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주인공보다 더 극적인 발터 벤야민의몇 가지 장면에 관하여
“내가 세상을 견뎌낼 수 있었다면, 그것은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해방구 학교 앞 막걸리집 산골소녀들은지금 어디에 있을까 레드 콤플렉스 번쩍했던 순간들 환멸의 기원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일제하 최고 베스트셀러,박계주 소설 『순애보(殉愛譜)』
문학은 시대를 성찰할 수 있는가 시 부문 - 낭만적 과잉의 시쓰기 소설부문 - 삶과 역사에 대한 노작가의 견인주의 평론부문 - 문학 , 밀거래된 꿈을 유통시키는 최후의 통로 번역부문 - 유려한 문장으로 원작 재창조
가을 출판시장의 승자는 노벨상
글 박상익_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1984년생
2년 동안 사회부 경찰 담당 기자를 하고 나서 봄부터 문화부 문학·출판 담당 기자가 됐다. 평소 취미 중 하나가 독서라고 당당히 이야기하고 다녔지만 막상 부서에 배치 받고 나니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매일 회사로 배달되는 책들은 셀 수 없이 많았고 기사로 소개할 책을 햇병아리 기자인 내가 고른다는 사실이 왠지 부끄러웠다. 신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나 인터뷰에서 유명 작가들을 만날 때면 작품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어설픈 질문으로 망신당하면 어떡하나 따위의 걱정이 밀려왔고 이 걱정은 지금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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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 동안도 문학·출판계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 10월엔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발표됐고, 강화된 도서정가제가 11월 21일부터 시작됐다. 기존 도서정가제는 출간 후 18개월 이내의 신간은 19%까지만 할인 판매할 수 있고, 나머지 도서에 대해선 할인율 제한이 없었지만, 새 도서정가제는 신·구간 구분 없이 총 할인율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출판계에선 무너진 동네서점과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발판이라고 홍보했지만, 독자들과 일부 언론에선 ‘제2의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201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파트리크 모디아노는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다.
그는 전쟁 직후의 암울한 기억을 신비로운 언어로 되살려낸 작가로 평가받는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붙잡을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환기시키고 나치 점령기의 생활상을 드러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프랑스 작가로는 2008년 르 클레지오 이후 6년 만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다.
모디아노는 1945년 파리 근교에서 이탈리아 출신 사업가인 아버지 알베르 모디아노와 벨기에 출신 영화배우인 어머니 루이자 콜페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점령하의 파리에서 만나 신분을 감춘 채 함께 살았다. 그는 전쟁 직후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부모의 불화로 인해 암울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청년 시절마저 프랑스 혼돈기와 맞물려 그의 작품엔 우울함과 불안, 허무 등이 배어 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현대 프랑스 문학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모디아노의 대표작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퇴역 탐정이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여정을 그렸다. 주인공 롤랑은 다른 인물의 뒤를 밟듯 낯선 자신의 과거를 추적한다. 탐정소설의 구조를 이용해 자신의 과거를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2차 세계대전의 참화와 그로 인한 인간의 아픔과 마주한다. 전쟁 중 태어나 과거를 상실한 세대로 자란 모디아노는 ‘기억 상실’로 표현되는 프랑스 현대사의 한 단면을 바라보며 인간 존재의 ‘소멸된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인 주제까지 다뤘다.
이 작품은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바로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했다. 책을 펴낸 문학동네는 이번 가을 출판시장의 승자로 떠올랐다. 노벨문학상뿐만 아니라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책도 문학동네에서 나와 화제가 됐다. 파키스탄에서 여성 교육 운동을 하다 탈레반에게 총격을 당한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이야기인 『나는 말랄라』도 문학동네가 국내에 소개했다. 2007년 파키스탄 스와트밸리를 점령한 탈레반이 여성 교육을 탄압하자 말랄라는 2009년 1월부터 영국 BBC 방송의 우르두어 블로그에 파키스탄 판 ‘안네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말랄라의 글 덕분에 학교를 폐쇄한 탈레반의 만행이 세계에 알려졌고 그는 탈레반의 표적이 됐다. 총격 후 생사를 넘나들었지만 다행히 살아난 말랄라는 영국에서 지내며 세계에 교육과 평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노벨 평화상 발표를 얼마 남기지 않고 신간을 소개하는 북 섹션에 쓸 책으로 『나는 말랄라』 기사를 썼는데 책을 읽으며 큰 감동을 받았다. 다만 이 책은 모디아노의 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게 팔렸다고 해서 아쉬운 생각이 든다.
국내 문학에선 김종철 전 한국시인협회 회장의 유고시집인 『절두산 부활의 집』(문학세계사)이 지난 10월 출간됐다. 지난 해 7월 췌장암 진단을 받았던 고인은 병세가 호전되며 지난 3월 한국시인협회장에 당선돼 활발히 활동했지만 급작스레 다시 찾아온 병마를 끝내 이기지 못했다.
유고시집에는 시인이 세상을 떠나기 2주 전까지 암병동에서 다듬었던 유고 시 「절두산 부활의 집」을 비롯해 미발표 유고시 37편과 그간 문예지 등을 통해 발표된 시 등 80편의 시가 담겼다. 암 선고 이후부터 임종 직전까지의 심정을 담은 1부를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문화부 기자가 되자마자 고인이 시인협회장으로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 시의 발전을 위해 많은 애를 썼던 고인의 명복을 빈다. 지난 9월 고인의 뒤를 이은 문정희 신임 회장도 전임 회장의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새로이 시작하는 도서정가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입에 올릴 만한 화제 중의 화제다. 도서정가제를 취재하며 느낀 각계의 분위기를 정리하자면, 출판사는 약간의 기대감, 동네서점은 시큰둥, 인터넷서점은 묵묵부답, 독자들은 극렬 반대인 상황이다. 출판계에선 강화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오히려 도서 가격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기존의 할인폭을 감안해 책정했던 가격보다 1000원 정도는 내릴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책의 가격을 다시 매겨 파는 ‘재정가 제도’가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책값이 크게 오르진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독자들은 기존의 책값도 믿지 못하겠는데 새 책값을 어떻게 믿겠냐며 인터넷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동네서점의 반응은 나쁠 건 없지만 좋을 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한 동네서점 대표는 “사람이 다쳐서 피를 흘리고 있는데 지혈도 아니고 흐르는 피나 닦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배경엔 온라인 서점의 무료배송, 카드사 제휴 할인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는 온라인 서점의 각종 할인과 무료배송을 할인율에 포함시키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유관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나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 의견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자이면서 독자인 나는 도서정가제 기사를 쓸 때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책 또한 상품이기에 판매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언어를 기반으로 한 문화 자원이란 점을 독자들에게 잘 알려 지지를 얻는 것이 새 도서정가제가 정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