, 유럽에서나, 한국에서나 문화운동, 정치운동에도 이제 적극적이다.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모임을 통해 뭉치고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을 입양 보낸 주체들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도 1993년 제정된 ‘국가 간 입양에 관한 헤이그협약’에 가입을 하지 않고 있으며 1989년 제정된 ‘유엔아동권리협약’ 가운데 입양관련 조항들을 지키지 않고 있다. 입양기관들은 정보공개에 소극적이다. 게다가 제대로 된 기록이 없거나 서류가 위조되고 분실된 경우가 태반이어서 가족과 만나는 경우는 전체 해외입양인의 4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나는 앞으로 부모의 입장에서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줄 분들이 생기길 간절히 바란다. 침묵 당한 주체는 입양인 뿐만 아니라 자식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엄마들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전쟁고아들이 주로 입양되었지만 요즘은 미혼모들의 아이들이 주로 해외로 입양된다. 미혼모의 수기를 엮어낸 책도 나는 접했다. 대한사회복지회에서 펴낸 『별을 보내다 - 10대 미혼모들의 이야기』(2003)라는 책이었다. 그러나 독후감은 씁쓸했다. 미혼모들이 직접 쓴 글이 아니었다고 본다. 그들의 경험을 각색해서 마치 콩트처럼 다시 쓴 글들은 모두 심한 자책 투성이였다. 나는 인생에 있어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나는 아이를 버린 죄인이다, 이런 식이었다.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목소리는 미혼모의 목소리가 아니라 아직도 임신과 양육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어리고 힘없고 돈없는 사춘기여성들에게 죄책감을 뒤집어씌우는 남성중심적인 한국사회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폭력적 목소리로부터 충분히 독립하지 못한 복지회의 목소리였다.

한국사회에 이러한 편견이 여전히 만연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해외입양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입양인 작가들이 쓴 자전소설이나 소설 외에도 시집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시인 신선영(Sun Young Shin)의 『검정이 가득한 치마 Skirt Full of Black』, 리 헤릭(Lee Herrick)의 『욕망으로부터의 긴 거리 This Many Miles from Desire』, 제니퍼 권 돕스(Jennifer Kwon Dobbs)의 『종이 정자 Paper Pavilion』가 한꺼번에 출간되는 경사를 맞았다. 2008년에는 미국에서 요리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는 김순애(Sunée Kim) 작가가 자전소설/요리책 『서른 살의 레시피 Trail of Crumbs: Hunger, Love, and the Search for Home』를 펴내기도 했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장르에서 입양인 작가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입양인 작가들 몇 명과는 친구가 되어 자주 연락하고 지내게 된 나는 이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문학은 어쨌든 이들이 살아남은 기록이다.

안식년을 미국에서 보내면서 사귀게 된 미국 시인 로리 셱(Laurie Sheck)에게는 중국에서 입양한 딸이 있었다. 그 딸에 대한 사랑과 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살던 집 옆집 할머니는 노란머리 손녀를 늘 데리고 다녀 친해졌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딸 내외가 들여온 아이였다. 그 딸 내외의 슬하에는 친아들이 하나 있지만 데리고 온 것이었다. 이렇듯 미국에서 내가 알게 된 입양은 너무도 보편화된, 자연스러운 가족생활의 일부였다. 사랑의 실천이 아니라고 누가 말하겠는가. 그렇지만 인종이 다른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는 해외입양은 많은 위험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이기 때문에 제도를 뛰어넘는 사랑은 언제나 가능하겠지만. 나는 한국아이들이 가급적 친엄마에 의해 키워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