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주인공보다 더 극적인 발터 벤야민의몇 가지 장면에 관하여
“내가 세상을 견뎌낼 수 있었다면, 그것은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해방구 학교 앞 막걸리집 산골소녀들은지금 어디에 있을까 레드 콤플렉스 번쩍했던 순간들 환멸의 기원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일제하 최고 베스트셀러,박계주 소설 『순애보(殉愛譜)』
문학은 시대를 성찰할 수 있는가 시 부문 - 낭만적 과잉의 시쓰기 소설부문 - 삶과 역사에 대한 노작가의 견인주의 평론부문 - 문학 , 밀거래된 꿈을 유통시키는 최후의 통로 번역부문 - 유려한 문장으로 원작 재창조
분노하는 ‘워커홀릭’ 소설가 고광률
글과 판화 남궁산_판화가. 1961년생
저서 『생명, 그 나무에 새긴 노래』 『인연을 새기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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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률은 부지런하다. 그래서 바쁘다. 낮에는 직장생활하고 밤에는 강의한다. 도대체 소설은 언제 쓰는지 궁금하다. 그는 자신의 “글 쓰는 행위는 숨 쉬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생활 속에 일부일 뿐,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그를 만날 때마다 그 부지런함을 상찬하지만, 때때로 ‘워커홀릭’인 그를 지청구한다.
원칙주의자이기도 한 그는 모순과 부조리에 대해 천착한다. 분노하지 않아 세상이 ‘이 지경’이라고 역설한다. 굽힐 줄 모를 것 같은 그가, 대체 직장생활을 어찌 30년 가까이 하고 있는지, 아마 속이 새까맣게 되었을 것일 테다. 당연히, 고광률의 작품에는 그의 성정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평자들은 ‘정통적인 리얼리즘 정신을 바탕으로 간결한 문장과 꽉 짜인 구성,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현실과 역사에 대한 분노가 뜨겁게 살아 있다’고 그의 소설을 인정한다. 특히 그가 이태 전에 상재한 장편 『오래된 뿔』은 ‘오랜만에 만나는 힘찬 남성적 소설’이라는 평가와 함께 많은 평자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 소설은 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깔고 우리의 현대사를 추리적 기법으로 다룬 작품이다. 1993년 광주에서 집필을 결심한 후, 7년 동안 취재를 다니고 공부를 했던 결과물이다. 2004년 초고를 집필했으며 두 해에 걸쳐 개작을 한 후에 2012년에 발표했다. 왜 그러느냐고 묻자, 농담처럼 말한다. “전업작가가 아니니까 그러는 것이지.” 전업작가가 아니니까 그런 소설을 쓸 수 있고, 또 그렇기 때문에 써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그에게 있어 소설은 세상과의 투쟁인 셈이다.
어려서부터 ‘예술쟁이의 끼’를 감출 수 없던 고광률은, 붓을 들고 화가의 길을 걷고자 하였다. 그러나 대학입시에서 ‘약시’가 문제가 되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문학으로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연극 동아리 활동과 학보사 기자 등, 여러 길을 넘나들며 대학시절을 화려하게(?) 보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이력은 어지럽다. 잡지사 기자, 출판사 편집자, 스피치라이터, 카피라이터, 선거 기획자, 대학 신문방송사 상임편집국장 등등. 요즘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기획까지 넘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하니 보고, 듣고, 겪은 것 또한 많을 것일 테다. 그는 종종 “쓸 건 많은데, 시간이 없어 쓰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나는 그의 소설이 더욱 더 넓어지고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감한다.
고광률과의 인연은 90년대 중반 즈음인 것 같다. 그가 편집하던 잡지에 판화를 실으면서였다. 하지만 21세기가 넘어서야 서로 ‘동갑내기’인 것을 확인하고 이른바 ‘절친’이 되었다. 2010년에는 그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 ‘장서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전시회를 핑계 삼아 그와 함께 가을밤을 쫓아 별을 헤아리던 때가 눈에 선하다.
그의 장서표에는 진홍빛 정렬의 삶을 살다가 통꽃으로 지는 동백꽃이 피어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