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주인공보다 더 극적인 발터 벤야민의몇 가지 장면에 관하여
“내가 세상을 견뎌낼 수 있었다면, 그것은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해방구 학교 앞 막걸리집 산골소녀들은지금 어디에 있을까 레드 콤플렉스 번쩍했던 순간들 환멸의 기원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일제하 최고 베스트셀러,박계주 소설 『순애보(殉愛譜)』
문학은 시대를 성찰할 수 있는가 시 부문 - 낭만적 과잉의 시쓰기 소설부문 - 삶과 역사에 대한 노작가의 견인주의 평론부문 - 문학 , 밀거래된 꿈을 유통시키는 최후의 통로 번역부문 - 유려한 문장으로 원작 재창조
우리 시대의 해방구
글 유성호_평론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계간 ≪대산문화≫ 편집자문위원. 1964년생
평론집 『침묵의 파문』 『움직이는 기억의 풍경들』 등
해방구란 정치적으로 한 국가 안에서 저항 세력이 중앙 권력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저항의 근거지로 확보하고 있는 구역을 함의한다. 하지만 더 포괄적 의미로는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공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가령 백석 시편에 나오는 고방이나 시골집 다락방, 보리밭이나 과수원길, 죽치고 오래도록 앉아 시간을 죽이면서 음악을 듣던 다방이나 만취가 용인되던 허름한 술집 등은 모두 한 시절의 틀림없는 해방구였을 것이다. 다분히 밀실로서의 효과가 있고 또 다분히 은은한 해방감을 주던 그런 공간은 이제 많이 사라졌다.
우리는 주위에서 사라져버린 이러한 해방구들에 대한 애틋하고도 선연한 기억들을 안고 살아간다. 이때 그러한 해방구의 목록을 재현해봄으로써 우리는 우리 시대의 뚜렷했던 장면들을 되살려보고자 한다. 이번 《대산문화》 겨울호에서는 이러한 해방구의 사회학을 여러 분들이 살펴주셨다. 순서대로 윤후명, 구효서, 오수연, 손홍규 선생 등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소설가들께서 이 어려운 집필을 맡아주었다. 모두 청춘의 기억들을 아련하고도 아름답게 붙들어주셨다. 이분들은 모두 글쓰기라는 행위를 은신처로 삼아 살아온 분들인데, 그동안 자신에게 펼쳐진 해방구들이 사실은 더욱 깊이 숨어 자신을 닦는 일과 겹친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들려준다. 틈방이나 극장, 어떤 순간들, 자취방, 이 모든 것이 문학이라는 기원에 매혹과 환멸을 가졌던 이분들의 청춘 시절 해방구가 아니었겠는가.
이번 특집을 통해 우리는 한 시대에 대한 산뜻한 고고학적 회상과 함께, 해방구라는 해묵은 상징이 사실은 한 시대의 강력한 반영물이자 이제는 재현할 수 없는 역사적 흔적임을 충실하게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번 특집이 우리 문화에 대한 소중한 성찰의 자리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