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

시의 메아리를 걷다

현재 진행형의 작가 최인석 “사람 이상의 가치는 없다”

일생의 근심을 끌어올리는 시간

아는 진실과 모르는 진실

황순원 탄생 100주년 기념 「소나기」 이어쓰기 가을하다 사람의 별 다시 소나기 지워지지 않는 그 황톳물 헤살

투명 언론인의 정체

바로 당신이 아Q다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우연’과 ‘무심함’을 담는 기억의 방부제

여승

소설가, 평론가, 아동문학가, 편집자 김이구

미호 강변에 꽃피운 서원교육에 관한 보고서

바다와 디아스포라의 도시, 부산 광복로

아버지의 방, ‘영원한 어린이의 벗 강소천’ 별을 가슴에 품고 평생 연필로 시를 쓰다 괜찮다 괜찮다! 가난한 청산도, 고난도, 절망도

가장 문학적인 인물, 여성 내 시의 세 가지 신비 숨은 집 비평과 독서

“격동기, 단절과 극복의 언어”를 남긴 8명의 문인 재조명

활력 사라진 문단, 해외거장 작품과 외국 대중소설이 메워

‘돈’에 대한 내숭에 던진 돌직구

살아가야 할 자와 죽어가는 자 사이의그 아득한 거리

방물장수와 보부상을 몰아낸 신문·잡지의 광고

《현대문학》 창간 전후

무장해제의 기억들

비를 맞는 개구리 눈빛

세기적 추녀의 연애담에 오버랩된 30년전 한국사회

시대의 갈등과 비극의 붉은 얼룩을 옮기다

왕비와 기사의 애절한 궁정식 사랑

NEW BOOKS

재단소식

글밭단상

가장 문학적인 인물, 여성

글 현길언 ㅣ 소설가, 1940년생
소설 『용마의 꿈』『나의 집을 떠나며』『한라산』『숲의 왕국』『사막으로 난 길』 등

사람들이 쓴 역사에서 그 주인공은 대부분 남자이다. 역사는 권력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권력의 상징으로서 남성 중심의 역사 기술은 인간적이다. 그런데 신앙적으로 그 저자가 야훼 하나님이라는 성경에는 인간의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여성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성경은 반 이데올로기의 입장에서 역사를 인식했다는 점에서 ‘문학적’이다.

하나님의 심판으로 소돔과 고모라라는 두 도시가 유황불바다가 되는 그 상황에서 여성들의 돌출적인 행위가 나타난다. 의인 열 사람이 없어서 징벌을 피할 수 없게 된 그 도시에서 롯은 삼촌 아브라함의 간구함으로 천사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게 된다. 롯은 아내와 두 딸만을 데리고 성을 빠져나오는데, 아내는 화려하고 즐거웠던 도시 생활과 그 도시에 남겨둔 그 많은 재물을 잊지 못해 뒤를 돌아보았다가 소금기둥이 되고 만다.

살아남은 롯은 두 딸과 산속 동굴에서 살게 되었다.하루는 두 딸 중에 맏이가 동생에게 결혼하여 자식을 낳을 수 없게 되었으니, 아버지를 술 취하게 만든 후에 아버지와 동침해서 자식을 얻자고 한다. 자매가 생각이 같았다. 먼저 언니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아버지와동침하였고, 그 뒷날에는 동생이 그렇게 하였다. 그래서 자매 모두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언니의 아들은 모압 조상이 되었고 동생이 낳은 자식은 암몬 조상이 되었다.

저자인 하나님은 왜 이러한 이야기를 기록하도록 했을까?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원시시대에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오늘의 관습으로 생각한다면 혼란스러울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서 신학적으로 인류학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여기에서 롯의 아내의 처지와 그 두 딸의 모습에서 여자의 욕망과 지혜를 생각할 수 있다. 롯의 아내의 욕망과 두 딸의 지혜가 여성(女性)성의 본질이 아닐까? 롯의 아내는 유황불로 진멸되는 도시를 뒤에 두고 문득 그 화려한 도시를 잊을 수 없었다. 두고 온 그 많은 보화와 좋은 집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롯의 아내는 과거의 ‘물질적인 환락’의 시간에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는 구원의 시간이 아니다. 구원은 미래의 시간에 있다. 과거의 믿음, 과거의 치적--, 과거에 의해서 구원받지 못한다.지나간 시간은, 그리고 그 시간의 흔적인 기억은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쓰여질 때에 창조적인 의미를 갖는다. 오히려 그것에 얽매이면 과거만 있을 뿐이지 미래는 없다.

반면에 그 딸들은 현명했다. 그들에게는 소돔과 고모라에서 살았던 과거보다는 미래가 더 소중했다. 죄악의 도시에 살았던 과거의 자신을 잊어버렸다. 당장 시급한 것은 여성으로 자식을 낳아 역사를 이어가는 일이었다. 그 일은 여자의 고유한 몫인 여성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자매에게는 자식을 낳을 수 없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모성성을 잃게 될 것이 큰 문제였다. 방법은 유일한 남성인 아버지의 정자를 얻는 일이다. 그것은 윤리의 문제였다. 그래도 두 딸에게는 윤리보다 역사의 단절을 극복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그 일을 감행하기 위해서 과거, 즉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극복하고 현재의 상황, 토굴속의 남성과 여성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부녀의 관계는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아버지를 술취하게 해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이 얼마나 발칙하면서도 미래 지향적인가? 아버지인 남성으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문학적이다. 이념 중심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입장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사건이다. 그래서 성경은 문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