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

대산문화 표지

서시序詩

“내 소설의 장점은 시간을 모험적으로 다루는 것”

「운수 좋은 날」 줄거리 ①죽은 아내와 하룻밤 ②그날의 심증 ③치삼과 소년 ④개똥만 한 사람이 ⑤운수 좋은 날 ⑥휴가

문학교과서와 친일문제, 그 해결점을 찾아서

악당을 구분하는 능력

“신문물의 능동적 수용과 수평적 인간관계가 내 실학정신의 핵심”

읽다 접어둔 책과 막 고백하려는 사랑의 말까지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다

『여원』 편집장 시절의 좌담회

파도그림, 여름에 즐기는 한기(寒氣)

11미터

운동장에서 펼쳐진 상상의 공동체

①별을 내던지고 전업 시인을 택하다 ②향학열, 반골정신 그리고 북청사람 ③가난과 고독을 동반 삼은 시조의 길

①적당한 사람,정적이 흐른다 ②말을 잇지 못하는,빛은 어둠의 속도

무구

①예술가의 독창성 ②하쿠나 마타타 ③빽

거꾸로 할머니와 바이올리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머리 위로 은총

한 권의 책이 작품 세계의 원형이 되기까지

아시아 시인들이 함께 만든 계간 『시평』의 마지막 가을

뒤죽박죽 나의 데뷔작들

허블

소설은 상상하게 하고, 영화는 선택하게 한다

시는 어떻게 대중과 소통하는가

허무맹랑한 공상? 지금 여기, 가장 핍진한 상상력 ‘SF’

논어와 탈무드

20세기 초 프랑스 여성주의 문학의 고전

시어의 미묘한 의미들 사이에서 주석의 역할을 생각하다

등장인물들이 일본어로 말하게 하는 작업의 즐거움

대산창작기금,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등

수요낭독공감 6월 행사

번역 후기

등장인물들이 일본어로 말하게 하는 작업의 즐거움

일역 김숨 장편소설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글 문광자 ㅣ 번역가, 1958년생
역서 『새』 『라이팅 클럽』 등

등장인물들이 일본어로
말하게 하는 작업의 즐거움

   일역 김숨 장편소설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문광자 ㅣ 번역가, 1958년생
역서 『새』 『라이팅 클럽』 등



제가 일본어로 번역한 작품은 2013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김숨작가의 장편소설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입니다. 대산문화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지원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한 번 응모해보려고 이것저것 찾아보다 대산문학상 수상자 리스트에서 김숨이라는 이름을
보고 책을 읽기도 전에 번역을 결정하였습니다.
그 당시 제가 속했던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아틀리에에서 개인별 번역 실습으로 김숨 작가의 「자라」라는 작품을 번역하게 된 것이 첫 인연이었습니다. 독특한 작품 세계를 가지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했고, 작품도 묘한 느낌이 들면서 빠지게 되는 매력이 있어서 인상적이
었습니다. 이상문학상을 받은 「뿌리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꼭 제가 번역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김숨 작가와 만날 기회가 있어서 그 마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김숨 작가는 제가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자기가 써야 하는 이야기를 잘 알고 자기가 쓰고 싶은 이야
기를 꾸준히 쓰는 소설가이자 수줍어하면서도 소설에 대해서는 확실한 생각을 말하는 진정한 소설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인연을 느낀 것은 제가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던 수강생이 김숨 작가와 같은 출판사 동료였고, 또 다른 수강생은 제가 좋아하는 카페 사장님인데 김숨 작가도 가끔 가는 카페였고 제가 간 바로 전날에 김숨 작가가 왔었다는 소리를 듣곤 합니다.

저는 대화를 번역하는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일본어는 성별, 나이, 성격에 따라 말하는 상대에 따라 화법에 차이가 있어서 등장인물들이 일본어로 말하게 하는 작업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여자의 침이 마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종종 잊었다.
이렇게 흥미로운 첫 소절부터가 의미심장하지요.
읽어가면서 여자가 시어머니, 그녀가 며느리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알게 됩니다. 두 사람을 구별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둘 다 같
은 여성이라는 것을 나타내려고 한 것입니다.
번역을 마치고 저는 다시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이라는 제목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작중의 여자도 그녀도 같은 ‘여인들’이고, 이 소설이 단순히 고부간의 갈등을 그린 이야기가 아니라 ‘진화하는 적들’에 맞서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나라 모든 여성들의 모습을 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을 번역하면서 며느리인 그녀의 직업 홈쇼핑 콜센터 전화상담원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시어머니가 걸린 구강건조증이라는 병을 처음 알았습니다. 침, 눈물, 땀, 모유 등 여러 분비물에 대해서 생각하게 돼서 인식이 바뀌었고, K선택, R선택과 같은 생물학 용어를 검색하게 되고, 최초의 인류 화석 ‘루시’와 인류의 진화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번역 작업을 통해 독서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도 번역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화를 번역하는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일본어는 성별, 나이, 성격에 따라 말하는 상대에 따라 화법에 차이가 있어서 등장인물들이 일본어로 말하게 하는 작업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번역은 가장 깊은 독서라고 말할 수 있는데 번역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책 속에는 그냥 읽기만 하면 보이지 않는 것들, 번역 작업을 통해서만 맛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번역자는 누구보다 깊이 작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진심으로 애정을 느끼는 작품을 번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은 번역이 완료되었지만 아직 일본에서 출판되지 않았습니다. 출판이 되지 않으면 번역하느라 오랫동안 노력한 보람이 없는 것이고 지원금을 받은 책임을 다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번역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번역만 잘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번역자는 출판이 될 만한 책을 찾고 책에 맞는 출판사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번역 대상 작품을 고를 때 문학성이 있는 책이나 좋아해서 번역하고 싶은 책보다 출판가능성을 우선시하게 될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계약을 맺어도 출판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번역자의 말>을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출판사와 몇 번이나 교정을 봐야 합니다. 보다 좋은 책을 위한 과정이기에 하나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작업이지요.
한국에서 일본소설이 많이 번역되고 인기 작가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에 비해 일본에서 한국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수는 아직 적습니다. 한국 번역서를 출판해 주는 곳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한국에서처럼 많이 팔리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교보문고 같은 큰 서점의 일본서적 매장에서 한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한 책을 놓는 작은 코너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있는 일본인 중에는 한국문학에 관심이 있는데 한국어를 몰라서 책을 못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점에 번역 책이 있으면 읽어보려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한국문학을 알리는 아주 작은 힘이 되겠습니다.

 


※ 일역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女たちと進化する敵』은 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 지원을 받아 필자의 번역으로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