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형의 작가 최인석 “사람 이상의 가치는 없다”
황순원 탄생 100주년 기념 「소나기」 이어쓰기 가을하다 사람의 별 다시 소나기 지워지지 않는 그 황톳물 헤살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아버지의 방, ‘영원한 어린이의 벗 강소천’ 별을 가슴에 품고 평생 연필로 시를 쓰다 괜찮다 괜찮다! 가난한 청산도, 고난도, 절망도
가장 문학적인 인물, 여성 내 시의 세 가지 신비 숨은 집 비평과 독서
“격동기, 단절과 극복의 언어”를 남긴 8명의 문인 재조명
나의 아버지
5월이 오면
5월이 오면 아버지 생각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1963년 5월 6일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날입니다. 평생 어린이들만 생각하시며 어린이들을위한 일에만 매달려 몸과 마음을 불사르신 아버지께서는 온 나라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즐거운 어린이날을 마지막으로 지켜보시고 다음 날 운명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49세……, 백세시대를 이야기하는 현재를 생각하면 50세도 넘기지 못한 너무 짧은 생애였습니다.
1963년 5월 아버지 장례를 모시던 날 다섯 살짜리 철부지 꼬마는 마당 가득한 문상객들 사이를이리저리 뛰어 다녔다고 합니다. 그 꼬마에게는 아버지와 그가 남기시고 간 것들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야 아버지가 지으신 동요와 동화를 선생님께 듣고 배우며 아버지가 남기시고 간 것들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고,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대하셨던 이야기와생전에 하셨던 일들에 대한 말씀을 들으며 나름대로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만들어가기 시작했
습니다.
어머니는 저희 삼남매를 키우시면서 항상 아버지의 작품과 해놓으신 일들을 말씀해주시며 저에게 차츰 선명한 ‘나의 아버지 강소천’의 모습을 만들어 주시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작품을 읽고 자료를 통하여 그동안 해놓으신 일들을 알게 되면서 제 머릿속에는 나름대로의 아버지 모습이 그려지고 새겨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떠나신 지도 벌써 50년이 넘었습니다. 세상을 떠나실 당시의 다섯 살짜리 철부지 꼬마가 이제 57세의 장년이 되어 아버지를 생각해 봅니다.
신비하고 기적적인 삶
아버지께서는 지금은 북한 땅인 함경도에서 35년을 사셨고, 6·25전쟁의 와중에 흥남철수 마지막 배를 기적적으로 타고 월남하셨습니다. 그리고 부산을 거쳐 서울에 사시면서 오직 한 길 어린이를 위해 글을 쓰셨고 어린이를 위한 문화 사업을 하셨습니다. 북에서의 35년은 남에서의 13년을 위한 준비 기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일제 강점기 때 철저한 일본인 만들기 교육을 받으면서도 ‘우리말 우리글’을 지키고 다듬는 일에
만 열중할 수 있었던 기적 같은 삶, 잃은 나라를 도로 찾기 위해 애국투사들이 모여 저항하던 간도 용정에서의 체험, 일제의 압박 속에서도 고향마을 주일학교 어린이들에게 우리 글을 지도하며 우리 글로 만든 동시집 『호박꽃 초롱』을 출판한 일 등은 어쩌면 앞으로 일어날 6·25전쟁으로 말미암아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실 준비를 하시고 계셨던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사람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흥남철수’의 고통을 겪으며 남한 땅을 찾으신 아버지는 어린이 잡지 주간자리와 문교부 편수국 등에서 어린이를 위해 일을 하시면서도 전쟁의 폐허 속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기 위해 글을 쓰고 읽게 하는 등, 오직 한 길 어린이 사랑을 위해 애쓰셨습니다.
13년의 짧은 기간에 그 많은 동시·동화 창작과 어린이헌장 제정, 어깨동무운동, 방송 프로그램참여, 대학에 아동문학강좌 개설 등 어린이를 위한 여러 일들을 어떻게 다 감내하셨는지 아들로서 새삼 존경과 자랑스러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어머니의 소망
어머니께서는 자나 깨나 아버지의 삶을 보람 있게 빛내는 일만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하시는 데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이셨습니다. 어머니 삶의 목표이며 움직일 수 없는 소망이 바로 아버지의 문학을 영원히 빛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소천아동문학상, 강소천 문학비, 강소천 아동문학전집, 강소천 기념관을 소망으로 갖고 사셨습니다.
