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

만무방과 들병이와 장삼이사들을 만나다-김유정의 실레이야기마을

오세영 시인과의 대화

릴케와의 대화

지식산업의 중심, 출판의 안과 밖 해방 후 상업출판사의 형성과 발전 그리고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네 가지 전략 전집(全集), ‘모두’를 모아 읽게 해주려는 로망 순문학의 죽음과 이야기의 탄생

백지의 시학

거짓말로 참말하기 : 지는 것이 이기는 것

‘무서운 세상’을 횡단하는 ‘혼돈’

지상의 모든 달걀들의 낮은 노래에 닿고 싶다

내 가슴 속에 나부끼는 자기회귀의 「빨간넥타이」

꽃이 없는 삶

수수바람, 들리세요?

관문도시 인천, 그 복잡한 표정과 삶의 무늬들

씨 뿌리는 사람들

옥수수

길 위의 ‘실천문학’ - 소설가 김남일

조선 재건에 헌신한 농사꾼 출신 영의정의 궤적-김육의 『잠곡유고』

두 번은 없다

‘보이지 않는 연극’ 혹은 ‘보이지 않는 영화’

「 영원 」외 「 마음이 기우는 곳 」외

양의 냄새 새 보러 간다

금반지

문학의 풍경 자동차 이력서 진실은 반박당하기 쉽다 낙서의 기술

수상작 선정｜ 어둠 속에도 빛을 발한 2015 한국문학의 별들 제23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인터뷰 수상작 리뷰 시 부문｜타국에서 촉발되는 혈연의식과 간절한 언어 수상작 리뷰 소설 부문｜나는 서 있어 이 이야기 앞에 수상작 리뷰 희곡 부문｜'딱 중간에 서는 인생' 의 연대기이자 현대사 수상작 리뷰 번역 부문｜제3세대 번역가의 탄생

끝나지 않는 ‘표절’ 그 후

손창섭의 도일 그리고 불귀

과학일 필요는 없다 - 영화

블록버스터 소설의 치명적 매력, 기발함 그리고 위안

‘형용사’ 나라와 ‘동사’ 나라의 소통

대학생동북아대장정 동북아프론티어클럽(NAFC) 총회 및 제14기 출범식

명작순례

잔혹한 진리

- 리온 포이흐트방어의 소설 『고야』

글 문광훈 ㅣ 평론가, 독문학자, 충북대학교 독어독문과 교수. 1964년생
저서 『가면들의 병기창 - 발터 벤야민의 문제의식』『심미주의 선언』『김우창론』 등

잔혹한 진리
- 리온 포이흐트방어의 소설 『고야』

리온 포이흐트방어(Lion Feuchtwanger, 1884-1958)의 소설 『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길(Goya, oder Der arge Weg der Erkenntnis)』(1951)을 소개한다. 포이흐트방어가 이 작품에서 고야를 다루는 만큼 여기에는 세 가지 층위가 있다. 그것은 포이흐트방어의 삶과 고야의 삶, 그리고 이 고야가 묘사된 소설내용이다. 차례대로 살펴보자.
포이흐트방어는 1884년 뮌헨에서 유대인 공장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연극평론가로 시작했지만, 특히 역사소설의 대가로 유명하다. 그의 삶은, 20세기 초의 많은 작가가 그러하듯이, 위기와 불안에 차 있었다. 그는 나치즘이 발흥하던 1933년 무렵 세계시민주의를 지지하였고, 사회적 발전과 보조를 맞추는 진보적 지식인의 역할을 굳게 믿었다. 그가 소비에트를 여행하고 스탈린 정권을 미화한 것은 그 당시 서구열강의 반나치적 대응이 미온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책은 불태워지고, 그는 급기야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그는 냉전 시대의 이념적 횡포에 자주 시달린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그는 츠바이크나 브레히트 그리고 하인리히 만 등과 반파시즘 운동을 계속한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F. Goya, 1746-1828)는 근대 스페인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당시 스페인은 영국과 전쟁을 치렀고, 1783년 휴전 후 지브롤터를 영국에 할양한다. 1789년 이후 스페인은 프랑스에서 유입되는 각종 혁명적 사상과 출판물을 막기 위해 종교재판소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고도이는 스페인군 총사령관에 임명되어 자유주의자들을 각료로 임명하나 실패한다. 1808년에는 프랑스군이 마드리드에 입성하였고, 스페인 왕실은 마침내 나폴레옹에게 왕위를 넘겨준다. 이때부터 1814년까지 무자비한 반도전쟁, 이른바 독립전쟁이 이어진다.
바로 이 잔혹했던 시대 속에서 고야는 살다 갔다. 그는 82년의 생애 동안, 종교화든 초상화든 풍경화든 역사화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렸다. 그는 어떤 매체든 모두 익혀 최대의 표현적 가능성을 실현시키고자 애썼다. 이런 시도에서 그의 내면적 자아와 외면적 세계, 사실과 환상, 개인과 집단은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두 요소는 놀라운 색채와 창의적 구성을 통해 하나로 융합된다. 이것이 그의 작품이 갖는 근대적 혁신성이다.

▲ 리온 포이흐트방어 © 운영자

소설 『고야』는 고야가 왕립 태피스트리 공장에서 일하는 마드리드 시절(1775년)부터 그의 말년(1810년 경)까지의 삶을 묘사한다. 포이흐트방어는 이 소설을 원래 2부로 계획했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한다. 어떻든 『고야』에는 마드리드 궁정과 그 교외, 고야의 출생지 푸엔데토도스와 항구 카디츠 그리고 파리 등 다양한 역사적 공간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연회와 다양한 카니발과 투우축제 그리고 여러 인물에 대한 다채로운해석이 들어있다. 그 중심은 물론 고야다. 그는 나날의 생계현실과 신분상승에 대한 욕구, 예술적 목표와 사회정치적 조건 사이에서, 또 궁정화가로서의 의무와 사랑에 대한 갈망, 육체적 사랑과 영혼의 허기사이에서 갖가지 모순을 겪으면서 조금씩 각성해간다. 카예타나와의 사랑은 그 좋은 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자신의 다양한 그림에 대한 고야의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작품 곳곳에 널려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고야의 목소리를 빌어 얘기되는 포이흐트방어 자신의 예술관이기도 하다. 그 핵심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그 ‘벌거벗은 즉물성’을 추구하는 ‘잔혹한’ 진실의 정신이다. 바른 예술의 길은, 마치 바른 삶의 길처럼 혹독하다. 모든 인식의 길은 혹독한 그러면서도 의미 있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소설 『고야』는, 독어판이든 영어번역판이든,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누렸다.

※ 『고야』는 재단의 외국문학 번역지원을 받아 필자의 번역으로 대산세계문학총서로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