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주인공보다 더 극적인 발터 벤야민의몇 가지 장면에 관하여
“내가 세상을 견뎌낼 수 있었다면, 그것은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해방구 학교 앞 막걸리집 산골소녀들은지금 어디에 있을까 레드 콤플렉스 번쩍했던 순간들 환멸의 기원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일제하 최고 베스트셀러,박계주 소설 『순애보(殉愛譜)』
문학은 시대를 성찰할 수 있는가 시 부문 - 낭만적 과잉의 시쓰기 소설부문 - 삶과 역사에 대한 노작가의 견인주의 평론부문 - 문학 , 밀거래된 꿈을 유통시키는 최후의 통로 번역부문 - 유려한 문장으로 원작 재창조
詩샘
김경미_시인, 방송작가. 1959년생
시집 『쉿, 나의 세컨드는』 『고통을 달래는 순서』 『밤의 입국심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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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시집 『밤의 입국 심사』를 낸 뒤 제목 때문에 두 가지 놀림을 받았다.
출판기념회를 공항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놀림과 『밤으로의 긴 여로』의 21세기 버전이냐는 두 가지 놀림이다. 앞의 건 시인이 가져야 할 가난은커녕 호사스러움에 넘치는 제목이란 놀림이고 뒤의 건 상투성을 답습한 제목이란 놀림이다. 앞의 놀림은 여행을 많이 다니는 이의 놀림이고 뒤의 건 시를 많이 쓰는 이의 놀림이다.
어중간하고 어정쩡한 내가 쓰고 싶은 시가 바로 그들의 놀림 같은 시인데 내게 그만한 재치와 유머감각이 있을지…….
드라큘라의 늦가을
이곳은 피가 너무 많아서 불합리하고 부적절해
피가 너무 흔해서 살 수가 없어 이곳은
루마니아거나 한국이거나
말하고 싶지 않아
말이 피가 될까봐
피가 곧 말이라고 할까봐 적합지 않아 이곳은
어두운 루마니아의 늦가을
가끔씩 돌아다니는 드라큘라의 발자국들
눈이 마주치면 그들의 검은 망토는
피 대신 맥주를 권하고 아무도 목을 물려고 하지 않지
내어줄 생각도 없지만 왠지 목숨이 갈수록 시시해지나봐
그래도 살기 싫은 마음은 없지
단지 피가 그립지 않은 이곳은 루마니아가 아닌 걸까
내가 벌써 목을 물린 걸까 다 틀린 걸까
나는 분명 서울의 늦가을에 심장이 멈췄는데
왜 루마니아의 늦가을에 와있는가 심장이 멈춰선가
아무 말이든 다 피라고 하니 목이 아픈 걸까
피는 언제부터 인간의 둥지가 되어 늦가을이면
루마니아에서 서울까지 서울에서 루마니아까지
붉은 나뭇잎들을 모으러 다니게 하고
말하고 싶지 않게 하고
시시한 목숨이어도 살기 싫지는 않게 하는가
내가 내 목이라도 물어야하는가
이 늦가을은 루마니아인가 서울인가
눈밑에 다시 검정색을 칠하고 망토를 두른다
겨울밤 11시 59분의 귀가
걸을 때마다 귓바퀴가 발밑으로 떨어진다
코는 깨진지 오래다
하루 종일 끝까지 밀고 나가면 된다던 손가락도
갈라진지 오래
오직 몽땅 다 끄고 막고 가린 겨울밤의 검정색들과
그 위로 종이같이 눈부신 가로등뿐
저 흑백의 둘이서 저렇게 밤내
모든 표현 다 써대니
나는 쓸 글자가 없는 것
뚝 - 한국어사전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중학생이 결심을 그치고 중년의 매출이 떨어지고
심야버스를 실은 길이 끊기고
수선집 할머니가 나 이제 어려운 수선 못해 끝장이야
시력이 떨어져 숟가락이 위기에 처하고
무 깍두기가 끊어져나가고
똑,보다 큰 소리로
바닥에 쌓이고 쌓이는 저체온의 수은주들
손목이 나가고 성적표가 파괴되고
다리 굵은 청년들 성냥개비처럼 부러지고
비행기가 기차처럼 탈선하고
튕겨져나온 가방들
머리위로 쏟아져내리는 세면도구와 구두들
다 합해서 2014년 현재
생사의 소식이 끊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