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자 : 총 349명
자기세대의 분열증을 21세기적 감수성으로 재기발랄하게 그려
시쓰기에서의 넉넉함이나 새로움을 운문적이냐, 산문적이냐 하는 관점에서 살펴볼 일만은 아니다. 시인은 자신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에게 세계와 우리들 자신에 관해 무엇인가를 말하는 셈이고, 그 ‘무엇인가’는 우리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진실로 밝혀준다. 시는 단순한 운율이 아니라 구체적 알맹이인 리듬, 즉 이미지로서 존재한다. 때문에 시적 이미지의 본질적인 새로움은 말하는 이가 존재의 창조성을 얼마만큼 실현했느냐가 중요하다. 운문적 형식이든 산문적 형식이든 자신의 절실함을 빼어난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시적인 것에 도달한다면,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에서 서로 어긋난다 하더라도 그 모두는 오늘날 시의 성취가 될 수 있다.
제6회 대산대학문학상 시부문에 응모된 작품들은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시의 산문화가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다. 젊은 대학생들은 온갖 욕망들이 들끓는 도시 속의 삶 사이에서 발생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산문적 형식으로 고문하고 비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쓰기일수록 자신만의 내면화된 기법이 요구되며, 개체적 존재의 세속성과 욕망의 미세한 균열을 자신의 시속에 드러낼 수 있는 변별력 있는 목소리가 요구된다.
심사는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예심과 본심을 통합하여 진행하였고, 1차 심사를 거쳐 압축된 13명의 시들이 본심에서 논의되었다.
당선작으로 결정된 박채림(서울예대 2학년)의 「베로니카」외 3편은 언어의 세공이나 시적 개성의 새로움에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시인은 재기발랄하고 그로테스크한 발상을 잘 아우른다. 자아란 상충되고 보완되는 다발들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피해의식에 물들지 않은 21세기적 감수성으로 전해준다. 우리는 허위적인 세계 속에서 상충되는 여러 자아들에 눌려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특히 「베로니카」는 자기 세대의 분열증이 전 세대와 어떻게 다른지 그 변별점을 인상적으로 그려나간다. 버튼이 잘못 눌린 복사기에서 토해져나오는 ‘찌라시’로 비유되는 이 세대의 분열증은 “잘못 도착한 세계에서” ‘소문’이고 ‘이방인’일 수밖에 없으나, 그것은 내면의 어둠을 확 벗어던진 발랄한 감각에 의해 구성된다. 가령 다음과 같은 구절이 그렇다. “저 슬픈 상상들을 포식하는 달의 작은 입술은 벌써부터 달콤한 냄새가 나요. 부럽다고 데룩데룩 소리치는 눈알들은 사실 내 뱃속에 모두 있어요”(「맛있는 입술」). 그러나 이 시인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감각들은 안으로 응축되지 못한 채 가볍게 떠오르는 경향이 있다. 시는 감각적인 쾌감도 중요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설 수 있는 자신만의 세계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 울림을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자기의 감성을 살리면서 시적 조화를 심화시켜나갈 새로운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참된 자아가 언어를 찾아 말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눈부신 사건이 된다”(테드 휴즈)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편 당선작과 끝까지 자웅을 겨룬 각기 다른 응모자의「바람실」과 「수화를 듣는다」는 서정시의 정수를 보여주는 감정을 뜨개질하는 솜씨가 뛰어나고 안정된 시적 품격을 보여주었으나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지 못해 안타깝게 밀려났다. 또한「악몽」은 언어유희에 바탕을 둔 발랄한 상상력이 장점이었으나 테크닉에 머문 한계가 지적되었다. 수상자에게는 정진을, 응모자 여러분께는 건필을 기대한다.
