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 웹진

언젠가부터 즐겨찾기에서 페이스북(Facebook)을 클릭하는 것으로 내 일상이 시작되곤 했다. 그러니까 지난 밤 사이에 이른바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이 보낸 메시지나 올린 글, 사진, 동영상, 다양한 정보, 사유의 단상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여는 것이다. 애초에는 트위터(twitter)를 먼저 시작했더랬다. 가끔씩 짧은 단상이나 팔로워(follower)에게 전하고 싶은 정보를 올리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유사한 내용들이 난무하는 타임라인이 시들해졌다. 이즈음에는 새롭게 파워트위터리안으로 떠오른 절필한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인 고종석의 멘션을 확인하러 가끔 방문할 뿐이다.

처음에는 수업의 연장선상에서 학생들과의 활발한 대화와 교류를 위해 시작했던 페이스북이 이제 내 일상과 실존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40자에 한정된 트위터와는 달리 비교적 긴 글을 쓸 수 있다는 점, 트위터에 비해 좀 더 살가운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페이스북으로 나를 이끈 요인이 아니었던가 싶다.

내 ‘페친’들의 절반은 대학 제자들이다. 그리고 약 20%가 문인들인데,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소식을 접하거나 교류를 나누는 문인들은 시인 김응교 임동확 이산하 김소연 전영관 정해종 장대송 최정례 노혜경 정한용 송호찬 조현석 박선욱 오민 이운진, 소설가 이제하 박범신 이순원 하창수 류철균 김도언 박정애, 비평가 백낙청 김명인 구모룡 신철하 손종업 장은수 천정환 최현식 최강민 이명원 노대원 김동수 강우성 강성률 등이다. 페이스북을 통한 이들과의 교류와 대화에 대해서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리라. 때로는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하고 생각되는 소모적인 순간들도 있으며 또한 읽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글들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나를 아직까지 페이스북으로 이끄는 심리적 동인은 무엇일까. 최인훈이 쓴 『회색인』의 주인공 독고준이 자주 읊었던 대로 ‘고독’하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는 글이나 사진 등은 자체적인 내부 검열(?)을 거쳐 포장된 일면적인 이미지일 수도 있다. 인간은 얼마나 이중적이고 복잡하고 모순적인 존재이던가. 그래서였을까, 페이스북을 하게 되면 더 외로워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가령 ‘나는 이렇게 힘들고 불행한데, 저 친구들은 왜 저렇게 늘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가?’는 정서가 존재하리라. 만성적인 고독 끝에 찾은 페이스북에서 오히려 ‘고독의 심연’을 체험하기도 한다.

아니 이렇게 말해보자. 단지 고독을 달래기 위해서 페이스북에서 서성대며 1년 반이 넘은 시간 동안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여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 아마도 타인의 욕망과 고뇌, 일상의 편린, 사유의 표정을 접하고 싶다는 호기심이 작용했으리라. 그 타인이 내가 좋아하거나 잘 아는 문인이라면 호기심은 한층 커진다.

그렇다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접하지 못했을 귀한 영화, 책, 기사, 동영상, 정치적 아젠다, 그리고 한 번도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어떤 사유의 표정과 순간의 단상들을 페친들을 통해 마치 섬광처럼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꽤 있다. 아 이 사람이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저 시인은 저런 음악을 좋아하네…… 문학이 다양한 타자를 곡진하게 이해하기 위한 인간학의 일종이라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그러한 노력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직접 만나기 힘든 무수한 타인(문인)의 표정과 욕망, 고뇌, 나르시시즘, 허위의식, 열정이 보인다. 그게 모두 환상이라고 조작된 이미지라고 말하는 당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그 환상과 이미지를 향한 욕망조차도 한 인간의 생생한 그림자이자 절박한 흔적이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아직도 페이스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