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산창작기금 시부문에 모두 149명의 시인들이 응모하였다. 응모 기준인 등단 10년 이하의 젊은 시인들은 한국시의 미래이다. 그 책무에 대한 자각만큼이나 그들의 작품들은 치열해 보였다. 그중에는 이미 자신의 시적 개성을 뚜렷이 구축한 시인도 있지만, 여전히 모색의 도정에 있는 시인들도 많아 보였다. 또한 그들의 작품들은 전래하는 시의 의미나 서정 보다 시의 양식이나 기법에 더 치중하는 듯 보였다. 언어의 표층과 날것의 이미지 사이를 자유로이 유영하는 그들 작품들의 경쾌함도 현실에 대한 응전의 전략인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떤 작품들의 언어는 때로 현실 너머에 도달하지 못하고, 그만의 사적인 웅얼거림으로 고립되어 있는 것처럼 읽히기도 하였다. 언어가 길을 잃은 것인지, 아니면 소통의 부재가 오히려 의도된 시적 방식인지, 오래 생각을 머물게 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심사는 모두 3단계의 절차로 진행되었다. 먼저 한 달간에 걸쳐 심사위원들에게 배정된 작품들을 읽고 2심에 5편씩을 추천하고, 2심에서 추천된 작품들을 다시 돌려가며 읽은 다음, 최종심에서 다시 모여, 「백마라사白馬羅紗」 외 49편, 「두근두근 주황」 외 49편, 「쯧쯧의 기원」 외 49편 등 세 권의 작품들을 대상작으로 선정하고, 아래와 같이 그 이유를 간략히 정리하였다 먼저 「백마라사白馬羅紗」 외 49편은, 시의 지향점이 분명해 보였다. 시의 언어는 군더더기 없이 적절하고, 현실과 상상력 사이의 긴장감을 조율하는 솜씨도 돋보였다. 시에서조차 은유가 왜소해진 시대, 생동하는 은유의 형식이 있었다. 고통스런 삶의 자리로써 지나간 시간과 장소를 환기하는, 서정적 자아의 끈질긴 시선도 소중한 시적 개성이라 판단하였다. 「두근두근 주황」 외 49편은, 말과 사물 사이에서 온통 달리고, 뛰어오르고,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시적 모험으로 충만해 있었다. 기존 시의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명명의 세계로 내닫고자 하는 의지도 분명해 보였다.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 사이에서 언어의 고삐를 틀어쥐는 장악력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이처럼 즐겁고 명랑한 시의 유목도 분명 시의 새로운 징후라 짐작되었다. 「쯧쯧의 기원」 외 49편은, 먼저 절제와 결핍의 언어에 주목하였다. 사물을 비추는 시의 거울이 단단해 보였다. 훈련되고 준비된 감각과 상상력의 창고도 잘 갖추고 있는 듯 했다. 많은 시들이 지나간 익숙해진 길이 아닌, 자기만의 시의 소로를 찾아가는 개성의 의지도 엿보였다. 이번에 응모한 작품들도 탄탄하지만 앞으로 쓰일 미래의 시가 더 궁금해지는 대상이었다.
