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주인공보다 더 극적인 발터 벤야민의몇 가지 장면에 관하여
“내가 세상을 견뎌낼 수 있었다면, 그것은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해방구 학교 앞 막걸리집 산골소녀들은지금 어디에 있을까 레드 콤플렉스 번쩍했던 순간들 환멸의 기원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일제하 최고 베스트셀러,박계주 소설 『순애보(殉愛譜)』
문학은 시대를 성찰할 수 있는가 시 부문 - 낭만적 과잉의 시쓰기 소설부문 - 삶과 역사에 대한 노작가의 견인주의 평론부문 - 문학 , 밀거래된 꿈을 유통시키는 최후의 통로 번역부문 - 유려한 문장으로 원작 재창조
쓰여 있지 않은 것의 번역이 가능한가
글 김시몽_번역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1972년생
불역 은희경 소설 『비밀과 거짓말』
오래전부터 단편소설을 외면해온 프랑스 독자들 앞에 내놓을 수 있는 한국 장편소설이 많지 않아 그간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장편소설을 쓰는 한국 작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그 전망을 밝혀주고 있는데, 은희경은 이러한 작가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표적 작가라 할 수 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은희경의 7번째 작품 『비밀과 거짓말』(2005)이 김영숙과 아르노 르 브뤼스크(Arnauld Le Brusq)의 공역을 통해 ‘Secrets’라는 제목으로 올해 프랑스에서 출간되었다. 『비밀과 거짓말』은 프랑스에서 6번째로 소개되는 은희경의 소설이지만, 이번 출간은 프랑스 출판계에서 무게감을 갖고 있는 필립피키에(Philippe Picquier)출판사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2002년 불역되어 나온 『새의 선물』(1995)을 시작으로 그녀의 작품들이 널리 배포되지 못했다는 점이 그 동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출판사의 지원으로 은희경의 작품과 프랑스 독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만남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이번 작품은 두 번역자가 불어 텍스트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소설에 들어가기에 앞서 프랑스 독자들이 어려워하는 인물들의 한국 이름과 소개를 담고, 소설 내에 등장하는 한국문화와 관련된 용어들을 정리, 설명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독자들이 이 소설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긴다.
소설가 은희경에게 있어서 『비밀과 거짓말』은 특별한 위상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첫 소설 『새의 선물』 과 『아내의 상자』에 이어 소위 여성작가로 불려온 그녀는 이 장편소설에서 한국사회의 일면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비밀과 거짓말』은 주인공 영준의 고향 K읍과 그의 아버지를 둘러싼 비밀과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수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이야기의 구성이 얽히고 설켜 다소 몰입하기 힘들지만, 한국 사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그 발전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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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비밀과 거짓말』을 읽으면서 내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자기 고향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소설 배경으로 나오는 K읍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찾을 수 있는 곳이며, 진실보다 더 많은 비밀과 거짓말들로 휩싸이던 시간들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비밀이 무엇인지 그리고 비밀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 무엇인지 끝까지 해명해주지 않는 것은 작가의 전략일지도 모른다. 비밀답지 않지만 누구나 다 접해 본 비밀과 진실이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린 거짓말이 우리 과거와 현재를 만들었다는 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쓰여 있지 않은 그 사실, 즉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직감으로 알 수 있는 그 사실이 외국어로 옮겨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흔한 이야기지만, 번역이란 단순히 단어 하나하나를 도착어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원서를 텍스트로서 옮기는 작업이다. 따라서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넘어서 텍스트가 던지는 문제제기를 옮겨야 한다. 그러나 『비밀과 거짓말』과 같은 소설은 텍스트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이 한국 근현대사를 주요 맥락으로 삼는 것이라 문화역사적으로 다른 배경과 맥락에서는 어떻게 옮겨질 것인지, 다시 말해 프랑스 독자들이 이 쓰이지 않은 맥락을 소설 속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지가 참으로 궁금하다.
※ 불역 『비밀과 거짓말』은 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 지원을 받아 프랑스 필립피키에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