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없이, 앞줄에 셋이 앉고 뒷줄에 셋이 서서 전형적인 사진관 틀로 찍힌 무덤덤한 사진이다. 머리칼은 까맣고 얼굴들은 아직 미숙하고 몸은 구부정하니 부자연스러운 폼을 잡고 있어 ‘기념’으로 삼기에는 어색한 몰골들을 하고 있다. 그래도 여섯 모두가 웃음을 머금고 있어 무언가 좋은 일이 있어 보인다.
그랬다. 우리가 이렇게 모인 것은 방금 계간 『문학과지성』의 창간호가 나와서였다. 시국이 어수선하고 문단도 번잡스럽던 1970년, 7월 초에 김현(뒷줄 오른쪽)과 김치수(뒷줄 왼쪽), 그리고 나(앞줄 왼쪽)는 문학계간지를 내자는 데 합의하고 판사에서 변호사로 개업한 지 얼마 안 되는 황인철(앞줄 가운데)의 자금 지원을 받아 문공부에 정기간행물 등록 신청을 하는 한편 편집안을 짜고 원고 청탁을 하고 또 글을 쓰며 그리고 독촉하고 교정보며 부산스럽게 뛰어다닌 끝에 9월 초에 잡지 등록이 나왔고 바로 그날 김승옥이 표지화를 그린 우리의 잡지 『문학과지성』첫호가 막 간행된 참이었다. 우리는 김현의 말대로 “뜨끈뜨끈한” 초간본 몇 권을 받아 발행사인 일조각의 최재유 주간(뒷줄 가운데)과, 서울지검 검사로 황인철과 나의 고등학교 동기동창인 성민경(앞줄 오른쪽)과 모여 함께 반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하고 누군가의 제안으로 종로 1가의 사진관에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그러니까 문학과지성의 공식적인 출범을 알리는 모뉴망이다.
서른 안팎의 젊은 열기가 이렇게 그 육체적 실물로 드러나는 이 사진을 다시 꺼내 보며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을 만큼 크게 번진 ‘문학과지성’의 역사가 회상된다. 34년 전의 그 추억은 이 사진의 주인공들 중 반인 김현, 황인철, 성민경 셋이 아까운 나이로 먼저들 떠나갔기에 안타까운 슬픔으로 젖어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