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무방과 들병이와 장삼이사들을 만나다-김유정의 실레이야기마을
지식산업의 중심, 출판의 안과 밖 해방 후 상업출판사의 형성과 발전 그리고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네 가지 전략 전집(全集), ‘모두’를 모아 읽게 해주려는 로망 순문학의 죽음과 이야기의 탄생
조선 재건에 헌신한 농사꾼 출신 영의정의 궤적-김육의 『잠곡유고』
문학의 풍경 자동차 이력서 진실은 반박당하기 쉽다 낙서의 기술
수상작 선정｜ 어둠 속에도 빛을 발한 2015 한국문학의 별들 제23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인터뷰 수상작 리뷰 시 부문｜타국에서 촉발되는 혈연의식과 간절한 언어 수상작 리뷰 소설 부문｜나는 서 있어 이 이야기 앞에 수상작 리뷰 희곡 부문｜'딱 중간에 서는 인생' 의 연대기이자 현대사 수상작 리뷰 번역 부문｜제3세대 번역가의 탄생
문학현장
희곡 「알리바이 연대기」(김재엽 작)는 역사적 현실에 대한 서사적 글쓰기로, 개인사를 한국 현대사와 교묘하게 교차시켰다. 작가 자신의 아버지와 형 그리고 자신의 개인사를 통하여,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주는데 나름 현대사의 굵직한 사항들을 잘 정리 하였다. 상징적 아버지라고 할 대통령과 실제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인사와 현대사가 얽히게 된다. 아버지는 박정희와 같은 고향 사람으로, 해방 직후 일본에서 돌아 온 고향 집과 6·25 전쟁 중 포병학교에서 서로 만난다. 그 후 4·19 후 장준하 선생이 주도했던 국토건설요원이 되고, 5·16을 겪는데, 그 때 다시 본 박정희 영상이미지가 직접 본 것보다도 생생했다고 기억한다. 이후 경북대학교 사무국 서기로 발령받으나 군사정부에 대한 막연한 반감에 사표를 내고 고등학교 영어 선생으로 근무한다. 그는 《사상계》를 사랑하며, 동아일보를 보고, 헌 외국 서적을 모으며, 일생을 마친다. 작가는 아버지의 외국어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과 열정은 지금 여기를 벗어나고 싶은 알리바이는 아니었을까 라고 묻는다. 1971년 김대중 대통령 유세장에 아들을 데려가고, 유신헌법을 읽고, 인혁당 사건을 들었으며, 장준하선생의 죽음을 방송으로 듣는다. 그러나 스스로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딱 중간에 서는’ 일생을 아들에게 강조한다. 한편 형은 80년대 대학생활을 하며 운동권의 분신을 목격하나, 딱 하룻밤을 술 취해서 대구 고향경찰서에서 보냈을 뿐이다. 서술자 나인 작가는 고등학교 때 전교조 교사 사건을 겪고, 90년 초반의 대학생활 때는 선배의 강권으로 5·18특별법 제정을 위한 한총련 집회에 딱 한 번 참석하며 IMF를 겪는다. 이렇듯이 대한민국 현대사를 스치며 속도감 있게 작품을 진행하였으나, 작가는 서술자요 객관적 기술자로만 남는다.
문제는 ‘알리바이’인데, 아버지는 6·25때 탈영을 했던 사실마저도 그 이후 장교로 복무하면서 알리바이를 만든다. 현대사의 어떤 시점에서도 소시민은 되도록 중간에 서서 알리바이를 만들며 회피한다. 그런데 현대사의 고비 고비에도 바로 이런 알리바이가 존재한다. 역사는 승자의 논리에서 쓰이기 때문에, 현대사의 기록도 승자들의 이러한 알리바이를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두려움과 비겁함으로 탈영하여 알리바이를 만들었지만, 현대사의 승자들은 자만심과 폭력으로 알리바이를 만든다는 점이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교가 느껴질 때 작품은 개인사를 넘어서 현대사에 대한 고찰로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현대사의 책임을 묻고 있는 뛰어난 균형 감각이 주목되었으니, 현대사와 개인사를 교차시켜감정적 교감을 이끌어냈으며 역사의식까지 아슬아슬한 중립성을 유지하였다. 결국 현대사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연대기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현대사에서 소시민의 살아남기는 알리바이 뿐이었을까?
현대사 속에서 악당도 영웅도 아닌 평범한 우리 아버지가 겪은 죄책감과 부채감의 역사가 잔잔하게 다가오며, 그 배경에 거대 역사의 모순들이 풍자되고 야유된다. 작가가 말했듯이 “신화 속에서 꿈꾸기보다는 역사 속에서 싸우기를, 예술이라는 타이틀로 포장하기보다는 인문사회과학의 사유로 발가 벗겨지”는 생각하는 서사적 희극을 만나게 된다. 극작술도 작가 나를 앞세워 서술하는 서사극이면서도,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오가며 긴장감과 속도감을 주었다. 공연의 무대는 작가의 데뷔작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와 같이 압도적인 서가로 묘사되어, 더욱 사고(思考)를 채근하는 듯싶었다. 서가에서 책을 읽거나 그 사이를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소심하면서도 올곧은 아버지상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연대기이며 현대사에 대한 풍자요 반성이기에 서사적이며,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하는 보통보다 못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희극이다. 다만 후반부 병상으로 가면서 작가 개인적인 감상이 드러나거나 이야기의 응집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시민의 살아가기가 근현대사 역사 돌아보기로 이어지며, 서사적 극작술과 맞물려서 감동으로 다가온 오랜만에 만난 수작(秀作)이다.
