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만세』(박정대 作, 실천문학사 刊)
본심은 예심에서 선정된 9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2차 회의에서 박정대의 『체 게바라 만세』, 박주택의 『또 하나의 지구가 필요할 때』, 안현미의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황학주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등 4권의 시집으로 논의가 좁혀졌으며, 3차 회의에서 『체 게바라 만세』, 『또 하나의 지구가 필요할 때』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어졌다.
박주택의 『또 하나의 지구가 필요할 때』는 서정적인 형식과 정신적인 것의 밀도와 높이, 그리고 사회적인 상상력이 만나는 흔치 않은 시집이라는 평을, 박정대의 『체 게바라 만세』는 작가 특유의 낭만적 감성이 애도의 감수성과 결합하는 새로운 장면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결국 최근 시단의 기계적이고 난해한 경향에 대한 의미 있는 반격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박정대의 시집 『체 게바라 만세』를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아들의 아버지』(김원일 作, 문학과지성사 刊)
장편소설만을 대상으로 한 소설 부문은 예심에서 선정된 9편 가운데 2차 심사에서 김원일의 『아들의 아버지』, 성석제의 『투명인간』,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 등 3편의 작품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있었다. 이어 3차 회의에서 『아들의 아버지』와 『투명인간』 두 작품을 놓고 최종 논의를 이어갔다.
김원일의 『아들의 아버지』는 기억에도 없는 아버지를 역사와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낸 소설로 한 작가의 50년에 걸친 문학적 증언으로 읽어도 무방할 만큼 소설이 가지고 있는 형식적 틀을 과감히 밀어내 버리고 오로지 경험과 실증, 성찰로써 한 시대를 추적해간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성석제의 『투명인간』은 작가의 장점이 최대한 부각된 작품으로, 이 작가가 조명하지 않으면 빛을 볼 수 없는 작품 속 캐릭터에 부여하는 작가의 능란한 입담과 풍속에 통달하고 볼품없는 인간들에 대해 후광을 비춰주려는 작가의 의지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결국 몇 차례의 토론을 거쳐 노작가의 격렬한 삶의 에너지가 완성해 낸 시대를 껴안은 문학적 초상을 통해 소설은 시대를 성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김원일의 소설 『아들의 아버지』를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불역 『Hors les murs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作 Atelier des Cahiers 刊) 엘렌 르브렝 Helene Lebrun 譯
올해 번역 부문 심사에는 지난 4년간 출간된 총 24권의 불어 번역 작품이 후보로 추천되었다. 이 가운데 두 차례의 심층토론 끝에 주현진(클로드 무샤르 공역) 번역의 『Une Feuille noire dans la bouche 입 속의 검은 잎』(기형도 作)과 엘렌 르브렝 번역의 『Hors les murs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作) 등 2권이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되어 3차 회의에서 집중 논의되었다.
『Une Feuille noire dans la bouche 입 속의 검은 잎』은 시인과 작품 및 시대적 배경에 대한 소개와 번역자 후기가 포함되어 있는 섬세한 번역 작품으로, 시의 원문을 장악하여 시적 개념을 불어로 다시 전개한 번역어에서도 등가의 시를 구현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Hors les Murs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번역본이 독자적인 문학작품으로 손색없이 읽히며, 번역가의 훌륭한 한국어 이해력으로 간결하면서 잔잔한 박완서 작가의 문체를 가장 잘 구현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결국 각 번역의 장단점을 광범위하게 논의한 끝에 자연스러운 불어 구사로 개인사 및 사회 역사적 맥락을 잘 전달하고 소설적 정서를 훌륭하게 구현했으며, 번역가가 창의적 정신을 발휘하여 불어의 등가를 추구한 엘렌 르브렝의 『Hors les murs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폐허에서 꿈꾸다』(남진우 作, 문학동네 刊)
1차 심사를 통해 오형엽의 『환상과 실재』, 류보선의 『한국문학의 유령들』, 서영채의 『미메시스의 힘』, 권혁웅의 『입술에 묻은 이름』, 남진우의 『나사로의 시학』과 『폐허에서 꿈꾸다』, 전형준의 『언어 너머의 문학』, 김성곤의 『경계를 넘어서는 문학』, 윤지관의 『세계문학을 향하여』 등 9편의 평론을 심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이어 2차 심사에서 『한국문학의 유령들』, 『미메시스의 힘』, 『입술에 묻은 이름』, 『폐허에서 꿈꾸다』를 집중 논의하였다.
3차 심사에서는 『입술에 묻은 이름』과 『폐허에서 꿈꾸다』를 최종 수상 후보작으로 압축하고 논의를 이어갔다. 권혁웅의 『입술에 묻은 이름』은 박학다식한 지식과 뛰어난 기억력을 바탕으로 난해한 시의 세부를 능숙하면서도 교묘하게 해석하는 탁월한 분석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으며, 남진우의 『폐허에서 꿈꾸다』는 작품론을 통해 특유의 미문으로 작품의 전모를 침착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도출하는 깊은 내공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결국 격론 끝에 정신분석학에 바탕을 둔 미시적 분석으로 기존의 현상적 분석이 드러내지 못한 저층의 의미까지 순조롭게 드러내는 성과를 보인 남진우의 『폐허에서 꿈꾸다』가 평론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