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황선재_번역가, 국민대 박물관 학예부장, 성신여대 강사. 1954년생. 역서 『이백과 두보』 등
중국문학사상 최고의 경지에 오른 시인은 이백(李白, 701～762)과 두보(杜甫, 712～770)로서, 전자는 낭만주의 시인의 대표, 후자는 현실주의 시인의 대표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이백은 달과 술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렇듯 우리에게 친근한 중국의 시인 아니 세계적 대시인인 이백은 자가 태백(太白), 호가 청련거사(靑蓮居士)로 측천무후(則天武后) 장안(長安) 원년(701)에 태어났다. 그의 주요 활동시기는 현종(玄宗, 712～756 재위)과 숙종(肅宗, 756～762 재위) 양대로서 당대의 번성기에서 쇠퇴의 길로 접어드는 전환기였다.
이백의 일생을 살펴보건대 초년기에는 촉(蜀, 지금의 四川省 江油縣 靑蓮鄕) 지방에서 고금의 경사자집 등 각종 전적을 두루 독파하여 후일 대시인이 될 소양을 쌓았으며, 청년기인 25세에 웅지와 큰 이상을 가지고 출촉(出蜀)하여 중국 전역을 만유하였다. 장년기인 천보(天寶) 초에는 3년 동안(742～744) 장안에서 한림공봉(翰林供奉)을 지낸 후 사직하고, 두보, 고적(高適)등과 교유하기도 하면서 도교에 의지한 채 재차 회재불우(懷才不遇)의 방랑생활을 하였으며, 만년기로 접어든 55세 때에는 안사란(安史亂)을 겪으면서 영왕(永王)의 막부에 참여한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을 언도받고 야랑(夜郞)으로 유배당하는 도중 특사로 사면되었다. 그 후 대종(代宗) 보응(寶應) 원년(762) 11월, 당도(當塗)의 현령인 족숙 이양빙(李陽氷)집에서 62세를 일기로 병사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그의 일생은 전기적인 색채가 농후하여 각종 신기한 전설과 고사가 전해온다. 곧 어머니의 꿈에 태백성이 품으로 들어왔다는 ‘장경입몽(長庚入夢)’, 어려서 할머니가 쇠몽둥이를 갈아 작은 바늘 만드는 것을 보고 감동하여 열심히 공부하였다는 ‘철저마침(鐵杵磨針)’, 꿈에 자신의 붓끝에서 꽃이 피어나 훌륭한 문장가가 되었다는 ‘몽필생화(夢筆生花)’ 등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또한 장안에 머무를 때는 당시 태자빈객을 지낸 재상 하지장(賀知章)으로부터 하늘에서 귀양온 신선 즉 ‘천상적선인(天上謫仙人)’이라는 칭호를 부여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취한 상태에서 양귀비(楊貴妃)에게 벼루를 갈아들고 서 있도록 하였고, 권력자인 고력사(高力士)에게 신을 벗기도록 한 소위 ‘귀비봉연(貴妃捧硯)’, ‘역사탈화(力士脱靴)’의 고사도 있었으며, 만년에는 당도의 채석강에서 배를 타고 술취한 채 강 속의 달을 잡으려다 익사한 후 고래를 타고 상천하였다는 ‘기경상천(騎鯨上天)’의 전설도 전해온다. 그러나 이백의 일생을 그의 시작품을 통하여 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방랑(放浪)과 음주(飲酒), 호협정신(豪侠精神)과 구선학도(求仙学道) 등 다양한 사상적 양상을 띠고 있지만, 겸제천하(兼済天下)라는 애국적 관점이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고전문학은 크게 시와 산문이 중심이 되어 역대로 대아지당에 올라 발전해 왔다. 그 가운데 시가는 시경(詩經)과 악부시(樂府詩)를 거쳐 고시(古詩)로 이어지다가 당대로 접어들어 평측과 운율을 강구하면서 근체시로 발전되었는데, 이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율시(律詩)와 절구시(絶句詩)이다.
이백의 작품을 집대성한 청 왕기(王琦)의 『이태백전집(李太白全集)』에 분류된 전체 시문의 내용과 편수를 살펴보면, 고풍(古風)․악부(樂府)․고근체시 등 시가는 987수이고, 고부(古賦)와 산문 등 잡저는 66편이며, 부록으로 습유시(拾遺詩) 52수, 습유문(拾遺文) 5편이 실려 있다. 이러한 시 중 가장 짧은 형식인 이백의 오칠언절구는 모두 187수로서 악부시에 17수, 고근체시에 152수, 습유시에 18수가 전한다.
이렇듯 그의 전체 작품 가운데 숫적으로 약 6분의 1을 차지하는 이백의 절구시는 역대로 여러 계층의 사람들에게 애송되었는데, 그 원인은 악부민가의 전통을 깊이 터득하여 창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질박한 언어의 운용과 있는 모습을 그대로 그린 백묘(白描)의 수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역대 당시선본(唐詩選本) 가운데에서 이백의 절구시가 가장 많이 선택 수록되었다.
그는 재주가 표일(飄逸)하여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는데, 절구시 가운데 「청평조사(淸平調詞)」 「영왕동순가(永王東巡歌)」 등은 악곡에 맞추어 지었으며, 「조발백제성(朝發白帝城)」 「춘야낙성문적(春夜洛城聞笛)」 등은 모두 당시(唐詩) 가운데 보배로서 각기 독특한 풍격을 갖추었다. 특히 과장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근심과 분개를 토로한 절구시가 많은데 호매하고 분방한 감정이 넘쳐흐른다. 예로 인구에 회자되는 “삼천 척을 날아 흘러내리는 폭포수는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 (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泉)”(「望廬山瀑布」)은 웅장한 기세의 백미이며, “3천 장이나 되는 백발, 근심으로 이토록 길어졌도다 (白髮三千丈, 緣愁似箇長)”(「秋浦歌」)에서는 깊은 울분을 표현하였다. 이러한 절구시들의 특징은 성조가 뛰어나며 의경이 함축적이고 운미(韻味)가 깊어서 그가 죽은 지 1천2백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애송되고 있으며, 후대의 어느 작가도 그 수준에 도달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역대로 이백의 오ㆍ칠언절구에 대하여는 모두가 일치되게 관고절금(冠古絶今), 즉 고금에 걸쳐 최고라고 인정하였다.
금번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 예정인 『이태백 오칠언절구』에서는 절구시 전체인 187수를 수록하고 작품마다 원문․번역․주석․해설 등 네 부분으로 나누어 기술하였으며, 부록으로 이백의 생애와 그에 대한 평가, 『이태백전집』의 내용 및 정리 과정을 설명하였는 바, 이 방면에 관심이 있는 제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