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들은 두 번째 만남에서 김영승의 『화장』,
김정환의 『거룩한 줄넘기』, 김혜순의 『당신의 첫』, 안도현의 『간절하게 참 철없이』, 이진명의 『세워진 사람』(시인 이름 순)을 세밀히 따져 볼 시집들로 선정했다. 『화장』은 지나치게 사적인 언희가 많다는 지적과 함께 통찰적인 언변들이 번쩍인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거룩한 줄넘기』는 정체를 도시 알 수 없는 어떤 열망의 불꽃들이 이념의 몰락 너머에서 새 세계의 전망을 향해 열심히 일렁이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신의 첫』은 현실에 대한 환멸을 비유로써 억지로 채우려 하는 게 아니냐는 눈총에도 불구하고, 수일한 이미지들과 흉내낼 수 없는 참신한 비유들로 여러 사람을 충격하였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는 한국어를 다루는 솜씨가 농익어 시인의 진화를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의견과 세계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자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었다. 『세워진 사람』에 대해선, 지극히 일상어법적인 진술들을 통해 생활과 사회에 대한 진솔한 느낌을 충실히 표현했다는 점이 즐거운 화제가 되었다.
여하튼 시적 개성과 세계를 개진하는 능력 그리고 소통 가능성, 더 나아가 번역가능성이라는 심사 기준들이 되풀이해서 토로되었고, 그것의 확인 작업을 위해 심사위원들은 수많은 투표용지에 무언가를 기록하였다. 최종적으로 김혜순 씨의 『당신의 첫』이 보편적 심사 기준의 정 중앙에 가장 근접했다는 데에 합의를 보았다.
이문환의 『플라스틱 아일랜드』, 김영하의 『퀴즈 쇼』, 박범신의 『촐라체』, 한강의 『채식주의자』, 구효서의 『나가사키 파파』 등 다섯 작품이 2차 본심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섹스와 변태성, 엽기적 살인 등이 흥건하게 등장하는 후기 자본주의의 말기적 증상을 하위 장르소설적 기법을 빌려 드러내려고 시도한 이문환의 『플라스틱 아일랜드』에 대해서는 현대성의 일단을 드러내고자한 주제의 의미나 방식에 있어서 평가가 엇갈렸다.
김영하의 『퀴즈 쇼』는, 온라인으로 표상되는 신세대의 현실적 곤경을 날렵하고도 안정적인 문장으로 시작했지만 주제나 구성 면에서 초반부에 비해 불필요하고 장황하게 어진 후반부의 전개가 이 작품의 주제를 흐린 점과 뒤로 갈수록 열정이 사라진 듯 모노톤한 언어가 난점으로 지적되었다. 박범신의 『촐라체』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가벼워지는 요즈음의 문학 경향에 대해 산악소설의 틀을 빌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실존적 문제를 남성적인 문체로 그려냈다는 평가가 있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가부장적 폭력과 억압에 대항한 채식주의자가 현실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침착한 문장으로 진지하게 그려낸 수준작이라는 평이 있었다. 구효서의 『나가사키 파파』는 역사에 얽힌 가족사나 정체성, 시대적 문제 같은 무거운 주제를 자연스럽게 이 시대의 일상적 삶 속으로 불러내고자 시도한 점이나, 독특한 개성과 나름의 상처를 지닌 사람들로 구성된 다국적 공동체가 어떻게 가족을 대신해 개개인의 상처를 보듬는가에 중점을 맞추어 논의가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본심은 구효서의 『나가사키 파파』와 한강의 『채식주의자』 두 작품이 공히 대상을 수상할만한 장점들을 구비한 수준작이라는데 의견을 모아 두 작품을 표결에 붙였고, 다수가 모아진 구효서의 『나가사키 파파』를 2008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1차로 7편의 작품을 검토 대상으로 정하였고 7편의 작품 중 2차 검토 대상으로는 정복근 작 「짐」과 장성희 작 「꿈속의 꿈」을 정하였다.