“현구야, 네 아버지께서는 고향이 이북이고 가까운 친척도 별로 없어서 몹시 외로우셨단다. 남들은 친척이나 동창도 많아 문학비도 세우고 갖가지 기념사업도 하는데……”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며 “내 생전에 네 아버지 문학비를 세우고 전집을 출판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구나. 이 일은 꼭 해야 하는데……”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의 기도와 노력으로 1975년 문천사에서, 그리고 1981년 문음사에서 전집을 출간하였고,1985년에는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1년 전인 1987년에는 어린이대공원 장미가 만발한 뜰 앞에서 그렇게 원하시던 강소천 문학비 제막식을 하시며 눈물을 글썽이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기념관의 경우 1994년 한 재벌회사의 건립 추진 제의가 있어 유품 등 자료를 기증한 바 있었으나, 건립에 진통을 겪다가 외환위기 등 악재가 생기며 사업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21세기로 들어서 인터넷이란 새로운 문화가 활발히 전개되면서, 기념관을 사이버 공간에 만들면 공간을 초월하여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2002년에 ‘영원한 어린이의 벗, 강소천’(www. kangsochun.com)이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아버지 작품과 자료를 모두 수록하게 되었습니다.
사이버 강소천 기념관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제 어머니의 소원대로 어디서든 아버지 작품을 접할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중동,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이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아버지 작품을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2006년에는 아버지의 유품을 국립 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기증하여 국내 유일본인 50, 60년대 작품집 등을 잘 보존할 수 있게 되었고, 별도 부스를 마련하여 전시할 수 있게 되어 어머니의 마지막 소망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마운 분들의 정성 받들어 산소 봉분 앞에는 커다란 시비(詩碑) 앞면에는 아버지 대표적인 동시「닭」이 새겨져 있습니다.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또 한 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 번 쳐다보고.
이 시는 우리나라 서예 대가로 알려져 있는 김충현 선생님의 글씨로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시비 뒷면에는 30년 가까이 문학과 우정으로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신 박목월 선생의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강소천은 갔지만
동화 나라의 강소천은
어린이와 더불어
영원히 이 세상에
살아 있으리라
해마다 5월 6일 아버지 기일에 성묘를 가 이 비문을 보며 아버지가 동화나라에서 영원히 살아 계시도록 하기 위한 제 역할을 생각해보곤 합니다.
단신으로 피난길에 나선 아버지의 남한 정착 후 돌아가실 때까지 13년이란 짧은 기간에 그 많은일을 하실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아버지가 떠나신 뒤에도 꾸준히 보살펴주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강소천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표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1964년 1주기 때 박경종, 서석규, 박목월, 최태호 선생님께서 주관하여 『봄동산 꽃동산』이란 책 출간과 산소 앞 시비를 건립하였으며, 1965년에는 아버지 2주기를 맞아 소천문학상을 제정하여 시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조석기 배영사 사장님과 김동리, 박목월, 박종화, 조지훈, 최태호 선생님이 운영위원으로 함께 해주셨습니다.
1981년에는 문음사에서 『강소천 아동문학전집』 15권이 출판되었는데, 이때에도 김동리, 박목월,박창해, 최태호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1985년 국민훈장 대통령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될 때에는 김동리, 손소희 선생님께서 많은 힘이 되어주셨으며, 1987년 어린이 대공원에 ‘강소천 문학비’를 제막할 때에도 역시 김동리, 서석규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이 힘써주셨습니다.
이렇게 많은 고마우신 분들께 지면으로 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리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지만, 이 세상에 계시지 않은 분들이 너무 많아서 송구한 마음이 앞섭니다.
