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

대산문화 표지

서시序詩

“내 소설의 장점은 시간을 모험적으로 다루는 것”

「운수 좋은 날」 줄거리 ①죽은 아내와 하룻밤 ②그날의 심증 ③치삼과 소년 ④개똥만 한 사람이 ⑤운수 좋은 날 ⑥휴가

문학교과서와 친일문제, 그 해결점을 찾아서

악당을 구분하는 능력

“신문물의 능동적 수용과 수평적 인간관계가 내 실학정신의 핵심”

읽다 접어둔 책과 막 고백하려는 사랑의 말까지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다

『여원』 편집장 시절의 좌담회

파도그림, 여름에 즐기는 한기(寒氣)

11미터

운동장에서 펼쳐진 상상의 공동체

①별을 내던지고 전업 시인을 택하다 ②향학열, 반골정신 그리고 북청사람 ③가난과 고독을 동반 삼은 시조의 길

①적당한 사람,정적이 흐른다 ②말을 잇지 못하는,빛은 어둠의 속도

무구

①예술가의 독창성 ②하쿠나 마타타 ③빽

거꾸로 할머니와 바이올리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머리 위로 은총

한 권의 책이 작품 세계의 원형이 되기까지

아시아 시인들이 함께 만든 계간 『시평』의 마지막 가을

뒤죽박죽 나의 데뷔작들

허블

소설은 상상하게 하고, 영화는 선택하게 한다

시는 어떻게 대중과 소통하는가

허무맹랑한 공상? 지금 여기, 가장 핍진한 상상력 ‘SF’

논어와 탈무드

20세기 초 프랑스 여성주의 문학의 고전

시어의 미묘한 의미들 사이에서 주석의 역할을 생각하다

등장인물들이 일본어로 말하게 하는 작업의 즐거움

대산창작기금,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등

수요낭독공감 6월 행사

대산초대석

“내 소설의 장점은 시간을 모험적으로 다루는 것”

- 맨부커상 수상 영국작가 줄리언 반스와의 대화

정리 이다은 ㅣ 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4학년. 제17회 대산대학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자. 희곡 「돼지의 딸」 등

줄리언 반스(Julian Barnes) ㅣ 영국 소설가. 1946년생
장편소설 『연애의 기억』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시대의 소음』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산문집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등


“내 소설의 장점은
시간을 모험적으로
다루는 것”

 

- 맨부커상 수상 영국작가
  줄리언 반스와의 대화


편집자 주 : 제17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들이 부상으로 떠난 해외 문학기행에서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줄리언 반스를 만났다. 2월 11일 런던의 문학 에이전트 사무실에서 만나 그들이 나눈 대담의 내용을 싣는다.

••• 영국 레스터에서 출생해 런던에서 자란 줄리언 반스 는 사전 편집자, 평론가, 기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삼 십 대에 『메트로랜드』로 서머싯 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가로서 다소 늦은 시작이라 여겨질 수 있지만, 왕성한 창작욕으로 장편소설뿐만 아니라 청소년 소설에서 탐정 소설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출간 했다. 그가 써낸 작품의 영향력은 영국 문학에 한정되지 않 고 유럽 문학에까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국의 맨부커상, 프랑스의 메디치상, 페미나상을 비롯해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유수한 문학상들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심리적 사실주의를 기반으로 역사, 현실, 진실과 사랑, 시간과 죽음에 대한 통찰력을 드러낸다. 그 근간에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있다.
런던의 문학 에이전트 사무실에서 줄리언 반스를 만났다. 지난 1월에 73번째 생일을 맞이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키가 크고 곧은 사람이었다. 정장 차림의 그에게서 영국 신사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얼마 전 생신이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줄 리언반스 아침에는 신작을 작업했습니다. 그리고 동네 공원을 산책했습니다. 매일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저녁에는 오페라를 좋아해서 공연을 봤는데 여태까지 본 것 중 최악이었습니다. 중요한 생일은 아니었습니다.

