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회의에선 예심에서 골라준 11권의 시집을 놓고, 각 시집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였다. 2차 회의에서는 고형렬의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 김승희의 『희망이 외롭다』, 김영승의 『흐린 날 미사일』, 김정환의 『거푸집 연주』, 진은영의 『훔쳐가는 노래』, 황병승의 『육체쇼와 전집』 6권을 선정했다. 이 시집들이 우리나라 시 문학 장르의 교사가 될 만한가 하는 질문도 있었고, 수상작을 내는 행위 자체에 대한 토론을 먼저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리고 다시 3차 회의에서 난상토론을 거쳐 김승희의 『희망이 외롭다』, 진은영의 『훔쳐가는 노래』, 황병승의 『육체쇼와 전집』 3권을 최종적으로 거론해 보기로 했다.
논의에서 개진된 바를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김승희의 『희망이 외롭다』에는 여성적 세계관으로 세상을 싸안는 할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확장의 언술과 리드미컬한 언어 사용, 척박한 도시에서 힘겹게 끌어올리는 희망의 안간힘이 있었다. 절절하게 휘몰아치는 장단들이 두꺼운 일상의 벽에 물이 새기고, 바람이 그리는 무늬 같은 언어들을 물결치게 했다. 문장을 왜곡없이 편안하게 배열하는 데도 그 말들로 절망을 다스리는 안간힘이 있었다. 그러나 반복과 나열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황병승의 『육체쇼와 전집』에는 한국시단에 새로운 화자를 출현시켜 다른 세계를 열어젖힌 발견이 있었다. '실패의 위대성'을 향해 자신의 몸을 투구하는 용기도 돋보였다. 시적 화자가 시적 완성을 찾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극단에 이르기 위해 모든 것을 상실시키는 화자의 태도, 그 독백의 무한이 시 장르의 저변을 확대시켰다고도 말할 수 있었다. 과장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불량한 언어 사용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진은영의 『훔쳐가는 노래』는 낯선 이미지의 구축이 신선한 수수께끼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지적인 진실성이 시들에 스며들어 있었다. 낯선 이미지와 비유들이 시 한 편에 그려진 그림들을 다채롭게 만들고, 시적 화자의 정성스럽고 고결한 태도가 시를 품격 있게 만들었다. 사회적 실천과 미학적 탐구를 동시에 진행하려는 시인의 의지에 따른 결과라는 견해들이 있지만 오히려 시에 그려진 이미지의 무늬로서 펼쳐지는 포기하지 않는 희망의 돋을새김이 한국시에서는 드물게 아름다웠다. 비유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불연속적인 이미지들을 동일한 라임으로 묶는 방식의 개성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국적인 사물들로 열리는 감각의 지평과 동화적으로 비유되는 현실, 시인에게 영향을 끼친 시들 등이 논의되기도 했다. 장시간의 토론 끝에 투표하였다.
마지막으로 한국시의 미학적 지평을 새롭게 열어 보인 진은영의 『훔쳐가는 노래』를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기쁜 마음으로 박수를 보낸다.