또한 1998년 주관사에 문제가 생겨서 2년간 시상이 중단되었던 소천문학상을 2000년부터 흔쾌히 맡아서 지금까지 운영해주시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교학사 양철우 회장님과 임직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소천아동문학상 운영위원장 서석규 선생님, 신현득, 조대현, 김병규, 배익천 운영위원분들과 후원을 해주신 김혜선(金惠仙) 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강소천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한 책자 제작에 어려운 원고를 맡아 애써주신 김용희, 박덕규 교수님의 노고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많은 고마우신 분들이 계시기에 박목월 선생님의 비문처럼 동화나라의 강소천은 어린이와 더불어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집니다.
영원히 살아 계실 ‘아버지 방’
2002년에 개설해서 지금까지 2백만 번 이상의 방문이 이루어지고 있는 강소천 공식 홈페이지‘영원한 어린이의 벗 강소천’이라는 ‘아버지 방’으로 들어서면 어린이가 부르는 동요가 반갑게 맞아 줍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손님들이 무엇을 찾는지 살피며 방을 정리합니다. 시간이 날 때면 언제든지 들어가 아버지의 동요, 동시를 듣기도 하고 동화도 읽어 봅니다. 노래도 즐겁고 동화도 재미있습니다. 사각사각 전자음 소리를 들으며 책장을 넘기는 재미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자료를 찾고 책을 읽으면서 곳곳에 배어있는 아버지의 삶과 향기와 온기를 체감하게 됩니다. 작품을 쓰실 때의 아버지 모습이 작품 속의 주인공과 겹쳐 떠오를 때도 있습니다.
날마다 지구 곳곳에서 찾아와 ‘영원한 어린이의 벗 강소천’ 방을 노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든 들어와서 아버지 작품을 읽고 아버지와 관련된 새 소식을 보고 궁금한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노크만 하면 열리는 방입니다.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수많은 보물들이 가득한 ‘아버지 방’ - 아버지와 마주앉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날이 갈수록 더욱 진한 행복감을 안겨 줍니다.
다시금 그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아동문학가 여러분과 각계각층 어른들, 그리고 홈페이지를 찾아 격려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아버지의 방, ‘영원한 어린이의 벗 강소천’
글 강현구 ㅣ 강소천의 장남. 1959년생
강소천 ㅣ 아동문학가, 1915〜1963년
동요 「닭」 「태극기」 「꼬마 눈사람」 「스승의 은혜」 「금강산」 「나무야」, 동요동시집 『호박꽃초롱』, 동화집 『조그만 사진첩』 『진달래와 철쭉』 『꽃신』『꿈을 찍는 사진관』 『종소리』 『무지개』 『인형의 꿈』 『꾸러기와 몽당연필』 『대답 없는 메아리』, 청소년소설집에 『해바라기 피는 마을』『꽃들의 합창』 『봄이 너를 부른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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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오면
5월이 오면 아버지 생각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1963년 5월 6일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날입니다. 평생 어린이들만 생각하시며 어린이들을위한 일에만 매달려 몸과 마음을 불사르신 아버지께서는 온 나라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즐거운 어린이날을 마지막으로 지켜보시고 다음 날 운명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49세……, 백세시대를 이야기하는 현재를 생각하면 50세도 넘기지 못한 너무 짧은 생애였습니다.
1963년 5월 아버지 장례를 모시던 날 다섯 살짜리 철부지 꼬마는 마당 가득한 문상객들 사이를이리저리 뛰어 다녔다고 합니다. 그 꼬마에게는 아버지와 그가 남기시고 간 것들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야 아버지가 지으신 동요와 동화를 선생님께 듣고 배우며 아버지가 남기시고 간 것들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고,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대하셨던 이야기와생전에 하셨던 일들에 대한 말씀을 들으며 나름대로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만들어가기 시작했
습니다.
어머니는 저희 삼남매를 키우시면서 항상 아버지의 작품과 해놓으신 일들을 말씀해주시며 저에게 차츰 선명한 ‘나의 아버지 강소천’의 모습을 만들어 주시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작품을 읽고 자료를 통하여 그동안 해놓으신 일들을 알게 되면서 제 머릿속에는 나름대로의 아버지 모습이 그려지고 새겨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떠나신 지도 벌써 50년이 넘었습니다. 세상을 떠나실 당시의 다섯 살짜리 철부지 꼬마가 이제 57세의 장년이 되어 아버지를 생각해 봅니다.
