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무방과 들병이와 장삼이사들을 만나다-김유정의 실레이야기마을
지식산업의 중심, 출판의 안과 밖 해방 후 상업출판사의 형성과 발전 그리고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네 가지 전략 전집(全集), ‘모두’를 모아 읽게 해주려는 로망 순문학의 죽음과 이야기의 탄생
조선 재건에 헌신한 농사꾼 출신 영의정의 궤적-김육의 『잠곡유고』
문학의 풍경 자동차 이력서 진실은 반박당하기 쉽다 낙서의 기술
수상작 선정｜ 어둠 속에도 빛을 발한 2015 한국문학의 별들 제23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인터뷰 수상작 리뷰 시 부문｜타국에서 촉발되는 혈연의식과 간절한 언어 수상작 리뷰 소설 부문｜나는 서 있어 이 이야기 앞에 수상작 리뷰 희곡 부문｜'딱 중간에 서는 인생' 의 연대기이자 현대사 수상작 리뷰 번역 부문｜제3세대 번역가의 탄생
「 마음이 기우는 곳 」외
박준 ㅣ 시인. 1983년생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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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눈앞에 두고 나서야 지난여름을 생각한다.
머물던 곳과 함께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늘 마음보다 생각이 늦다.
마음이 기우는 곳
무는 거두었는가? 나는 밭은커녕 광에도 못 들어가 보고 밤차 타고 광주 왔어야 긍께 지난번 그 대학병원 여기 인연이 징해 시아버지 시어머니 여기서 보내드렸지 애들 아버지도 보름 입원했다가 여기서 갔지 재작년에 큰애기 암수술 여서 했지 미옥이? 미옥이가 원무과 그만 둔 지가 언제인데 미옥이 타령이여 지 엄마까지 데리고 이민 갔다니까 이제 병원비도 안 깎아주제 근다고 어떻게 사람이 신세만 지고 나 몰라라 하는가 아프고 병들 때마다 쪼르르 와서 앓다가던 곳인데 좋은 일로도 와야 쓰지 나무도 한번 기운 쪽으로 자라는 법인게 그려 딸, 요즘 애들은 딸이 더 좋다는구먼 아니 예정일은 며칠 남았는데 어젯밤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야야 시방 전화 끊어야 수술 끝난 듯 싶소 아침저녁으로 달구새끼 모이 좀 주고 응응 욕보소
여름의 일
연을 시간에 맡겨두고 허름한 날들을 보낼 때의 일입니다 그 허름함 사이로 잊어야 할 것과 지워야 할 것들이 비집고 들어올 때의 일입니다 당신은 어렸고 나는 더러워서 우리가 자주 격랑을 보던 때의 일입니다 갑자기 비가 쏟고 걸음이 질척이다 멎고 마른 것들이 다시 젖을 때의 일입니다 배를 타고 연안으로 나갔던 사내들이 돌아와 침과 욕과 돈을 길바닥으로 내던질 때의 일입니다 와중에도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어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던 때의 일입니다 아니 갈 곳 없는 이들만 떠나가고 머물 곳 없는 이들만 돌아오던 때의 일입니다 잠에서 깨어났지만 눈을 한참 더 감고 있는 일로 당신에게서 한껏 멀어져보기도 하던 그해 여름의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