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창작기금

사업결과

2007년
수상작
수상작
부문 수상자 작품명 출판현황
박장호 「나는 맛있다」 랜덤하우스
진은영 「우리는 매일매일」 문학과 지성사
이명랑 「날라리 온 더 핑크」 세계사
소설 박선희 「미미」 북인
유형석 「스윙바이」 문학들
희곡 정영욱 「남은 집」 연극과 인간
평론 이수형 「문학, 잉여의 몫」 문학과지성사
아동
문학
한상순 「뻥튀기는 속상해」 푸른책들
양지숙 「황금빛 순록」
심사위원
- 시(시조) : 김기택(시인), 김혜순(시인, 서울예대 교수), 고형렬(시인)
- 소설 : 김형경(소설가), 구효서(소설가), 최인석(소설가)
- 희곡 : 이윤택(극작가, 연출가), 한태숙(극작가, 연출가)
- 평론 : 김명인(평론가, 인하대 교수), 성민엽(평론가, 서울대 교수)
- 아동문학 : 노원호(동시작가, 중평초등 교사), 원종찬(아동문학평론가), 이금이(동화작가)
심사평

금년도 대산창작지원금 시 부문에 접수된 시인은 169명이었다. 세 심사위원들은 각각 3등분하여 배정된 작품을 읽고 1차로 2~3편씩을 선정한 후, 2차로 그 작품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다. 그 결과 박장호, 진은영 두 시인이 창작지원 대상 시인으로 선정되었다. >이번에 접수된 작품은 응모자 1인당 시집 한 권에 해당되는 분량(50편 이상)이어서 한 시인의 작품 세계를 파악하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고 생각된다. 20~30편 정도도 충분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50편이라는 작품의 양은 한 시인이 태작 없이 끝까지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가를 보는 데 유용하게 작용한 측면도 있었다고 본다.

응모작을 일별해볼 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전반적으로 지원자들의 작품을 빚는 솜씨가 매우 세련되고 뛰어났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 젊은 시에 대한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이미지의 구사나 시의 구성, 언어를 빚는 방법, 즉 시를 만들어 내는 구조나 사유가 이상할 정도로 비슷하다는 사정도 발견된다. 그만큼 뚜렷한 자기 세계관을 드러낸 목소리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즉 ‘장인’은 많지만 ‘시인’은 많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점은 현실의 결핍에 대한 전복적인 욕구와 같이 내적인 필연성에서 오는 강렬한 에너지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분히 교육이나 지식에 의존한 것이 아닌가 하는 혐의를 갖게 한다.

이번에 박장호(「11월의 비」외 51편)와 진은영(「연애의 법칙」외 50편)의 시가 창작 지원대상작으로 선정된 이유는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신뢰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대개의 시가 비슷한 메타포에 동화되는 흐름 속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목소리와 세계관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낸 작품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박장호 시는 현대적인 삶의 경험을 동물이나 사물, 자연 등의 감각이나 정서로 변형시켜 드러내는 데에서 그 특징이 잘 나타난다. 정보나 통신, 자본의 흐름과 같은 현대성의 양상을 자연의 순환으로 변형시킨 「코시코스의 우편마차」나 생각을 물고기의 날렵하고 투명한 생김새나 유연한 헤엄, 말 없음 등의 특성으로 변형시킨 「나는 맛있다」의 경우가 그 예인데, 이들 시는 활달한 상상력이 속도감 있는 이미지를 얻으면서 생생한 활력을 얻거나, 사유를 싱싱하고 질서 있는 생태계로 확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시에 말이 너무 많거나 산문적일 때에는 이런 특성이 약화되기도 하였다.

진은영의 시는 이미지나 언어의 느닷없고 당돌한 조합에서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가 다른 시인들과는 다른 독특한 목소리를 갖게 한다. 그의 시는 이미지나 리듬, 어조 등이 죽음이나 삶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낼 때에도 밝고 활달하고 경쾌하며 미적이라는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그것이 시에 묘한 매력과 생기를 발산시킨다. 그러나 시가 철학적 담론을 구현하려 할 때나 표현의 구체성 속으로 들어가지 못할 때에는 대체로 이런 특성이 약화된다. 거의 명사의 나열로 시가 빚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명사들만의 부딪침으로 시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위의 두 시인 외에도 선자들은 함께 논의한 작품들로부터 한 시인을 더하여 세 시인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려 하였으나 「풀꽃 향기」외 49편은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적이라는 점이 신뢰도를 떨어뜨렸고, 「앵무새 죽이기」외 69편은 비교적 깊이 있고 안정적임에도 불구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태작이 많이 눈에 띈다는 점이, 「오리의 강」외 49편은 자기 목소리가 너무 약하다는 점이, 「거인」외 49편은 시가 거의 산문에 가깝다는 점이 각각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되어 아쉽게도 지원 대상작에 포함시킬 수 없었다. 또한 선자들의 손에서 놓기 아까운 다른 작품도 있었으나, 이미 다른 지원금 수혜가 확정된 작품집은 선정하지 않기로 한 지원 규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제외시켰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