응모자 : 총333명
총 333명이 투고한 작품을 세 명의 심사위원이 서로 나눠 2주 동안 자택 심사를 한 뒤, 각자 본심에 올릴 만한 작품을 골랐다. 그 결과, 「기다려, 데릴라」, 「대흥동 불가마 사운드」, 「미인국」, 「붉은 밤을 지나서」, 「아름다운 신세계」, 「이제 펑키뮤직을 틀어주세요」, 「일식」 등 7편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심사위원들은 이들 본심 대상 작품들을 윤독한 뒤, 대산문화재단 사무실에 모여서 수상작 선정을 위한 토론을 시작했다. 우선 지원 자격을 대학생에 한정했음에도 신춘문예나 문예지 공모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좋은 작품들이 많았고, 또 작품들 사이에 편차가 그다지 심하지 않았다는 데 심사위원들은 다들 동의했다. 이건 한국문학의 미래가 밝고 따뜻하리라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한편 내용상으로는 직업이 없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해 대학생들이 경제적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인상도 받았다.
개별 작품에 대해 논하면 다음과 같다. 「기다려, 데릴라」는 이번 투고작 전반의 트렌드와 좀 동떨어진 형태의 작품으로 언어를 다루는 감각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자기가 쓰고자 하는 것을 끝까지 쓰고야 말겠다는 식의, 굴하지 않는 에너지가 넘친다는 평이 많았다. 「대흥동 불가마 사운드」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 안정적인 문장과 무리하지 않는 사건 진행이 인상적이었다. 사소한 대화라도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결의가 엿보였다. 「미인국」은 일들을 평범하게 보지 않고 현실을 뒤집어서 생각해내려는 발상이 읽는 내내 시선을 붙들었다. 「붉은 밤을 지나서」는 로알드 달을 연상시키는, 아주 유쾌한 소설이었다. 문장도 탄탄하려니와 이야기도 풍부했다. 「아름다운 신세계」는 소제목을 붙인 독특한 구성이 신선했고, 자기가 써야만 할 이야기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제 펑키뮤직을 틀어주세요」는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서술이 읽는 부담을 덜었고, 20대의 정서와 고민을 실감나게 풀어내는 이야기가 좋았다. 「일식」은 깔끔한 문장으로 읽는 사람의 궁금증을 제어하는 솜씨가 뛰어났으며, 현대인의 텅 빈 자아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한 점도 지적할 만했다.
말했다시피 다들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작품들이라 그 중 한 편만을 뽑는다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피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일단 K의 죽음이라는 결말이 다소 작위적으로 보인 「대흥동 불가마 사운드」, 요즘 소설이라기에는 너무 전통적인 사건 진행이 흠으로 작용한 「붉은 밤을 지나서」, 이야기가 소설이 되지 못하고 발상 수준에 머문 감이 들었던 「미인국」, 너무 소설적으로 만들어진 게 오히려 흠이었던 「일식」등이 1차에서 제외됐다. 나머지 「이제 펑키뮤직을 틀어주세요」, 「기다려, 데릴라」, 「아름다운 신세계」, 이 세 편을 놓고 한 최종 토론에서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도 응모자들이 젊은 대학생이니까 안정적이고 노련한 솜씨를 보이는 작품보다는 패기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에 주목하자고 합의했다. 그 결과, 「기다려, 데릴라」가 제6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축하와 함께 무거운 기대를, 본심에 오른 분들에게는 조만간 새로운 작품으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응모자 : 47명
올해 희곡분야의 응모작은 47편으로 수적인 측면에서나 깊이에 있어서 지난 해보다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몇 편은 참신한 상상력이나 가치관을 연극적으로 형상화한 수작들이 눈에 보였고, 새로운 세대의 연극언어를 만났다는 설레임을 안겨주었다. 응모작 중 우리가 주목했던 작품은 6편으로, 「미완성교향곡」, 「물을 꼭 내려주세요」,「일구야 놀자」,「카나리아 핀 식탁」,「테레비씨 고장나다」,「陷, 위험한」이다.
