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

대산문화 표지

서시序詩

“내 소설의 장점은 시간을 모험적으로 다루는 것”

「운수 좋은 날」 줄거리 ①죽은 아내와 하룻밤 ②그날의 심증 ③치삼과 소년 ④개똥만 한 사람이 ⑤운수 좋은 날 ⑥휴가

문학교과서와 친일문제, 그 해결점을 찾아서

악당을 구분하는 능력

“신문물의 능동적 수용과 수평적 인간관계가 내 실학정신의 핵심”

읽다 접어둔 책과 막 고백하려는 사랑의 말까지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다

『여원』 편집장 시절의 좌담회

파도그림, 여름에 즐기는 한기(寒氣)

11미터

운동장에서 펼쳐진 상상의 공동체

①별을 내던지고 전업 시인을 택하다 ②향학열, 반골정신 그리고 북청사람 ③가난과 고독을 동반 삼은 시조의 길

①적당한 사람,정적이 흐른다 ②말을 잇지 못하는,빛은 어둠의 속도

무구

①예술가의 독창성 ②하쿠나 마타타 ③빽

거꾸로 할머니와 바이올리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머리 위로 은총

한 권의 책이 작품 세계의 원형이 되기까지

아시아 시인들이 함께 만든 계간 『시평』의 마지막 가을

뒤죽박죽 나의 데뷔작들

허블

소설은 상상하게 하고, 영화는 선택하게 한다

시는 어떻게 대중과 소통하는가

허무맹랑한 공상? 지금 여기, 가장 핍진한 상상력 ‘SF’

논어와 탈무드

20세기 초 프랑스 여성주의 문학의 고전

시어의 미묘한 의미들 사이에서 주석의 역할을 생각하다

등장인물들이 일본어로 말하게 하는 작업의 즐거움

대산창작기금,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등

수요낭독공감 6월 행사

창작 후기

논어와 탈무드

소설집 『편협의 완성』

글 이갑수 ㅣ 소설가, 1983년생
소설집 『편협의 완성』 등


논어와 탈무드

   소설집 『편협의 완성』


이갑수 ㅣ 소설가, 1983년생
소설집 『편협의 완성』 등




위대한 무술가 이소룡은 이렇게 말했다.
- 나는 만 가지 기술을 연습한 사람보다 한 동작을 만 번 이상 연습한 사람이 더 두렵다.
평범한 소설가 이갑수는 이렇게 말한다.
- 나한테 맞는 기술 몇 가지만 배우고 능숙해질 만큼만 적당히 연습해라. 대신 만 가지 상황을 생각해라.
만 가지 기술을 연습하는 것은 너무 오래 걸리고, 한 동작을 만 번이나 연습하면 금방 지쳐서 계속할 수가 없다. 그런 게 가능한 건 극소수의 몇 명뿐이다. 우리는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소설 쓰기는 백 미터 달리기와 같다.

백 미터를 9초대로 달리는 사람은 전 세계에 몇 명뿐이다. 그 몇 명도 전성기의 10년 정도만 그 속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9초라는 시간제한만 없애면, 백 미터를 달릴 수 있는 사람은 수십억이 넘는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엄청나게 문학적이거나 모든 문장에 예술혼이 담겨 있을 필요는 없다. 사람이 백 미터를 9초대로 달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고, 누군가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어줄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웬만한 개보다도 느리고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면 금방 앞지를 수 있다. 달리기는 그저 건강을 위해.

내가 태어나기 전에, 그러니까 나의 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서적외판원이라는 직업이 있었다고 한 다. 그들은 출판사에 소속되어 있었고, 대학교에 드나들었다. 그리고 전국을 돌며 책을 팔았다. 놀랍 게도 나는 소설가가 된 후에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서적외판원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출판사에 소속되어 있고, 대학교에 드나든다. 그리고 모든 매체를 돌아다니며 책을 판다. 서적외판원들은 무엇 이 잘 팔리는지 귀신같이 안다. 때로는 잘 팔리도록 만들기도 한다. 요즘은 ‘윤리’가 잘 팔리는 모양 이다. 『논어』와 『탈무드』를 잘 각색한 것 같은 이야기가 인기 있다. 이해해라. 소통해라. 차별하지 마 라. 반성해라……. 조금 더 지나면 원수를 사랑하라고 할지도 모른다.

- 논어는 혼자 읽기에는 너무 어렵고, 탈무드는 완전히 번역이 안 됐습니다.

그냥 소설 말고 직접 『논어』와 『탈무드』를 읽으면 안 되냐고 묻자 서적외판원들은 그렇게 대답했다.

자본주의의 역설에 의해 잘 팔리면 윤리적인 작품이 되기도 한다.

아쉽게도, 『편협의 완성』은 윤리적이지 않다.
- 소설에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쓰고 싶으면 쓰는 거지.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실제로 쓴다. 그래서 서적외판원들은 내게 좀처럼 지면을 주지않는다.
보통 소설집은 작가가 3년에서 5년 정도의 기간 동안 발표한 단편소설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은 것 이다. 나는 7년이나 걸렸다. 나는 이십 대 후반에 등단을 했고, 삼십 대 중반이 되어 책을 냈다. 책을 내기 위해 원고를 정리하면서 내가 스물 몇 살 때 쓴 소설을 다시 읽어봤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절 반쯤, 어쩌면 완전히, 뜯어고치고 싶었지만, 몇 개의 문장 말고는 손대지 않았다. 그 시절의 나는 그 게 좋다고 생각해서 썼을 테니까. 소설이 시대와 세대의 산물이라면, 나의 이십 대를 조금은 남겨두 고 싶었다.

 

나는 거의 매일 도서관에 간다. 매일 조금씩 『논어』와 『탈무드』를 읽는다. 2천 년도 넘은 책들과 투 쟁하려니 너무 힘들다. 내 첫 책은 그들과 싸우기 위한 첫 번째 무기다. 독서는 그저 (정신)건강을 위해.


※ 필자의 소설집 『편협의 완성』은 재단의 대산창작기금을 받아 2018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