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

대산문화 표지

낙화落花

영국의 시 축제들

시인은 청진기, 아픔을 듣고 붉은 꽃을 처방한다

여성의 눈으로 희망 찾기

특집을 기획하며 민족의 의지와 행운이 함께한「독립선언서」 작성 과정 한민족의 독립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린 영문 「3·1독립선언서」 「독립선언서」에서 배제된 여성들의 「대한독립여자선언서」 「독립선언서」에 담긴 이상과 현실

이야기꾼의 운명, 이야기의 힘

SNS는 눈, 유튜브 문학은?

“깨끗한 것이 선악보다 낫다”

자동차

고리키세계문학연구소에서

일출(日出), 빛과 색 이야기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모든 순간들이 한국문학이고 ≪현대문학≫이다

하필이면

김점순 어머니

가면 오리, 오면 십리

티브이를 보다가,뼈 펴는 소리 포스터

행자가 사라졌다! 눈과 사람과 눈사람

불꽃놀이

「동시대 문학의 시간착오와 불안」에 부쳐

운이 좋은 이유 작가, 같이 아픈 사람들이 주는 큰 위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세밀하게, 간결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LOVE NEVER FAILS

“차(茶)란 먼저 형태를 만들고 마음을 담는거야”

역사가 인류에 대해 말해주는 것

다르게 또 새롭게, 문학 안에서 전진하는 페미니즘

통째로 얼지 않으려고

“죽음의 그림자 가운데 써나간 고통의 기록”

터키인들도 ‘타는 목마름’을 아는가!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대산창작기금,대산청소년문학상 등

2019 대산창작기금 및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공모 등

이 계절의 문학

다르게 또 새롭게, 문학 안에서 전진하는 페미니즘

글 강주화 ㅣ 국민일보 문화부 기자. 1977년생

 

2017년 여름부터 문학을 맡게 됐다. 그때로부터 여섯 차례 계절이 바뀌었다. 돌아보니 당시 화제가 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2019년 지금도 여전히 화제다. 주요 문학상 수상작 중에는 여성주의 관점을 보유한 여성 작가 작품이 눈에 띈다. 페미니즘 시각에서 부적절한 언어는 문학의 이름으로 단호히 단죄된다. 사회 전반에 강세인 페미니즘이 문학으로도 계속 확장되는 모습이다.
2016년 10월 출간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11월 말 누적 판매 부수 100만 부를 돌파했다. 2009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9년 만에 나온 소설 분야 밀리언셀러였다. 이 작품은 1982년 한국에서 태어난 평범한 여성이 가정, 학교, 직장에서 겪는 성차별을 담고 있다. 장정일은 이 소설에 대해 “대졸 ‘경단녀’의 전형을 묘사한 사회학적 보고서”라고 평했다.
100만 부 판매의 가장 큰 동력은 여성들의 적극적인 지지였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구매자는 20·30대 중심의 여성(76.8%)이었다. 책은 ‘여성 혐오’와 ‘미투(#MeToo) 운동’ 등 한국 사회의 젠더 이슈가 폭발했던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관심을 모았다. 특히 책 판매량은 지난해 2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한 직후와 2017년 5월 고(故) 노회찬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을 선물한 직후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설이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 이슈를 제기하는 데 큰 촉매제가 된 것이다. 이 작품은 대만에 이어 지난 연말 일본 등에서 출간돼 아시아 각국의 여성으로부터 환호를 받고 있다. 여성에게 억압적인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도 페미니즘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연말연초 주요 문학상 수상자는 여성이 다수였다. 11월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자는 소설 『내게 무해한 사람』을 쓴 최은영이었다. 같은 달 현대문학상 소설과 시 분야 수상자는 각각 박민정과 안미옥, 대산문학상 소설과 시 분야에 최은미와 강성은이었다. 1월 초 공개된 이상문학상 수상자 역시 여성인 윤이형이었다. 김수영문학상 수상자는 성폭력을 주제로 한 시 『캣콜링』을 쓴 시인 이소호였다. 주요 문학상을 여성 작가가 휩쓴 것이다.
작품 내용 또한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이나 억압을 소재한 것이 많았다. 윤이형의 수상작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는 한 부부가 이혼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아내는 “결혼이라는 놈을 의인화할 수 있다면 피고인석에 세우고 싶다”고 토로한다. 소설은 남녀 모두를 가부장적 결혼 제도의 피해자로 그린다. 이 작품은 1983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서영은의 「먼 그대」와 상당히 대조된다. 「먼 그대」는 유부남의 내연녀로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담고 있다. 같은 여성 작가이지만 전자는 남성 중심의 사회 관습에 저항하는 반면 후자는 순응하는 모습이다. 문학평론가 권영민은 “두 작품의 편차는 한국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한 세대를 거치는 사이 여성의 삶도, 그 삶을 담은 문학도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남성 중심적으로 쓰이는 문학 언어도 자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존 언어 관행에서 용인됐지만 페미니즘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작가 이외수가 지난해 10월 SNS에 ‘저년’, ‘화냥기’란 단어로 가을 단풍에 대해 써서 몰매를 맞았다. 심상대의 장편 『힘내라 돼지』 서평에 대해서는 일부 독자가 페미니즘 시각에서 항의하면서 언론사가 관련 글을 삭제하는 소동이 있었다. 연초엔 강동수가 소설집 『언더 더 씨』에서 세월호 희생자 여학생을 묘사하면서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앞니를 박아 넣으면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큼하고 달콤한 즙액”이란 문구를 쓴 게 논란이 됐다. 독자들은 미성년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우여곡절 끝에 작가가 “‘젠더 감수성’과 ‘성 평등 의식’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겠다”고 사과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페미니즘으로 무장한 독자들이 작가들의 언어와 문학 작품을 적극적으로 ‘비평’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연초 한 신문사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은 블로그 글 표절 시비로 당선이 취소됐다. 독자들의 ‘검증’ 렌즈에 걸린 것이다.
페미니즘이 계속 진지를 확장하는 것은 문학에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문학 안에서 한국 소설이 외국 소설에 밀린 것은 걱정스럽다. 2018년 일본 소설이 소설 분야 판매 비중에서 31%를 차지해 29.9%를 기록한 한국 소설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베스트셀러 순위 100위권에 가장 많은 작품(5권)을 올린 작가도 한국 작가가 아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쓴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였다. 강한 흡인력을 가진 한국 소설이 그만큼 적었다는 얘기다. 작가들은 “반짝이는 한국 소설이 덜 발견되고 있다”고 하지만 독자들은 “읽을 한국 소설이 없다”고 푸념한다. 문학 담당 기자로서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나를 비롯해 내가 아는 문학 담당 기자들은 대체로 해외 번역 소설보다는 한국어 작품에 ‘프리미엄’을 준다. 국내 작가의 소설이 정서적으로 더 호소력 있고, 한국 문학 번영이 우리 문화를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좋은 국내 소설을 소개하는 것이 모국어 공동체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이기도 하다. 올해는 한국 독자를 사로잡을 국내 작가의 신작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