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을 통과한 9편의 시집 가운데 『아, 입이 없는 것들』『한 잔의 붉은 거울』『이 짧은 시간 동안』『섬들이 놀다』등 네권이 최종적으로 논의되었다. 『아, 입이 없는 것들』에는 비교적 고른 기량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으며 무엇보다도 이 세상의 온갖 사물을 이미지로 파악하는 것이 시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믿는 경우, 여기 수록된 텍스트들은 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젊음의 탄력과 연륜의 깊이를 아울러 갖춘 이 시집을 이러한 논의 과정을 거쳐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예심에서 올라온 9편의 작품 가운데 본심에서는 윤흥길의 『소라단 가는 길』, 서하진의 『비밀』, 윤대녕의 『누가 걸어간다』 등 세 작품을 놓고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다. 이 가운데 『소라단 가는 길』은 사람살이 안팎의 켯속과 층위를 의뭉스러운 만연체로 이끌어가며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 따뜻한 시선으로 복잡다단한 ‘인간’과 ‘삶’의 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의 장기가 유감없이 힘을 발휘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종내 ‘인간’과 ‘삶’대한 물음과 신뢰라는 울림을 남긴다. 따라서 문학 본연의 자리와 보편적 가치에 충실한 이 작품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예심을 거쳐 마지막까지 본심위원들 앞에 놓인 작품은 박근형의 <집>과 박상현의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였다.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는 미로와 같은 아파트의 삶들을 통해 진실의 부재를 그린 희곡으로서 우리 극작가로서는 드문 덕목인 지적인 관점,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치밀하고 정교한 구성력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예심을 거쳐 본심으로 넘어온 9편의 비평집 가운데 황광수의 『길 찾기, 길 만들기』는 자기 주장이 강한 비평가의 편향된 시각을 넘어서서, 한국문학의 다양한 변화와 새로운 창작 경향에 열린 태도를 보이는 한편,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의미를 현실의 변화와 역사적 전망과 관련지으면서, 그러한 상관성의 맥락을 진지하고 깊이 있게 추적해보려는 탐구 정신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첫 번째 심사기준인 ‘작품성’의 의미가 한국문학에 대한 실제비평의 성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리되어, 심사위원들은 황광수의 『길 찾기, 길 만들기』를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예심을 통해 본심에 올라온 번역물은 총 8작품 가운데 불어권의 Saisons d'exil(『낯선 시간 속으로』)와 스페인어권의 A vista de cuervoy otros poemas(?이상 시선집?)이 최종 논의대상이 되었다. 이 가운데 국문학의 대표성과 우수성을 가장 잘 구현한 원작과 해당 언어권 독자들의 가독성을 성공적으로 높일 수 있는 번역물을 수상작으로 택하기로 하고, 원작의 작품성이 외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훼손되지 않고 가장 선명하게 전달되었다는 점에서 스페인어권 박황배의 A vista de cuervo y otros poemas를 수상작품으로 선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