본심에 올라온 여덟편의 작품 중 심사위원들이 집중 토론을 한 작품은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이현수의 『나흘』, 공선옥의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배수아의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김경욱의 『야구란 무엇인가』이다. 김숨이 안정된 서사로 1차 회의 때부터 고루 지지를 받은 반면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는 긴 토론이 이어졌다. 각각의 작품들이 갖고 있는 빛나는 개성과 고유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으나 그 작품들의 서사적 완결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의도적으로 서사를 파괴하고 개인의 고유성을 해체해버린 배수아의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는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끝까지 이 작가의 작품에 주목했는데, 배수아가 고수하고 있는 비서사적인 문학세계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독자들에게도 좀 더 친절해지고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난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이 난해함이 작가의 치밀한 의도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그렇다면 과연 그것이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찬반 의견이 있었다. 김경욱의 『야구란 무엇인가』는 시적인 상상력과 문장 등이 호의적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플롯이 너무 뻔하게 읽힌다는 점이 아쉬웠다. 줄곧 80년대의 상처를 자신의 문학으로 끌어안고 있는 공선옥의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는 전작보다 이번 작품에서 훨씬 더 발화한 느낌이다. 설화적인 기법, 민요 소리의 차용은 사회와 역사적인 이슈에 문학의 옷을 입혀주었다. 그러나 주제가 확장되지는 못했다는 느낌, 공선옥의 세계가 줄곧 너무 익숙하게 느껴진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마지막으로 심사위원들의 최종 투표 대상작이 된 작품은 김숨과 이현수이다. 이현수의 『나흘』은 작가의 취재와 연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노근리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지 못했던 정보들을 제공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조선의 마지막 내시를 주요인물로 내세워 흥미로움을 더했다. 그러나 이 흥미로운 내시집안과 관련된 서사가 오히려 노근리를 압도해버린 느낌이었다. 그 둘을 연결시키기 위해 차용된 서사구조가 통속적으로 읽힌다는 한계도 지적되었다. 반면 김숨의 작품은 매우 무난하게 읽혔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내세워 현대사회의 물신화된 관계를 냉정하게 비판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인간과 관계를 들여다보는 시선의 치밀함이 놀랍다. 하루의 단 몇 시간 동안 펼쳐지는 사소한 일상에 관한 이야기가 전부인 이 소설은 특별한 줄거리도 특별한 사건도 특별한 등장인물도 없다. 그러나 마치 해부라도 하듯이 관계의 구석구석을 파헤치는 집요함이 대단하다. 이 집요함은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으나 반면 뚝심으로도 보였다. 무난함 역시 작품의 안정성으로 판단되었다. 다수 심사위원들이 김숨의 집요함을 패기로 받아들였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번역부문(영어)의 심사대상으로 지난 4년간 국내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영역본 총 30권이 제출되었다. 이번 심사의 기준은 크게 보아 첫째, 번역의 질(외국독자들의 가독성), 둘째, 원작 작품의 탁월성, 셋째, 한국문학 해외소개에 기여도, 넷째, 출판사의 명성 등이 고려되었다.
5명의 심사위원들이 2회에 걸친 심층토론 끝에 엄선한 영역본은 김영희 편역의 『Questioning Minds: Short Stories by Modern Korean Women 한국여성작가 단편선』(박완서 외 作), 박선영(제프 가트롤 공역) 편역의 『On the Eve of the Uprising and Other Stories from Colonial Korea 소설가 구보 씨의 하루 외 단편모음집』(박태원 외 作), 최양희 번역의 『The Jehol Diary 열하일기』(박지원 作) 등 3권이었다.
이 3권을 두고 5명의 심사위원들은 마지막 모임에서 장시간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On the Eve of the Uprising and Other Stories from Colonial Korea 소설가 구보 씨의 하루 외 단편모음집』은 일제강점기와 식민지와 해방공간의 경험을 다룬 단편소설들 모음집이다. 여기에는 채만식의 「만세전」과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하루」 등 6편이 실려 있다. 이 번역본은 역자의 공력이 많이 들었으나 작품선정의 대표성 문제와 해외독자들이 한국의 특정시기의 작품들에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일부 제기되었다.
『Questioning Minds: Short Stories by Modern Korean Women 한국여성작가 단편선』은 현대한국문학 초기인 1910년부터 최근에 이르는 여성작가들의 단편모음집이다. 이 번역본은 작품분석,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의 부대자료도 포함된 공력을 들인 노작이다. 그러나 작품선정의 대표성 문제와 일반 독자용이라기보다 한국문학 전공자용 교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끝으로 논의된 작품은 최양희의 영역본 『The Jehol Diary 열하일기』이다. 이 작품은 원래 한자로 쓰여져 있는데다 결정판이 없고 몇 개의 필사본만이 있어서 번역하기가 매우 까다로웠을 것이다. 개화기에 캐나다 선교사로 초기 한국학자이며 한국고전번역가였던 기일(奇一, James Gale)도 첫 부분 몇 쪽 영역하다 “너무 난해하다”고 포기했던 작품이다. 그런 작품을 한국어 번역본까지 참고해가며 번역한 역자의 노고가 컸다.
