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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우물 밖을 엿보다
작성자 김지혜
날짜 15.07.20 조회 9484

글 / 김지혜_경인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 1년. 제13회 대산대학문학상 동화 부문 수상자

갈 수 있을까?
여행 전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설레는 마음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을 앞에 둔 것처럼 낯설고 두려운 마음이 커져갔다. 나라 밖에 나가본 적도 별로 없는데, 영어도 잘 못하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과 비행기로 열 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그곳에 가서 즐겁게 지내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나는 희망찬 마음을 안고씩씩하게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에 오르고 싶었다. 그래서 쇼핑을 시작했다.옷 쇼핑이 아닌 책 쇼핑을. 영국에서 찰스 디킨즈,제인 오스틴과 인사하고 프랑스에서 만난 빅토르 위고에게 ‘프랑스는 어떤 나라인가요?’하고 물어보았다. 그들에게서 나는 낯선 곳에 대한 약간의 힌트와 함께 호기심을 얻을 수 있었다. 고무공이 튀듯 유쾌한 언어로 나를 웃게 해준 엘리자베스와 핍이 살았던 영국은 어떤 곳이며노트르담 대성당 꼭대기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바라보던 꼽추 콰지모도의 눈에 들어온 광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비로소 나는 편안한 내 세계에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날 이유와 용기가 생겼다. 그래 가 보는거야!

대도시의 전형을 보여준 영국 런던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나는 운동화가 굴러갈까 염려되어 두 발로 운동화를 꼭 껴안고 있었다. 외국인들도 잔뜩 있는 곳에서 ‘excuse me’를 외치며 신발을 찾는다면 그 얼마나 꼴불견이겠는가. 하지만 덜컹대는시골버스쯤으로 생각했던 비행기는 예상과 달리 흔들림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창을 닫아 놓아 밖은 보이지 않고 웅웅대는 소리만 들렸는데 이렇게저 먼 영국 땅에 떨어질생각을 하니그 곳 모두가 커다란 선물상자에 담긴 채 순간이동 장치를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국에서 우리를 맞은 것은 낮은 회색 구름 사이로 유난히 강렬한 빛을 태우며 기울어가는 저녁의 붉은 해였다.
 
우리는 피카디리 서커스로 이동하여 서서히 런던의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광장 중앙의 동상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그런데 열심히 사진을 찍다가 그만 일행을 놓치고 말았다. 공교롭게 전화연락도 되지 않고 나는 동상주위만 하릴없이 뱅글뱅글 돌았다. (덕분에 광장의 원형모양은 제대로 인식했다.) 고맙게도 같이 간 친구들이 찾아 주어서 런던의 미아가 되는 것은 면했지만 이후로는 정신 바짝 차리고 쫓아다녀야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오랜 비행의 피곤으로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새벽에 자꾸만 잠이 깨었다. 낯선 곳이 주는 긴장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잠을 자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어나 창을 통하여 아직 잠들어있는 런던의 새벽 거리를 보니신선한 행복감이 가슴 가득 밀려왔다.
 