「미완성교향곡」은 기성세대와 다른 독창적인 캐릭터와 자기 세대만의 혼란과 정체성 찾기를 담은 매력 있는 작품이지만, 희곡 문법을 체득하지 못해 상황이나 장면이 지나치게 분절되었고 시나리오에 가깝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일구야 놀자」는 반대로 연극적 문법은 탄탄하였지만 고문실을 배경 삼은 설정이나 작품의 내용이 구태의연해서 신선도가 떨어졌다. 「테레비씨 고장나다」는 가족의 해체와 가장의 위기를 대중매체와 연결시킨 작가적 상상력이 흥미 있었지만 관객에게 정서적 울림이나 통찰력을 안겨주기에는 소품이었다. 삼국시대를 배경삼은 「陷, 위험한」은 성과 권력의 관계를 조명한 야심작인데, 시 한 편에서 출발해서 이야기를 꾸려내는 솜씨가 주목할만 하였다. 그러나 과도하게 성에 집착하여 보편적 공감대를 얻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품이었다.
심사위원들이 가장 주목했던 작품은 「물을 꼭 내려주세요」와 「카나리아 핀 식탁」이다. 「물을 꼭 내려주세요」는 오랜 방황에서 돌아온 중년의 아들과 어머니의 해후를 담은 작품인데, 사소한 일상의 풍경 속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성숙한 시선과 섬세함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섬세함이 과연 연극적으로 형상화 가능한 것인지 심사위원들은 고민 했고, 클로즈업이 불가능한 연극의 본질을 작가가 좀 더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올해의 수상작은 이주영의 「카나리아 핀 식탁」으로 결정되었다. 이 작품은 불륜이 소재지만, 그것은 배경으로만 존재하고 피해자인 딸과 가해자인 정부가 서로를 알아가고 화해하는 과정을 익살스러우면서도 잔잔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상투적인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적대적 관계를 무리 없이 화해시키는 역량이나 진행과정에서 계속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극작술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감상을 걷어내려다 너무 평면적으로 그려진 딸의 모습이나 소녀 취향처럼 느껴지는 표현들은 극복해야 할 지점이다. 수상을 축하드리면서 앞으로 많은 정진을 바란다.
사족 같은 이야기지만 소재 빈곤에 대해 언급하자. 연극은 광장의 예술이고 다양한 취향과 관심을 가진 집단의 관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대부분의 후보작들이 개인적인 소재에만 함몰되어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젊은 작가들이 사회로 관심의 폭을 넓혀줄 것을 당부 드린다.
응모자 : 53명
시의 속성이 언어를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면 시나리오의 본질은 상황을 경제적으로 꾸려나감에 있다. 시적인 밀도에 덧붙여지는 유장한 서사, 자본의 억압, 시대 흐름에 대한 예민한 안테나, 장편소설적인 내용을 단편소설 분량의 단어 속에 함축하는 까다로움, 인문학적 정서의 바탕위에 공학적인 손끝으로 인간 세상을 구축하는 과정들. 앞에서 열거한 것 외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방법적, 내용적 제약이 많은 것이 시나리오의 운명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에 응모한 53편의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그 까다로운 기능적인 지뢰밭을 잘 넘어온 유기체들로 보여졌다. 이야기 만들기의 훈련병들로서 그러한 지점을 관통하였다는 것, 즉 100씬 내외의 분량으로 우리 삶의 여러 측면을 구성적 파탄 없이 무난하게 돌파하였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번 응모자의 대부분은 스스로를 시나리오 작가세계의 출입문은 통과하였다고 위무하여도 좋을 것이다. 괜한 칭찬이 아니다. 응모된 모든 작품을 하나 하나 씩 펼쳐놓고 토론을 벌여보고 싶었다. 지면의 한계로 인해 차후에 영화계에서 만나게 되는 날 개별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리라 믿는다. 이것 또한 괜한 약속이 아니다.