신비하고 기적적인 삶
아버지께서는 지금은 북한 땅인 함경도에서 35년을 사셨고, 6·25전쟁의 와중에 흥남철수 마지막 배를 기적적으로 타고 월남하셨습니다. 그리고 부산을 거쳐 서울에 사시면서 오직 한 길 어린이를 위해 글을 쓰셨고 어린이를 위한 문화 사업을 하셨습니다. 북에서의 35년은 남에서의 13년을 위한 준비 기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일제 강점기 때 철저한 일본인 만들기 교육을 받으면서도 ‘우리말 우리글’을 지키고 다듬는 일에
만 열중할 수 있었던 기적 같은 삶, 잃은 나라를 도로 찾기 위해 애국투사들이 모여 저항하던 간도 용정에서의 체험, 일제의 압박 속에서도 고향마을 주일학교 어린이들에게 우리 글을 지도하며 우리 글로 만든 동시집 『호박꽃 초롱』을 출판한 일 등은 어쩌면 앞으로 일어날 6·25전쟁으로 말미암아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실 준비를 하시고 계셨던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사람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흥남철수’의 고통을 겪으며 남한 땅을 찾으신 아버지는 어린이 잡지 주간자리와 문교부 편수국 등에서 어린이를 위해 일을 하시면서도 전쟁의 폐허 속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기 위해 글을 쓰고 읽게 하는 등, 오직 한 길 어린이 사랑을 위해 애쓰셨습니다.
13년의 짧은 기간에 그 많은 동시·동화 창작과 어린이헌장 제정, 어깨동무운동, 방송 프로그램참여, 대학에 아동문학강좌 개설 등 어린이를 위한 여러 일들을 어떻게 다 감내하셨는지 아들로서 새삼 존경과 자랑스러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어머니의 소망
어머니께서는 자나 깨나 아버지의 삶을 보람 있게 빛내는 일만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하시는 데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이셨습니다. 어머니 삶의 목표이며 움직일 수 없는 소망이 바로 아버지의 문학을 영원히 빛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소천아동문학상, 강소천 문학비, 강소천 아동문학전집, 강소천 기념관을 소망으로 갖고 사셨습니다.
“현구야, 네 아버지께서는 고향이 이북이고 가까운 친척도 별로 없어서 몹시 외로우셨단다. 남들은 친척이나 동창도 많아 문학비도 세우고 갖가지 기념사업도 하는데……”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며 “내 생전에 네 아버지 문학비를 세우고 전집을 출판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구나. 이 일은 꼭 해야 하는데……”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의 기도와 노력으로 1975년 문천사에서, 그리고 1981년 문음사에서 전집을 출간하였고,1985년에는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1년 전인 1987년에는 어린이대공원 장미가 만발한 뜰 앞에서 그렇게 원하시던 강소천 문학비 제막식을 하시며 눈물을 글썽이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기념관의 경우 1994년 한 재벌회사의 건립 추진 제의가 있어 유품 등 자료를 기증한 바 있었으나, 건립에 진통을 겪다가 외환위기 등 악재가 생기며 사업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21세기로 들어서 인터넷이란 새로운 문화가 활발히 전개되면서, 기념관을 사이버 공간에 만들면 공간을 초월하여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2002년에 ‘영원한 어린이의 벗, 강소천’(www. kangsochun.com)이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아버지 작품과 자료를 모두 수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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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강소천 기념관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제 어머니의 소원대로 어디서든 아버지 작품을 접할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중동,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이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아버지 작품을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2006년에는 아버지의 유품을 국립 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기증하여 국내 유일본인 50, 60년대 작품집 등을 잘 보존할 수 있게 되었고, 별도 부스를 마련하여 전시할 수 있게 되어 어머니의 마지막 소망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마운 분들의 정성 받들어 산소 봉분 앞에는 커다란 시비(詩碑) 앞면에는 아버지 대표적인 동시「닭」이 새겨져 있습니다.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또 한 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 번 쳐다보고.
