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에는 총 15건 7팀이 지원하였고 이 중 두건은 출판지원, 나머지는 번역지원이었다. 대산문학상
수상작은 이 중 번역 작품 5건이다. 번역자들의 출신, 연령, 배경이 다양하고 원작의 선정도 최근작에서 현대문학 고전에 이르기까지 넓게 퍼져있는 점이 반가웠다. 평가는 원작의 수준, 번역의 난이도, 영어수준, 원작과의 등가성을 모두 골고루
고려했고 두 심사위원이 신청 작품을 각각 평가한 후 이메일로 수차례 의견을 교환하였다. 이후 최종 점수 부여는 협의를
통해 결정하였다. 선정된 번역 작품은 천운영의 『잘가라 서커스』, 한승원의 『멍텅구리배』, 『정복근 희곡집』, 구효서의
『나가사키 파파』, 김혜순의 『당신의 첫』으로, 모두 심사위원의 기준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수준의 원고들이므로 완성도를
높인다면 출판가능성도 높다고 판단된다. 구효서의 『나가사키 파파』의 번역은 지원작 3종류 중에서 번역가 장미의 신청 작품을, 그리고 희곡번역이긴 하나 완성도가 가장 높은 정복근의 희곡 작품, 김혜순의 『당신의 첫』 번역의 3종류 중에서 번역가
최돈미의 지원작을 선정했고, 『멍텅구리배』는 원작의 난이도를 고려해서 선정했다. 『잘가라 서커스』는 영어가 다소 어색한
점이 있으나 원작과의 등가성이 높은 점을 인정했다. 선정된 작품들도 원작과의 등가성, 영어의 가독성을 모두 고려하여 보다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아쉽게 탈락한 지원 신청자들의 경우 더욱 분발하여 다음 기회에 선정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09년 대산문화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지원 불어권에는 총 7편의 작품이 신청되었다. 예년에 비해 신청 작품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이미 여러 편의 작업을 수행한 적이 있는 전문번역사들로서 번역의 수준이 높았고, 또 공동 작업을 하는 프랑스 번역자 또한 뛰어난 명망의 소지자여서 선정 작업이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고 할 수 있다.
금년도 신청 작품의 특이점은 프랑스 독자와의 실제적 만남이나 프랑스 독서시장 경향을 반영해서인지 그 여느 때보다도 여성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신청되었다는 점이다. 프랑스 독자에게 익숙한 기존의 한국문학의 정형화된 패러다임에서 탈피하여 오늘을 사는 한국인의 일상적 현실을 여성 특유의 신선한 시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이 번역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은 주제의 다변화를 위해서도 무척이나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한국문학의 역동성과 문학성을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프랑스 독자에게 흡인력을 가진 작품을 고르는 데 특히 유의하고자 하였다.
심사결과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김혜순의 『당신의 첫』, 『문정희 시선집』, 김훈의 『남한산성』이 선정되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번역의 수준이 뛰어났으며, 작품의 문학성 또한 현대 한국문학을 대표할 만한 작품으로 프랑스 독자에의 호소력이 높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지원대상작으로 일찍부터 추천되었다. 김혜순의 『당신의 첫』과 『문정희 시선집』은 시작품인 관계로 프랑스에서의 시장가능성이라는 현실적인 점에서 우려되기도 했지만, 워낙 번역의 질이 뛰어났고 또 프랑스인 공동번역자가 각각 프랑스 유수의 시전문지 『포에지』 편집주간인 클로드 무샤르 교수와, 역시 시인이자 『에트랑제』 편집주간인 미셸 콜로 교수라는 점에서 프랑스 독자들에의 접근이 용이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김훈의 『남한산성』은 김훈 특유의 그 유려하고도 장엄한 문체를 불어로 완벽하게 재현한 번역자의 역량이 높이 평가되어 추천되었다. 다만 후반부에 가서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는 듯 한 느낌을 주며, 원작 자체도 한국인이 이해하기 힘든 표현들이 많아 작업과정에서 한국인 번역자의 참여나 저자와의 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선정되지 못한 다른 3편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는 높은 번역수준을 보여주었으나,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소설의 모음이라는 점에서 일관된 리듬을 알기에 불충분하다고 판단되어 우선순위가 밀리게 되었으며, 다른 2편의 작품은 지나치게 직역위주여서 선정되지 못했다. 대응번역이 아닌 등가번역을 통해서만 번역물의 무거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견에 조금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6편의 소설과 2편의 시 번역 중에서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 한 편을 번역지원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선정된 『식물들의 사생활』은 독어로 잘 읽히고, 큰 오역도 없었다. 