53편의 작품 중에 이러저러한 흠집 내기와 시비걸기를 하였지만 6편의 작품들은 심사위원의 테이블에서 살아남았다. 논의 된 작품은 다음과 같다. 「사기와 연애의 방정식」,「탈선」,「판타스틱 맨션」,「딴쓰의 혁명」,「바람 불다」,「영화에 갇히다」.「사기와 연애의 방정식」은 현란하고 빠른 전개, 매끄럽게 진행되는 대사 등등으로 보아선 프로작가의 작품 못잖은 면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흠은 기존의 특정 영화를 그대로 복사하였다는 혐의의 늪에 빠진 아쉬움이 있었다. 환상의 맨션에서 벌어지는 고단한 청춘들의 이야기인 「판타스틱 맨션」은 끈기를 가지고 좀 더 발전시켜야 될 단계가 남아 있을 것이다. 마치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을 읽는 듯한 부드럽고 따뜻한 정서세계를 안정적으로 펼쳐나간「바람 불다」는 심사의 괴로움이긴 커녕 읽는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세미다큐 형식이 차용된 「영화에 갇히다」는 영화에 대한 그 진지한 자세로 인해 기성 영화인으로서도 다시 한번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환기점을 주었다.
최종까지 생존한 두 작품은「탈선」 과 「딴쓰의 혁명」이었다 의식의 파탄지경에 이른 한 남자의 로드무비인 탈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묵직하게 진행되는 수작이었다 반면「딴쓰의 혁명」은 마치 주성치 영화를 보는 듯, 설렁설렁 농담하듯이 가볍게 이야기를 진행시켜서 아주 입담 좋은 이야기꾼의 얘기를 듣는 듯 하였다. 이렇게 상반된 두 작품을 두고 두 사람의 심사자는 지난한 입씨름을 해야만 했다. 인간 내면의 죄의식과 균열, 고통에 관한 그 진지한 세계관을 유감없이 드러낸 「탈선」에 당선작이라는 명분을 내어 주기로 하였다. 명분. 창작품의 공모란 명분일 뿐이다. 이 말로서 당선에서 제외된 응모자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그 모든 응모자들이 영화계에서 다시 만나기를 진심으로 바랜다.
응모자 : 7명
평론 부문의 응모작은 총 7편이다. 응모작들을 통독하면서 나는 3편에 주목하였다.
「레테르의 부정: 감옥에 간 모던 보이, 알파와 오메가를 꿈꾸다」는 근대 소설의 고전, 염상섭의 『만세전』을 새로이 새로이 독해한 것이다. 아내의 위독 소식에 식민지 조선으로 일시 귀국하는 동경유학생 이인화의 여정에 노정되는 자아의 분열, 즉 “자신이 조선인이 아나라고 상정하고 싶은 욕구와, 그러나 일본인은 더더욱 아니라는 사실의 상충” 사이에서 고뇌하는 이인화의 내면에 공감적으로 접근해 가는 논지가 현재적 호흡으로 살아있는 점이 돋보이는 글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지금 우리의 문학 상황에서 왜 다시 논의되어야 하는지, 문제 구성의 절차가 생략된 것이 유감이다. 시간적 낙차가 거의 의식되진 않는 통에 비평이 아니라 그저 해결에 그친 점도 결점이다.
김훈의『남한산성』과 편혜영의『아오이가든』을 함게 다룬 「낯선, 공간에서 오늘을 이야기하다」는 단순한 작품론 또는 작가론이 아니라 ‘리얼리즘의 증발’이라는 핵심어로 2000년대 문학의 한 경향을 분석한 본격 평론이다. 그런데 문제 설정 방식이 너무 낯익다. 리얼리즘의 증발을 뒤집는 결론도 왠지 손쉽다. 리얼리즘이나 리얼리티 같은 핵심어들을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은 채 소박하게 사용한 탓이다.
「지하미궁, 그 지독한 악몽으로부터의 탈출」은 작품론이다. 작품론은 작품론이되 시야를 갖춘 작품론이다. 그는 내면의 개화를 특징으로 하는 90년대 문학의 밀실과, 고독하고 처절한 전장으로 변한 2000년대 문학의 밀실 사이의 차이에 주목하여 신인소설가 서진의 처녀 장편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를 분석한다. 작위적이지만 도전적인 가설을 바탕으로 한 그의 소설읽기는 더러 불안하고 또 더러는 자가당착적이고 한데, 그럼에도 작품의 안과 밖을 부지런히 드나들며 위치를 측정하여 고투하는 모습, 특히 체제에 대한 저항이 가족이데올로기로 협애화하는 약점을 지목한 대목은 감상적 해설이 비평의 이름으로 횡행하는 세태에 대비할 때 미쁘다.