먼저 정복근 작 「짐」에 대하여는 어두운 과거사를 간결하게 녹여 그 답답한 미해결의 상태를 적절히 문제화시켰으며, 특히 뛰어난 비유와 상징, 울림이 있는 묵직한 대사, 창의적 구성 등이 돋보인다는 평가였고, 얼핏 결함으로 보이는 ‘단순 반복’조차도 ‘단순’은 ‘절제’ 내지 ‘여백’으로, ‘반복’은 오히려 작가적 내공을 바탕으로 하는 잘 계산된 ‘극작술’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음으로 장성희 작 「꿈속의 꿈」은 특히 언어에 대한 치열성이 두드러질 뿐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대단한 공력이 엿보인다는 평가였다. 다만 남다른 작가적 열정의 결과겠지만 너무 많은 것을 채워 넣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결국 정복근의 「짐」은 예의 작가적 고집으로 오랜 세월 갈고 닦아 응축시킨 완성도 높은 열매로 볼 수 있지만, 장성희는 앞으로 계속 도전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더 키우고 완성시켜 나갈 작가라고 판단였다. 만장일치로 정복근 작 「짐」을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심사위원회는 첫 모임에서는 한 해 동안 출간된 평론집 성격의 책들 가운데서 평론가의 그간의 활동과 평론서의 비중을 일일이 점검하여 검토 대상이 될만한 12권의 책을 선정하였다. 두 번째 모임에서 각 작품들의 특성과 장단점에 대한 논의 끝에 큰 어려움 없이 김인환의 「의미의 위기」, 윤영천의 「형상과 비전」, 장경렬의 「응시와 성찰」, 정홍수의 「소설의 고독」 네 편의 저작을 2차 검토대상으로 선정하였다.
김인환의 작품집은 인문학적 식견에 바탕한 섬세한 작품읽기와 문학사에 대한 폭넓고 균형 있는 시각이 돋보이고, 윤영천의 저작은 충실한 자료를 바탕으로 민중시의 의미를 되살려낸 면밀함이 강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두 중견평론가의 이번 책 모두 새 연대의 문학현장에 대한 관심이나 접근이 미약하여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후자는 학문적 성과를 보여주는 글들이 압도적인 비중이어서 논문집에 가까운 점이 선택을 어렵게 하였다. 문학현장에 대한 비평이라는 점에서는 나머지 두 평론집이 더 의미 있었다. 장경렬의 평론집은 여러 장르를 골고루 포괄한 성실한 읽기가, 정홍수의 평론집은 작품과의 대화를 통해 공감과 통찰을 이끌어내는 수법이 두드러졌다. 이 네 저작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벌인 세 번째 모임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른 투표로 김인환과 정홍수의 평론집으로 최종후보가 압축되었고, 이 둘을 대상으로 추가 논의 끝에 역시 투표를 통해 전원일치로 김인환의 평론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금년도 대산문학상 번역 부분 본심에는 모두 21편의 스페인어권 번역작품이 후보로 추천되었다. 그런데 후보작인 21편 중 15편, 최종 후보작에 오른 6편의 작품 중 5편이 스페인의 특정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이 출판사에서 출간된 작품들은 대체로 편집자의 개입이 과도한 경향이 있었고, 편집자의 경력 차이가 작품에 따라 다양했으며, 수준 높은 편집자가 개입된 경우에도 작품 전체에 대한 일관적인 편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즉 작품 전체에 대한 편집이 일관성이 결여되어 문체의 일관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있거나, 편집자의 자의적 개입으로 오역된 경우가 곳곳에서 노출되었다. 또한 번역 작품의 홍보활동과 보급을 위한 유통망에도 아쉬움이 많았다.
1차 심사를 통과한 여섯 편의 작품에서도 번역의 오류가 적지 않게 노출되었다. 또한 일부 작품에서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기술한 함축적 문장을 너무 친절하게 ‘해설식’ 번역을 하다보니 문학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있었고, 다른 작품에서는 반대로 일부 내용이 생략되거나 축약된 채 번역되는 경우도 있어서 결격 사유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사위원회는 수상작을 낼 것인지 여부에 대해 장시간 토론하고 투표를 실시한 결과 수상작을 내지 않기로 결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