해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줄 리언반스 일단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을 끝맺으려 합니다. 출장이 계획되어 있긴 한데, 작업을 끝내고 할 일입니다. 그 후에 바로 다음 작업에 착수할지, 아니면 조금 쉴지, 작품을 마무리 한 후에 결정하려 합니다.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와 그 과정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그리고 소설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줄 리언반스 제가 어렸을 때는 대학교에 문예 창작을 배울 수 있는 교과 과정이 없었습니다. 스스로도 내가 작가가 될 자격이 있나 많이 생각했지요. 예를 들어서 어렸을 때 지나가는 기차를 보면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저 기차 운전수는 다른 사람일 뿐, 절대 내가 아니다.’ 이처럼 책을 읽을 때에 책을 쓰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십 대 무렵에는 쓰고 싶은 글이 생겨도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문장을 과연 내가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내가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도요. 그러한 부분에서 제 자신을 설득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첫 번째 작품 『메트로랜드』는 완성하는 데 칠 년이 걸렸는데, 제 작품 중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하는지 물어보셨죠. 저는 독자를 내려다보는 입장에서 인생을 가르치고 설명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보다 옆에 나란히 앉아서 저 두 사람이 왜 싸우고 있을까 같이 의논하고 싶습니다. 이런 인터뷰가 아니면 독자의 의견을 듣지 못하지만, 독자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듯 함께 대화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한국에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연애의 기억』 등 총 18종의 작품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중 『The sense of an ending』은 한국에서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습니다. 이 번역이 과연 원제를 잘 전달하고 있는가에 대해 독자들의 의견이 분분한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줄 리언반스 18종의 작품이 번역되었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웃음). 번역은 무척 어려운 작업일뿐더러, 이 작품의 원제 자체도 어려웠습니다. ‘Sense’와 ‘Ending’, 두 단어 모두 복수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끝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 또는 일을 다 마친 후 어떤 의미였는지 나중에서야 깨닫는 것. 그런 두 가지 의미라 할 수 있죠. 번역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을 번역해주는 분들에게 항상 신신당부하는 것이 자유롭게 해달라, 그리고 작가인 제가 제 나라의 원어로 읽는 느낌을 독자에게 전달해달라고 합니다. 독자가 자신의 모국어로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의 일을 읽는 것뿐인 느낌으로 말이죠. 예를 들어서 프랑스의 번역자분은 『The sense of an ending』이라는 제목을 불어로 번역하지 못한다며 『Une fille, qui danse(춤추는 소녀)』라는 제목으로 바꿨습니다.
완전히 다르죠. 하지만 바뀐 제목은 누가, 어디서, 왜? 라는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훌륭한 제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하셨는데요. 이 작품이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작품에 담겨있는, 혹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특별한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줄 리언반스 왜 그렇게 반응이 좋았는지 모르겠지만 훌륭한 작품이었기에 그랬겠죠? 농담입니다(웃음). 작품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없습니다. 예전에 누군가 헤밍웨이에게 작품의 메시지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짧고 굵은 메시지를 원한다면 웨스턴유니온에나 가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처럼 작품을 다 읽었을 때 머릿속에 결론 내리지 않고 여지를 남겨줄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꿈같은 상상이 머릿속에 남겨진 것처럼 뇌리에 남아 있길 원합니다. 이를테면 기사는 해당 사실을 충분히 이해했다면 다시 되새길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런데 문학은 다 읽고 나서 이해를 했어도 색깔과도 같은 느낌이 남죠. 독자로 하여금 추후에 다시 이 작품에 끌려 들어오게 만들고 싶습니다.

선생의 작품들을 보면 기억이나 공간, 시간에 대한 사유가 두드러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 하시는 사유가 작품 내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궁금합니다.


줄 리언반스 형식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차차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어떤 형태를 만들어나갈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거의 다 쓰고 나서 정리하는 부분도 많고, 중간에 넣었던 부분이 점점 앞으로 옮겨지다가 첫 장이 된 적도 있습니다. 형태는 자연스럽게 흘러 움직이는 것이며, 뼈와 살처럼 함께 자라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에는 두 세계의 시간과 시대를 오가는 방식을 절대 취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이가 든 작가로서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시간을 모험적으로 다룰 수 있고, 유연성을 가지고 쓸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The sense of an ending』에서도 주인공이 학생이던 시절부터 시작해 인생이 끝나
는 노년까지를 다루는데, 그 사이에 있던 모든 인생이 두 문단으로 정리됩니다. 초창기라면 하지 못했을 방식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인생과 시간에 대한 연륜이 생겨 다룰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의 단편소설 작가인 앨리스 먼로는 열두 장에서 스무 장 분량에 한 사람의 인생을 모두 나열합니다. 무척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인생 전체를 그 안에 다 담을 수 있을까. 다른 작가들은 저걸 어떻게 발견해나가나, 어떻게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나.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런 호기심을 느끼고 즐깁니다.

왼쪽부터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박소연(평론 부문), 이다은(희곡 부문), 줄리언 반스, 김연덕(시 부문), 장은서(동화 부문)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보면 선생 개인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본인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쓰시게 된 계기와 그 작품이 선생께 어떤 의미였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줄 리언반스 그러한 고통, 사람을 잃는 고통은 영어권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주제입니다. 그런 일을 겪으며 혼자 극복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제 개인적으로는 어땠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아내를 잃고 5년 후에 작업을 시작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일을 겪고 난 후, 바로는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상실에 대한 감정은 여전히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책의 형태로 보였습니다. 쓰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앞에 누군가를 앉혀놓고 말하는 것보다, 책 너머독자에게 말하고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더 쉬웠기 때문에 쓸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이 출간되고 독자들로부터 “저도 몇 년 전 아내를 잃고 너무 힘들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느끼는 분노가 괜찮다는 걸 알았습니다”는 내용의 편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 작품에 대해서가 아니라, 영국과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안들에 대해서 질문드리고자 합니다. 세계의 시선은 영국의 브렉시트로 향하고 있습니다. 브렉시트는 유럽연합에서 변화의 단초로 작용하리라 예상되는데 브렉시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실제 브렉시트가 이뤄진다면, 혹은 되지 않는다면 영국과 유럽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요?