비평의 생명은 평가다. 노대원의 글을 당선작으로 삼는다. 축하한다.
응모자 : 41명
대학문학상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문학적 패기와 실험정신을 확인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응모작들을 읽으며 동화는 장르 성격상 파격적인 실험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새로운 접근이나 모색, 문제의식을 기대할 수는 있으리라는 마음이 함께 했다.
먼저 아쉬웠던 점을 짚어본다. 문장은 문학의 기본 가운데 기본인데 비문장에 무신경한 작품들이 대단히 많았다. 또한 대상 독자의 연령에 대한 고려가 섬세하지 못한 작품도 드물지 않게 눈에 띄었다. 가령 5살 정도의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면서 어른 화자가 현학적이며 추상적인 사고를 전개한다면 대체 누가 읽어야 할 것인가. 아이다움과 유치함을 혼동하는 것도 살아 있는 아이를 담아낼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누구나 다 어린 시절을 거치지만, 아이의 눈높이를 생생하게 되살려내기란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응모작들이 아이들의 '일상'에 눈을 맞추고 있는데, 이런 작품일수록 관념상의 아이가 아니라 지금 살아가는 아이를 관찰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 이런 기본적인 바탕 위에 또한 문학으로서의 질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 동화라는 장르인데, 너무 쉽게 접근하고 있지 않는가, 안타까웠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태산이」,「부자 엄마」,「닭다리 대 닭다리」,「고래아빠」,「탁이의 노란 기차」이렇게 다섯 작품이었다. 싸움소와 진우와의 우정을 싸움소 태산이의 눈으로 그린 「태산이」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느껴졌으나, 시간의 흐름과 사건의 전개가 쉽게 연결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진우가 일학년 때 다리를 다쳤다면, 태산이 첫 우승을 거두고 그 상금으로 수술을 받은 게 언제인지? 몇 해가 지난 일이라면 그렇게 쉽게 완치되어 반듯하게 걸어올 수 있는지?「부자 엄마」는 '2% 부족한' 동생 경호 때문에 겪는 승희의 갈등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으나, 후반부에 이르러 화자의 설명이 강해지면서 서사적 힘도 떨어지고, 말미의 엄마의 뜬금없는 말은 정말 뜬금없이 공중에 떠 있었다. 「닭다리 대 닭다리」는 옛날 치킨집과 새로 생긴 치킨집의 경쟁과 친구들의 갈등을 경쾌하게 풀어낸 장점을 지녔으나, 닭다리 싸움이 무승부로 끝난 것처럼 적당한 화해에 머물며 아쉬움을 남겼다.
「고래아빠」와「탁이의 노란 기차」는 유일하게 응모작 두 편이 다 본심에 올랐다. 「고래아빠」의 '나'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빚에 쫓겨 엄마와 함께 바닷가 마을로 왔지만 빚쟁이들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되자 이상하게 쳐다보는 남들의 눈을 피하려고 '연습 학교'를 만든다. 비극적인 상황을 당차게 대처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호감을 줄 뿐더러 연습 학교의 장면은 감동을 일으킨다. 궁색하고 어려운 상황을 절제된 묘사로 그려 보이는 장점은 「탁이의 노란 기차」도 마찬가지다. 빚 때문에 감옥에 갇힌 아버지, 공장에 다니는 엄마, 두 모자를 받아들인 할아버지, 인물이 처한 상황을 대화로 녹여내는 솜씨가 훌륭하다. 굳이 엄마와 약국 아저씨의 에피소드가 꼭 '고래 아빠'를 이야기하는데 필요했을까, 의문이 일기도 하고, 탁이를 통해 풀어나가는 소망의 간절함이 독자의 마음을 건들인다는 점에서 「탁이의 노란 기차」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