수상작 리뷰 희곡 부문｜'딱 중간에 서는 인생' 의 연대기이자 현대사
글 이미원 ㅣ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연극평론가. 1954년생
저서 『한국 현대극작가 연구』 『연극과 인류학』 『탈중심 연극의 모색』 『세계화시대 해체와 연극』 등
김재엽 희곡
알리바이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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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알리바이 연대기」(김재엽 작)는 역사적 현실에 대한 서사적 글쓰기로, 개인사를 한국 현대사와 교묘하게 교차시켰다. 작가 자신의 아버지와 형 그리고 자신의 개인사를 통하여,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주는데 나름 현대사의 굵직한 사항들을 잘 정리 하였다. 상징적 아버지라고 할 대통령과 실제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인사와 현대사가 얽히게 된다. 아버지는 박정희와 같은 고향 사람으로, 해방 직후 일본에서 돌아 온 고향 집과 6·25 전쟁 중 포병학교에서 서로 만난다. 그 후 4·19 후 장준하 선생이 주도했던 국토건설요원이 되고, 5·16을 겪는데, 그 때 다시 본 박정희 영상이미지가 직접 본 것보다도 생생했다고 기억한다. 이후 경북대학교 사무국 서기로 발령받으나 군사정부에 대한 막연한 반감에 사표를 내고 고등학교 영어 선생으로 근무한다. 그는 《사상계》를 사랑하며, 동아일보를 보고, 헌 외국 서적을 모으며, 일생을 마친다. 작가는 아버지의 외국어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과 열정은 지금 여기를 벗어나고 싶은 알리바이는 아니었을까 라고 묻는다. 1971년 김대중 대통령 유세장에 아들을 데려가고, 유신헌법을 읽고, 인혁당 사건을 들었으며, 장준하선생의 죽음을 방송으로 듣는다. 그러나 스스로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딱 중간에 서는’ 일생을 아들에게 강조한다. 한편 형은 80년대 대학생활을 하며 운동권의 분신을 목격하나, 딱 하룻밤을 술 취해서 대구 고향경찰서에서 보냈을 뿐이다. 서술자 나인 작가는 고등학교 때 전교조 교사 사건을 겪고, 90년 초반의 대학생활 때는 선배의 강권으로 5·18특별법 제정을 위한 한총련 집회에 딱 한 번 참석하며 IMF를 겪는다. 이렇듯이 대한민국 현대사를 스치며 속도감 있게 작품을 진행하였으나, 작가는 서술자요 객관적 기술자로만 남는다.
문제는 ‘알리바이’인데, 아버지는 6·25때 탈영을 했던 사실마저도 그 이후 장교로 복무하면서 알리바이를 만든다. 현대사의 어떤 시점에서도 소시민은 되도록 중간에 서서 알리바이를 만들며 회피한다. 그런데 현대사의 고비 고비에도 바로 이런 알리바이가 존재한다. 역사는 승자의 논리에서 쓰이기 때문에, 현대사의 기록도 승자들의 이러한 알리바이를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두려움과 비겁함으로 탈영하여 알리바이를 만들었지만, 현대사의 승자들은 자만심과 폭력으로 알리바이를 만든다는 점이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교가 느껴질 때 작품은 개인사를 넘어서 현대사에 대한 고찰로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현대사의 책임을 묻고 있는 뛰어난 균형 감각이 주목되었으니, 현대사와 개인사를 교차시켜감정적 교감을 이끌어냈으며 역사의식까지 아슬아슬한 중립성을 유지하였다. 결국 현대사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연대기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현대사에서 소시민의 살아남기는 알리바이 뿐이었을까?
현대사 속에서 악당도 영웅도 아닌 평범한 우리 아버지가 겪은 죄책감과 부채감의 역사가 잔잔하게 다가오며, 그 배경에 거대 역사의 모순들이 풍자되고 야유된다. 작가가 말했듯이 “신화 속에서 꿈꾸기보다는 역사 속에서 싸우기를, 예술이라는 타이틀로 포장하기보다는 인문사회과학의 사유로 발가 벗겨지”는 생각하는 서사적 희극을 만나게 된다. 극작술도 작가 나를 앞세워 서술하는 서사극이면서도,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오가며 긴장감과 속도감을 주었다. 공연의 무대는 작가의 데뷔작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와 같이 압도적인 서가로 묘사되어, 더욱 사고(思考)를 채근하는 듯싶었다. 서가에서 책을 읽거나 그 사이를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소심하면서도 올곧은 아버지상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연대기이며 현대사에 대한 풍자요 반성이기에 서사적이며,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하는 보통보다 못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희극이다. 다만 후반부 병상으로 가면서 작가 개인적인 감상이 드러나거나 이야기의 응집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시민의 살아가기가 근현대사 역사 돌아보기로 이어지며, 서사적 극작술과 맞물려서 감동으로 다가온 오랜만에 만난 수작(秀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