줄 리언반스 일단 브렉시트는 어떻게든 진행되리라 생각합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영국 정치 역사상 제일 우울한 사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과 무능력자들의 싸움이었습니다.
영국 작가이자 유럽의 작가이자 브렉시트 반대에 투표했던 사람으로서, 보수당 내 분란을 가라앉히려다가 실수로 시작된 사달이기에 무척 착잡하게 생각합니다. 보수당 내에서도 국수보수당은 격한 정치적 성향을 보여주며 요구한 대로 응해줘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

습니다. 근 이 년 동안 영국은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유럽마저 영국을 한심하게 보고 있는 상황에서, 뭘 원하는지 결정도 못 하고, 원하는 것에 대해 협상도 못 하고 있기에 실망스럽습니다. 브렉시트가 진행되면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큰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도널드 트럼프가 왕인 세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국 내에서도 분열이 점점 커가는데 그걸 극복하는 데에도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지난 2018년, 남북은 극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어 분단 74년 만에 통일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일한 냉전체제의 종식은 평화의 시대를 연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일 텐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줄 리언반스 저는 한국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기에 대답하기 어렵지만, 통일이 된다면 무척 좋을 겁니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 남북 단일팀이 참가하는 걸 감동적으로 봤습니다. 스포츠는 경쟁의식뿐만 아니라 협동심도 키우죠. 예전에 런던의 한 축구 구단에 예상치 못하게 프랑스인이 주장으로 세워진 적이 있습니다. 북런던 구단이다 보니 북런던 사람들이 구단을 응원하다 갑자기 프랑스 선수들까지 응원하게 됐지요. “잠깐, 우리가 왜 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지? 잘하는데?” 식의 화목한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이렇게 스포츠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화롭게 통일이 된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트럼프가 개입한 상황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트럼프가 하는 말은 절대 듣지 않고 오히려 트럼프의 행동을 봅니다. 트럼프의 말은 전부 거짓말이지만 행동만은 솔직하죠. 그렇지만 예상치 못하는 일들이 예상치 못하는 통치자의 지도하에 생길 수 있기에, 누가 어떤 일을 이뤄낼지 모르기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통일은 생각보다 국제적으로 버거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독과 동독만 봐도, 서로를 잘 안다 생각했으며 분단된 시간도 짧았습니다. 서독은 자신들이 우월하다 생각했지만 결국 동독이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한국도 그런 어려움을 극복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통일은 몇 세대에 걸쳐 이뤄질 문제이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의 많은 독자들이 선생의 소설을 읽고 또 실제로 선생을 만나고 싶어 하는데요. 혹시 한국에 방문할 예정은 없으신가요?

줄 리언반스 언젠가 갈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나이 들면서 장거리 여행을 선호하지 않아서요. 그래도 배제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작가를 제일 정확하게 만날 수 있는 건 작품을 통할 때입니다. 그리고 작가가 훌륭하다면, 그의 작품은 훨씬 더 좋을 겁니다.

한국 작가 한강이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습니다. 혹시 영국에 살면서 한국 문학을 접하거나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줄 리언반스 한국 문학을 접해본 적은 없습니다. 돌아가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꼭 읽어보겠습니다. 한국 문학에 대해서는 한 가지 들은 것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꾸준히 새로운 도서관을 짓고 있다고요. 영국에서는 도서관이 꾸준히 문 닫고 있는 중이라 부럽습니다. 책에 대한 한국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미래를 위해 착실히 준비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만약 영국 독자들이 돈이 없어 제 책을 사지 못하게 된다면 한국에 가겠습니다(웃음).

매체의 변화로 문학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문화 환경 속에서 문학 혹은 소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줄 리언반스 소설의 힘을 믿습니다. 50년 주기마다 소설은 이제 죽었다고들 했습니다. 영화가 나왔을 땐 영화로 인해 소설이 죽을 것이다, 텔레비전이 나왔을 땐 텔레비전으로 인해 죽을 것이다, 인터넷이 나왔을 땐 인터넷으로 인해 죽을 것이다, 이렇게 말이죠. 문학, 그러니까 연극, 시, 소설은 다른 매체가 주지 못 하는 것이 있기에 절대 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소설은 조용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마음과 머리에서 우러나와 다른 한 사람에게 전달됨으로써, 일대일로 교류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절대 대체될 수 없는 문학의 힘이 있지 않을까요.

저희 모두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작가들입니다. 선배로서 저희에게 조언을 주실 수 있을까요?

줄 리언반스 정말 하고 싶을 때 하세요. 완성본이 준비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마세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계속 읽으세요.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늙은 작가의 조언은 듣지 말고요.

••• 인터뷰하는 내내 줄리언 반스는 우리에게 가까이 몸을 기울이고 시선을 맞췄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질문을 건네기도 했다. 헤어지기 전 그가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수많은 글을 써낸 작가의 손은 크고 단단했다. 한 시간여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와 깊이 있게 나눈 대화의 여운은 깊고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