이상 3편의 번역 작품을 놓고 심사위원들은 각 번역의 장단점을 광범위하게 논의 토론하였다. 현시점에서 한국고전문학의 영어번역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과 번역에서 크고 작은 오류들이 가장 적다는 점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최양희의 번역본인 『The Jehol Diary 열하일기』를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1차 심사를 통해 추려진 작품은 「그게 아닌데」, 「꽃이다」, 「햄릿6: 삼양동 국화옆에서」, 「멸」, 「양철지붕」, 「사랑을 묻다」, 「여기가 집이다」, 「전명출 평전」, 「늙어가는 기술」, 「칼집 속에 아버지」, 「농담」, 「아시아 온천」 등 12편이었다. 이 가운데 「아시아 온천」은 한국어로 쓰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먼저 논외로 하였고, 뚜렷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한 작품들을 제외하니 이미경의 「그게 아닌데」, 기국서의 「햄릿6: 삼양동 국화옆에서」, 백하룡의 「전명출 평전」, 그리고 고연옥의 「칼집 속에 아버지」가 2차 심사에 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심사위원 중 누구 한 명이라도 강력하게 지지하는 작품은 없었다. 「그게 아닌데」는 구성적으로 성공적임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주제를 담지 못하고 있다. 「전명출 평전」은 관객이 듣기에, 배우가 싣기에 대사의 힘이 있다. 그러나 짜임새가 단선적이고 초반의 입체성이 뒤로 가며 사라지는 아쉬움을 남긴다. 「칼집 속에 아버지」는 공중에 떠 있어 착지를 하지 못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런 우화가 지금 이 시대에 함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행동하지 못하는 무사란 무엇인가. 그러나 허구를 현실화시키는 글의 힘은 인정할만하다. 그 글은 읽는 이의 멱살을 붙잡는 듯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적 정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무대화하기에 따라 더 깊이 파낼 수 있는 텍스트의 잠재성도 느낄 수 있다. 「햄릿6: 삼양동 국화옆에서」는 시와 폭력성이 구분되지 않는 작자의 개성이 오롯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직설의 힘이 느껴진다. 그러나 해체를 통한 원작의 자작화가 완성되었는가에는 의문이 든다. 원작과 자신의 전작에서 언어가 그대로 옮겨오는 것을 창작의 한 방식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에 논란이 있었다.
면밀한 검토를 마치고 먼저 중량이 떨어지는 「그게 아닌데」를 다시 제외했다. 나머지 작품들을 놓고 당선작을 낼만한 수준들이냐에 견해가 엇갈렸다. ‘이 작품이 그래도……’라는 정도로는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상을 수여할 수 없지 않느냐는 주장과 근년의 수상작들이나 전년의 최종대상작에 비해 떨어지지 않으니 격려의 뜻에서 생각해 볼만하지 않느냐는 현실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은 최종심을 한 차례 더 가지기로 하고 작품 읽기에 다시 들어갔다.
심사의 자리가 고통스럽기는 모두 한 가지인 듯 했다. 다시 모인 자리에서도 명분과 명분이 계속 부딪쳤다. 결국 ‘수상작 없음’을 주장하던 심사위원 두 명이 기권한 상태에서 최종 투표를 실시했다. 고연옥의 「칼집 속에 아버지」가 세 표를 받아 과반을 획득했다. 모래 속에 섞여 있는 금을 생각한 결과라 본다.
주고자 했던 마음의 고통과 줄 수 없다는 마음의 고통이 모두 하나였음을 새겨 두길 바라며 당선자를 비롯한 희곡작가들의 계속적인 정진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