몇 가지 오역과 누락된 문장도 발견되기는 하지만, 역자가 계속 읽으면서 수정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원문의 문체와 다른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는데, 이 점은 작가와 의논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 경우가 아니라면 작가에게 문의하여 작가의 의도를 살리는 방향으로 번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대산문학상 수상작인 구효서의 『나가사키 파파』가 두 건 신청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독일어 문체는 훌륭했지만, 원문을 오역하여 이야기가 성립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이라 아쉽게 탈락시켰다. 두 번째 『나가사키 파파』 번역은 독일어도 별로 우수하지 못하고 오역 또한 많았다. 고은의 『히말라야』는 작품도 좋고 훌륭한 독일어였지만, 오역이 많아 아쉽게 선정되지 못했다. 사못했오역이 아니라,
원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 꽃』 번역에는 좋은 시 번역도 있었고, 또 완성도가 떨어진 시 번역도 있었다.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의 기존 번역과 제출된 번역을 비교해 보면, 기존의 번역이 더 훌륭하다. 충분히 더 좋은 번역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시가 독일에서는 외면당하고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언급되었다. 이 외에 나머지 번역작도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여러 면에서 미흡했다. 지원자들이 자신의 번역을 다시 읽어 보면 스스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만 줄이기로 한다. 번역팀 공역자간의 의사소통이 좀 더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2009년도 한국문학 번역지원 스페인어권 출품작품 다섯 편의 작품(시집 세 편, 소설 한 편, 에세이 한 편) 중
대산문화재단이 제시한 “번역원고에 따른 번역자의 능력”과 “원작의 문학성” 그리고 “신청자의 기존실적”을 중심으로 심사에 임한 결과 『낭만적 사랑과 사회』(정이현 작)와 『단 한번 보지 못한 내 꽃들』(송기원 작)을 선정하였다.우선 산문 중 유일한 소설 작품집인 정이현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우선적으로 선정하였다. 이 텍스트는 한국의 젊은 여성의 사랑과 섹슈얼리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스페인어권 젊은 독자들의 주목을 끌 작품이다. 이것은 비단 한국의 왜곡된 성평등과 현실을 드러낼 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욕망의 얼개를 놀라우리만큼 낭만의 외피를 벗겨내고 ‘쿨’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스페인이나 중남미의 독자들에게 어필할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 번역 역시 책을 좀처럼 놓지 않게 하는 원작의 박진감과 빠른 리듬을 잘 살려내고 내용도 충실하게 전달하고 스페인어권 독자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매끄러움을 지닌다. 다만 화자의
내면의 대화를 번역에서 일반 대화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내밀한 주체의 흐름을 살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소믈리에 등 몇 가지 외래어는 해당 스페인어 어휘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무소유』의 경우 단순화된
문체 덕분에 대체로 무난하게 읽히지만 동시에 이러한 문체로 법정 스님의 정치한 철학적 사유가 충분히 그려지지 않고 있다.
스페인어 어구와 어휘에 있어서도 좀 더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 있었다. 시집 중 선정된 『단 한번 보지 못한 내 꽃들』은
꽃이 가지는 성적 욕망, 불교의 선적 깨달음, 생명력의 이미지들을 일상생활에서의 에피소드를 통해 아름답게 구현하는, 즉
스페인어권 독자들에게는 한국적 정신세계의 아름다움과 사랑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또한 중견작가 이인의 그림도
총천연색으로 함께 출간된다면 더욱 좋을 작품이다. 번역 역시 원작이 느낀 서정을 시적으로 잘 살려내는 역자의 역량이 돋보인다. 다만 몇 가지 비문법적 표현과 제목에 있어 “Flor de melocot?n japon?s”는 Flor de ciruelo로, “Dandelion”는 Diente de len으로의 수정이 요구된다. 이밖에 장기미제로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작품의 경우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정된 작품들에 대해서는 축하를 보내며, 역시 심사자들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하는 작품으로 출판되어 한국문학이 스페인어권 독자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선정되지 않은 작품 역시
죄송한 마음과 함께 진심으로 깊은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