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

소설 주인공보다 더 극적인 발터 벤야민의몇 가지 장면에 관하여

디지털 현실 속에서 구원과 신성을 성찰하다

라이따이한에 관한 거짓 혹은 진실

삶의 주인이 되는 길

선택과 배제를 넘어서

“내가 세상을 견뎌낼 수 있었다면, 그것은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해방구 학교 앞 막걸리집 산골소녀들은지금 어디에 있을까 레드 콤플렉스 번쩍했던 순간들 환멸의 기원

책상은, 책상이다?

운명, 미워하지 않는다

폭설 속에 새긴 궁핍한 시절의 꿈 하나

빈자리

신촌, 유령이 떠도는 거리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일제하 최고 베스트셀러,박계주 소설 『순애보(殉愛譜)』

문학은 시대를 성찰할 수 있는가 시 부문 - 낭만적 과잉의 시쓰기 소설부문 - 삶과 역사에 대한 노작가의 견인주의 평론부문 - 문학 , 밀거래된 꿈을 유통시키는 최후의 통로 번역부문 - 유려한 문장으로 원작 재창조

詩샘

판의 미로 데자뷰

밤에 듣는 밤 이야기

뻐끔담배 우산을 꽃이라 불러보는 오후 새들은 어디서 날아오나 시간을 담는 용기 흔해빠진 자살 여행

문학현장

시 부문 - 낭만적 과잉의 시쓰기

글 | 이광호_평론가,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1963년생
평론집 『익명의 사랑』『도시인의 탄생』, 산문집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등

박정대 시집
『체 게바라 만세』

낭만적 과잉의
시쓰기

박정대의 ‘시’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아마도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시는 ‘시’라는 것이 가지는 일반적인 미학적 규율로부터 비껴서 있다. 그의 시는 ‘시’로서의 기본 조건 중의 하나인 언어의 절제나 정제된 감성 따위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시는 거의 맹목적인 수준에서의 감정의 통제되지 않는 질주를 보여주며, 그 폭발력이 가지는 ‘문학성’은 ‘시’라는 장르의 미학적 규율에 가두어 둘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시는 끝을 알 수 없고, 규칙과 문법을 알 수 없으며, 마침내 ‘시’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그의 시가 감정의 무한 확대와 동어 반복의 지루함을 갖고 있으며, 이국적인 이름과 낭만적이고 혁명적인 이미지들에 대한 과도한 열광으로 점철되어 있고, 형식적인 완결성을 갖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다. 그에게 문제되는 것은 ‘시’가 아니라 ‘시쓰기’의 문제일 것이다. 그의 시집은 완결된 개별적인 시들의 집합으로서의 ‘시의 집’이라기 보다는 ‘시쓰기’의 흔적 혹은 잔여물들이다. 박정대의 시에게 중요한 것은 ‘시쓰기’라는 수행적인 행위 자체이지 그 결과물이 아니다. 즉흥 연주가 그 일회성으로 인해 음악적 수행성을 실현하는 것처럼, 그의 시는 미학적 완성도의 결과로서 말하는 시가 아니다. 그의 시들이 왜 장광설을 담고 있고 그의 시집들은 왜 그렇게 두꺼운가 따위의 질문도 이런 맥락에서 무력하다. 박정대의 시적 방법론의 요체는 그의 시에 나오는 문장 “시를 쓸 때 나는 아무것도 통제 하지 않는다”일 것이다. 그것은 차마 ‘방법론’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이어서, 그것은 방법론을 무시하거나 의식하지 않거나 초과하는 시쓰기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미적인 형식이 아니라 무한한 정신적 주관성의 세계인 것이다. 그가 이런 시쓰기에 도달하게 된 동력은 그의 대책 없는 센티멘털리즘이겠지만, 그것은 깊고 근원적인 낭만적인 충동, 즉 다른 삶, 다른 시간과 공간에 대한 무한한 동경, 그리고 그 동경의 감정을 형식에 가두지 않는 태도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의 시가 혁명과 “체 게바라 만세”와 “감정 공산주의”와 “인터내셔널 포에트리 급진 오랑캐 밴드”를 노래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으며, 그 모두는 통제를 거부하는 모든 ‘과잉’의 이름인 것이다. 시쓰기의 수행적 성격은 혁명의 행위와 동의어가 된다.

태양은 검은 염소의 눈동자처럼 주황색으로 빛났다 염소가 한 번 눈을 감았다 뜨자 애도 일기가 시작되었다 이것은 사막의 밤에 대한 애도의 방식 염소가 눈을 몇 번 더 깜빡이자 밤이 되었다 염소의 주황색 눈동자에 그어진 검은 한 일자처럼 찾아오는 밤 검은 털을 가진 염소의 밤, 가죽을 벗겨서 두드리면 그대로 컴컴하게 북소리가 울릴 것 같은 밤, 한 줄기 검은 애도의 밤. - 「애도 일기」, 부분

이 시집에서 ‘애도일기’라는 제목을 가진 시들이 여러 편 있다. 그것들은 숫자를 표시하거나 부제를 달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목 자체로는 구별되지 않는다. 시 한 편 한편의 개별적인 미학적 완결성을 우선시하지 않는 태도와 무관하지 않겠지만, 이들 시에서 ‘애도’라는 개념은 낭만적 과잉의 세계 안에서 조금 다른 풍부한 뉘앙스를 얻게 된다. 일반적으로 애도란 의미 있는 대상을 상실한 후에 따라오는 마음의 상실감을 극복하고 평정을 회복하는 정신과정을 의미하지만, 이 시에서는 애도의 낭만적인 전유라고 부를 수 있는 장면이 나타난다. 애도가 지금 없는 것, 상실된 것에 대한 내적 태도라면, 그것은 곧 매 순간 사라지는 모든 순간과 장소에 대한 동경이 된다. 이 시의 이국적인 풍경 자체가 동경의 대상이며, 그 풍경 안에서 염소의 눈동자의 껌뻑임은 시시각각 변하는 사막의 밤이라는 시공간에 대한 상실의 징후이며, 모든 우주적 순간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불러온다. 대자연 앞에서의 우주적인 고독이라는 낭만적인 감수성과 상상력은 이국적인 고독의 형상으로 드러난다. 낭만적 과잉의 시쓰기는 지상에 남은 모든 고독의 형상들이 가리키는 곳, 저 무한을 향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