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창작기금

사업결과

2009년
수상작
수상작
부문 수상자 작품명 출판현황
박도희 「블루 십자가」 문예중앙
송진권 「자라는 돌」 창비
조인호 「방독면」 문학동네
소설 김연희 「너의 봄은 맛있니 자음과모음
김희진 「고양이 호텔」 민음사
희곡 최명숙 「그리고 또 하루 - 최명숙 희곡집.1」 평민사
평론 소영현 「분열하는 감각들」 문학과지성사
아동
문학
유은실 「마지막 이벤트」 바람의 아이들
유희윤 「맛있는 말」 문학동네
심사위원
- 시(시조) : 김기택(시인), 김사인(시인, 동덕여대 교수), 김승희(시인, 서강대 교수)
- 소설 : 방현석(소설가, 중앙대 교수), 이혜경(소설가), 한수산(소설가, 세종대 교수)
- 희곡 : 김아라(연출가), 홍창수(극작가, 고려대 교수)
- 평론 : 이광호(평론가, 서울예대 교수), 이숭원(평론가, 서울여대 교수)
- 아동문학 : 권영상(동시작가, 배문중 교사), 김진경(동화작가, 시인), 선안나(동화작가, 아동 문학 평론가)
심사평

대산창작기금의 심사 기준에는 작품성을 최우선으로 하되 역량 있는 신진의 발굴과 양성에 역점을 둔다는 항목이 미리 제시되어 있다. 후자의 항목은 이미 역량이 검증된 시인보다는 신진 시인의 '발굴'과 '양성'에 더 무게를 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3명의 시 심사위원은 총 145명의 응모자들의 작품을 3등분하여 2주일 동안 숙독한 후 각각 5~7편씩을 뽑았다. 이렇게 1차로 선정한 17편의 작품을 2주일 동안 숙독하고 7월 17일에 모여 최종 심사에 들어갔다.

등단 10년 이내 시인들의 작품에서 신선한 감각과 새로운 상상력을 발견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기법적인 면에서 이들의 성취는 과거 어느 때보다 두드러져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 부정적인 사례로 시에서 언어가 지나치게 난무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시에서 기표가 지시적인 기능에 갇히지 않고 발랄하고 자유로운 반란을 보여주는 것은 젊은 시의 자연스러운 특징일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너무 지나쳐서 새로운 상상력에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때로는 방해를 한다는 데에 있다. 새로움에 대한 과도한 경사가 오히려 진정성을 약화시키고 말을 양산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거슬리는 점은 개별적인 경험이 시에 충분히 녹아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많은 작품들이 1차 체험보다는 문화 텍스트에 의한 2차 체험을 통해 나오고 있다. 전자가 원형적인 보편성으로 시적 공감대를 만든다면 후자는 자폐적이고 마니아적인 특성으로 공감대를 차단한다. 이러한 현상은 시에서 진정성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다행히도 창작지원에 값하는 좋은 응모작들이 있어 심사하는 일을 즐겁게 했지만, 동시에 정말 좋은 작품을 떨어뜨려야만 하는 부담을 안겨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이 마지막에 올린 작품이 신기할 정도로 일치하여, 비교적 쉽게 「철가면」외 48편, 「아무 날 아무 때 아무 시」외 59편, 「수미산」외 49편을 지원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철가면」외 48편과 「아무 날 아무 때 아무 시」외 59편은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다. 앞의 작품은 기계와 첨단 문명 속에서 원시적인 본능을 읽어내고 다양하게 변형시키는 상상력이 범상치 않다. 특히 그 상상력을 추진하는 강력한 내적 에너지가 작품의 완성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뒤의 작품도 삶의 구체적이 잘 숙성된, 농익은 서정적인 문법이 돋보였으며, 아우르는 현대적인 감각도 참신했다.

끝까지 심사위원들을 고민하게 한 것은 「수미산」외 49편과 「새의 얼굴」외 59편이다. 둘 다 지원 대상에서 빼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앞의 작품은 대상에 대한 끈질기고 섬세한 응시와 슬픔의 깊이가 느껴지는 진정성이 만만치 않은 울림을 주었고, 뒤의 작품은 활달하고 거침없는 상상력과 발랄한 감각에서 단연 돋보였다. 결국 우리는 '발굴'과 '양성'을 선택하기로 하였다. 앞의 응모자가 아직 한 번도 작품집을 내거나 창작 지원을 받은 적이 없는 신인인데 반하여, 뒤의 응모자는 이미 두 권의 시집과 여러 번의 창작 지원금 수혜를 통해 문단에서 충분히 검증된 시인이었기 때문이다(심사위원들은 심사의 모든 과정에서 응모자의 이름이 가려진 상태로 심사에 임하였으며, 심사가 종료된 후에야 대상자의 이름과 경력을 확인하였으나, 이 두 응모자의 경우는 누구를 선정해도 무방할 만큼 작품이 우수하였기 때문에 부득이 최종 선정 단계에서 이름과 경력을 확인하였다). 이미 검증된 시인은 앞으로 제 문학적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신인은 역량을 꽃 피울 물꼬를 제 때에 터주지 못하면 무한한 잠재력이 영영 사장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이 결정을 하는 데 작용했다.

우려할 정도로 많은 시인이 우리 문단에서 배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뛰어난 시인이 아직 등단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놀라움은 과연 우리 문단의 신인 등단 체계가 정말로 좋은 시인을 적절하게 발굴하고 양성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우리는 대산창작기금이 바로 이러한 신인을 발굴하는 데 일정한 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선정된 3명의 응모자가 모두 아직 한 권도 시집을 출간한 적이 없는 신인들이다. 이번 대산창작기금의 수혜가 그들의 창작 욕구를 충분히 자극하여 좋은 작품 활발한 활동으로 우리 시단에 큰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