이 시는 우리나라 서예 대가로 알려져 있는 김충현 선생님의 글씨로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시비 뒷면에는 30년 가까이 문학과 우정으로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신 박목월 선생의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강소천은 갔지만
동화 나라의 강소천은
어린이와 더불어
영원히 이 세상에
살아 있으리라
해마다 5월 6일 아버지 기일에 성묘를 가 이 비문을 보며 아버지가 동화나라에서 영원히 살아 계시도록 하기 위한 제 역할을 생각해보곤 합니다.
단신으로 피난길에 나선 아버지의 남한 정착 후 돌아가실 때까지 13년이란 짧은 기간에 그 많은일을 하실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아버지가 떠나신 뒤에도 꾸준히 보살펴주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강소천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표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1964년 1주기 때 박경종, 서석규, 박목월, 최태호 선생님께서 주관하여 『봄동산 꽃동산』이란 책 출간과 산소 앞 시비를 건립하였으며, 1965년에는 아버지 2주기를 맞아 소천문학상을 제정하여 시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조석기 배영사 사장님과 김동리, 박목월, 박종화, 조지훈, 최태호 선생님이 운영위원으로 함께 해주셨습니다.
1981년에는 문음사에서 『강소천 아동문학전집』 15권이 출판되었는데, 이때에도 김동리, 박목월,박창해, 최태호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1985년 국민훈장 대통령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될 때에는 김동리, 손소희 선생님께서 많은 힘이 되어주셨으며, 1987년 어린이 대공원에 ‘강소천 문학비’를 제막할 때에도 역시 김동리, 서석규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이 힘써주셨습니다.
이렇게 많은 고마우신 분들께 지면으로 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리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지만, 이 세상에 계시지 않은 분들이 너무 많아서 송구한 마음이 앞섭니다.
또한 1998년 주관사에 문제가 생겨서 2년간 시상이 중단되었던 소천문학상을 2000년부터 흔쾌히 맡아서 지금까지 운영해주시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교학사 양철우 회장님과 임직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소천아동문학상 운영위원장 서석규 선생님, 신현득, 조대현, 김병규, 배익천 운영위원분들과 후원을 해주신 김혜선(金惠仙) 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강소천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한 책자 제작에 어려운 원고를 맡아 애써주신 김용희, 박덕규 교수님의 노고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많은 고마우신 분들이 계시기에 박목월 선생님의 비문처럼 동화나라의 강소천은 어린이와 더불어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집니다.
영원히 살아 계실 ‘아버지 방’
2002년에 개설해서 지금까지 2백만 번 이상의 방문이 이루어지고 있는 강소천 공식 홈페이지‘영원한 어린이의 벗 강소천’이라는 ‘아버지 방’으로 들어서면 어린이가 부르는 동요가 반갑게 맞아 줍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손님들이 무엇을 찾는지 살피며 방을 정리합니다. 시간이 날 때면 언제든지 들어가 아버지의 동요, 동시를 듣기도 하고 동화도 읽어 봅니다. 노래도 즐겁고 동화도 재미있습니다. 사각사각 전자음 소리를 들으며 책장을 넘기는 재미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자료를 찾고 책을 읽으면서 곳곳에 배어있는 아버지의 삶과 향기와 온기를 체감하게 됩니다. 작품을 쓰실 때의 아버지 모습이 작품 속의 주인공과 겹쳐 떠오를 때도 있습니다.
날마다 지구 곳곳에서 찾아와 ‘영원한 어린이의 벗 강소천’ 방을 노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든 들어와서 아버지 작품을 읽고 아버지와 관련된 새 소식을 보고 궁금한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노크만 하면 열리는 방입니다.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수많은 보물들이 가득한 ‘아버지 방’ - 아버지와 마주앉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날이 갈수록 더욱 진한 행복감을 안겨 줍니다.
다시금 그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아동문학가 여러분과 각계각층 어른들, 그리고 홈페이지를 찾아 격려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