뚜렷한 단고장저(短高長低) 현상 신인상 심사가 있고 문학상 심사가 있고 지원금 심사가 있다. 알다시피 신인상 심사는 아마추어 응모작 중 우수작을 골라 등단 자격을 수여하는 것이고, 문학상 심사는 이미 등단한 작가의 기 발표작들 중에서도 우수한 작품을 골라 비교 품평하고 큰 상금과 더불어 대상의 영예를 안기는 일이다. 지원금 심사는 이미 등단한 작가에게서 작품 신청을 받아 창작 및 출간 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다. 지원금 수혜는 문학상 수상과 그 성격이 다르지만, 경쟁을 거쳐 극히 소수에게만 주어진다는 점에서 문학상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심사의 기준이나 방법 또한 신인상이나 문학상과 차이가 없다. 오로지 작품의 수준을 보는 것이다. 수준 이외의 참고사항이 딱히 없으니(작가의 이름 등 그 어떤 정보도 일절 주어지지 않는다) 심사자로서는 심사가 단출하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그 만큼 집중을 요하는 일이어서 심사에 드는 품이 신인상이나 문학상에 비해 조금도 적지 않다. 오히려, 응모작은 신인상만큼 많은 데 비해 대부분 등단자들이라 수준이 고를 수밖에 없으니 더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총 1백49편의 소설부문 신청작 중에 마지막까지 논의되었던 작품은 6편이었다. 아직 아마추어 식의 섣부른 결기가 넘치거나 문청적 기질을 과장되게 남발하는 작품들은 우선적으로 제외되었다. 문학상처럼 1차선별 우수작으로 수상 후보에 오르는 방식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 신청한 작품들이어서 수혜작을 제외하고는 작가와 작품명을 언급하는 일은 피하겠다. 마지막 논의 대상 6편 중 5편이 단편모음이었다. 장편을 응모한 신청자가 적지 않았으나 대부분 선전하지 못했고 1편만 최종 논의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 장편은 결국 최종 선정에 포함되어 지원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응모자들이 나름 장편에 상응하는 큰 포부를 품고 패기 있는 서사를 펼쳤으나 대개는 자신을 만족시킬 만한 선에서 그치고 말았는데, 정작 소설을 쓴 작가만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지원 대상에 선정된 윤고은의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은 은밀하게 복잡하고 절묘하게 중첩된 이야기를 너끈히 요리해내면서도 작가가 시종 여유를 잃지 않는 능숙함을 보여 여타 장편과는 그 재주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두 사람은 모두 단편 모음으로 신청한 작가였는데 결정이 쉽지 않았다. 두 작가의 작품이 경향과 기법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나의 천평칭에 달아 우열을 가릴 수 없었으므로 상대평가가 쉽지 않았다. 오랜 논의 끝에 결국 각 작품 간 수준의 기복이 비교적 완만한 김금희의 「아이들」 외 8편을 선정했다.
올해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에는 총 16명의 작가가 지원하였다. 김나정의 「해뜨기 전 70분전」 은 대리모를 소재로 하여 현재, 젊은이들이 대면하고 있는 불안한 현실, 불투명한 미래를 도착하고 있다. 어설픈 치유를 제시하기보다는 날 것의 상처를 드러내는 냉정한 시선이 돋보인다. 극 전개와 설정에 있어 작위성과 상투성이 흠으로 지적되었으나, 여타 응모작에 비해 관념을 구체화하는 힘, 간결함, 극 구성 능력에 있어 빼어난 점이 있었으며, 심사위원들은 이의없이 이 작품을 수혜작으로 결정하였다.
평론은 독창적인 관점에 기초한 날카로운 분석과 종합을 통해 작품의 미학적, 역사적 의미를 해명하는 문학 양식이다. 진정한 평론은 작품을 추수(追隨)하거나 감상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엄정한 비판적 독법을 통해 그 가치를 판별해 내는 적극적인 행위이다. 언제부턴가 주례사 비평이니 해설 비평이니 하는 말이 떠돌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 평론의 예술적, 창의적 성격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론은 물론 1차 텍스트를 전제로 해야 하는 한계가 있지만, 분명 문학예술의 한 장르로서 창작 활동의 일환인 것이다. 이번에 심사 대상에 오른 평론들은 대체적으로 이런 점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말할 수 있겠다. 우선, 작품에 대한 줄거리 요약이나 해설적인 진술의 빈도가 높다. 특히 소설에 관한 평론에서 서사의 줄거리를 지루하게 소개하는 사례가 많았다. 시를 대상으로 하는 평론에서도 어구에 대한 해설이나 소재의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평론가는 독자가 이미 작품을 감상했다는 전제 하에 평론을 써 나가는 것이 상식적으로 옳은 태도이다. 작품 분석의 과정에서 굳이 작품의 내용을 소개하고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또한 작품의 분석 과정에서 외국의 문학 이론이나 철학적 저술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평론가가 외국 이론이나 국내 이론을 도입할 때는 자신의 논지를 보강하기 위한 보조적인 논거로만 활용해야 한다. 작품을 이론의 틀에 기계적으로 꿰맞추려 한다거나 자신의 현학을 과시하기 위해 작품을 보조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평론가는 작품과 관련된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간명한 문체와 표현 미학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은 편이다. 평론은 철학이나 논설과는 다르게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균형 잡힌 평론가가 되려면 문학 작품에 내재한 관념적 요소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미학적으로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독성을 해치고 독서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장광설의 문체도 경계해야 할 요소이다. 평론가는 언어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대상 작품의 당대성이나 시대적합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평론의 대상은 기본적으로 '당대 문학'을 포함하는 '현대 문학'이어야 한다. 평론가의 임무 가운데 중요한 것의 하나는 창작의 현장에서 살아 있는 작품을 통해 문학/문단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일이다. 따라서 평론의 대상은 가급적이면 당대와의 시차가 커서 이미 문학사의 일부로 전환된 작품보다는 오늘의 문학적 사건으로서 의미가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것은 조효원의 [스파이를 위하여]이다. 이 평론집의 글들은 대부분 자기 주도적 진술 태도를 견지하면서 작품에 대한 정치하고 개성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작품에 충실하면서도 이론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자기 나름의 독창적 사유와 상상을 선보이고 있다. 문체의 측면에서도 개성과 미감이 살아 있고 텍스트의 선정에서도 시대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가끔 비약적 상상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평론의 기본적 논리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 바라건대 조효원 씨가 이 시대 평론을 주도해 나갈 능력을 갖춘 뛰어난 평론가로 거듭 나기를 기원해 본다. 선정을 축하드린다.
검열이 엄존하고, 문학이 사회현실을 제대로 그려낼 수 없었던 일제강점기의 문인들은 돌파구를 과거역사와 농촌회귀에서 찾았다. 이는 마치 문학이 흐르는 물과 같아서 막으면 어떻게든 틈을 찾아 흘러가는 이치와 흡사하다. 이번 대산창작기금 심사를 해본 결과 동시부문은 전반적으로 자연과 시골로 그 관심이 기울어진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는 도시문명이 주는 피로감으로 인한 반작용이 아닌가 싶었다. 동화부문 역시 주인공인 아이가 시골의 할머니집으로 가는 식의 이야기가 많이 눈에 띄었다. 귀농과 귀촌이라는 사회적 대세가 작품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 여겨진다. 이게 아니면 환타지의 세계로 훌쩍 뛰어넘은 작품도 적지 않았다. 양 부문 모두 아동문학의 관심사가 현실과 유리되어가는 듯해 문제의식의 향방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응모된 동시집 원고를 우리 심사위원들은 꼼꼼히 읽었다. 제목이 없는 경우가 많아 가장 먼저 게재된 시를 가제로 정해 논의했다. 「그래도 비」가 응모작 가운데 시적 감각이 탁월했으며, 진정성도 깊게 느낄 수 있었다. 사계절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구수하게 시상을 풀어내고 서정적으로 그려낸 것은 시인의 역량을 엿보게 해서 지원작으로 선정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다만 너무 예스럽고 낡은 풍경은 요즘 어린이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것이어서 작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겨진다. 이밖에도 주목받은 작품은 「쑥」,「단점」, 「서로」 등인데 모두 뛰어난 언어감각이나 교훈적인 시세계가 장점이었지만, 응모작들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거나 진부한 표현 등이 걸려 뽑히지 못했음을 밝힌다. 동화는 주로 장편동화가 많이 응모되었다. 긴 호흡으로 묵직한 주제를 다룬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앞으로 잠재력 있는 이야기꾼들이 많이 배출될 것 같아 큰 기대를 갖게 했다. 「꼴뚜기」는 모처럼 동화 읽는 재미를 일깨운 작품이었다.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으며, 김유정의 유머 전통이 현대적으로 되살아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작가의 이야기 구성력과 해학이 뛰어났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살아 있고, 에피소드도 반전이 있어 모처럼 수작을 발견했다는 데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다만 작품에 등장하는 장학사는 요즘의 실상과 조금 안 맞는 점이 애써 찾은 단점일 정도였다. 이밖에도 「0.00001」은 거대한 환타지로서의 장점을, 「아역스타 설명서」는 참신한 소재를 시의성 있게 담아낸 점을, 「할머니네 집에는 뭐가 있을까」는 환타지와 골프장 문제를 잘 버무린 점이 주목을 받았지만 심사위원들의 기준에는 조금씩 미치지 못하는 결점들이 있어서 아쉽게도 선정되지 못했다. 선정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탈락자들은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하여 영광 차지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