이곳에서 많은 곳을 보고(버킹엄 궁전,대영 박물관,옥스포드 대학 등등), 맛난 것도 먹고 코벤트 가든에서는 쇼핑도 했지만 가장 즐거웠던 일은 대작가 벤 오크리를 만난 것과 뮤지컬 위키드(환상 그 자체였다!)를 본 것이다. 대작가를 만나기 전에 우리는 어떤 질문으로 인터뷰를 이끌어 갈 지 많은 고민을 나누었다. 하지만 우리의 염려와 달리 벤 오크리 작가는 스스로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우리에게 많은 격려와 힘을 주고자 하였다.그는 작가라면 모름지기 매일 글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어떤 요청이 들어와도 그 자리에서 글로 표현해 낼 수 있어야 진정한 작가라 하였다. 그 의미의 중압감에 가슴이 조금 답답해왔지만 그것이 나의 지향점이라는 생각으로 의지를 굳혔다.
영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공원과 길가의 나무들이었다. 팔로 안으면 두 아름은 족히 넘을 것 같은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속에 한때 바다를 주름잡던 옛 대국의 자부심이 담겨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화강국이라고?프랑스 액상프로방스,파리
런던의 하늘이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었던 것과 달리 액상프로방스의 새파란 하늘은 얇고 하얀 레이스를 두른 모양이었다. 빨려들 듯 깊은 파랑의 하늘을 보니 인상주의 화가로 알려진 세잔느가 이 지방이 아닌 영국에 살았다면 빛으로 인한 색채의 변화를 그렇게 날카롭게 잡아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밝은 하늘과 에메랄드빛 창틀 그리고 담장을 넘는 키 큰 나무들이 어우러져 이곳은 무척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여기서 만난 드 크레센조 교수님과 부인인 김혜경 교수님은 그것에 넉넉함을 더해 주셨다. 두 분은 드크레센조 출판사와 웹진’글마당’을 운영하시면서 한국문학을 프랑스에 알리는데 노력하고 계셨다. 우리는 두 분의 집으로 초대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는데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힘들어할 것을 배려하여 한국음식을 준비해 주셔서 모두들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교수님이 계시는 프로방스대학 한국학과 학생들과 만남을 가지기도 하였다. 처음엔 불어로 내 소개를 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학생들이 질문을 별로 안 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고 관심을 가져 주어서 그들의 열정에 덩달아 힘을 얻고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나도 훗날 좋은 작품을 많이 써서 프랑스에도 알릴 기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열차를 타고 프랑스 파리로 이동하였다. 파리의 빌딩은 저마다 특색이 있고 정교한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대도시의 차가운 인상을 지워주었다. 먼저 아침 일찍 르브루박물관을 돌아보았다.나는 회화 위주로 보았는데 많은 그림들이 중세의 성화(聖畵)들이었다. 화려한 그림들에 취해 걷다가 밀레의 그림 다섯 점이 걸린 것을 발견했다.나는 그 소박함 앞에서 오히려 더 경건해졌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는 안타깝게도 시간이 부족해 위로는 올라가보지 못하고 일층만 둘러보았다. 내부의 화려한 모자이크 장식과 천장 돔의 엄청난 높이를 보며 그 규모와 권위에 경탄하였다. 또 밖으로 나가 성당 건물을 살피며 저기 어디쯤이 콰지모도의 방이었을까 프롤로 주교가 떨어질 때 보았다는 석상들은 어떤것일까 짐작해 보기도 하였다.
 
세느강을 건너 에펠탑에 도착하였다.국제정세 때문에 파리에서의 일정을 줄이다 보니 이 곳에서도 시간이 여유롭지가 않았다.그렇다고 에펠탑을 겉핥기로만 지나치고 싶지 않아 일단 에펠탑 속을 걸을 수 있는 티켓을 샀다.그리고는 시간에 맞추기 위해 탑 속에 있는 계단을 힘차게 뛰어올라갔다. 위에 올라가니 파리 시내의 전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한 바퀴를 뛰듯이 돌아 사방의 풍경을 눈에 담고는 재빨리 에펠탑을 뛰어 내려왔다. 경치를 천천히 더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에펠탑을 직접 발로 느껴보았다는 뿌듯함을 가슴에 안을 수 있었다.
 
프랑스를 돌아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액상프로방스의 햇살이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길가에 굴러다니는 개똥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아낀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문화강국의 체면이 조금 구겨지는 느낌이다.
 
다시 한국으로
10박 11일의 짧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아쉽다. 일정이 30박 31일이라도 여전히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예전의 리듬을 되찾을 수 있을지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걱정이 앞섰다.

 말이 잘 통하고 길가에 개똥이 없는 한국을 너무 좋아하는 개구리가 자신의 세상 전부였던 우물 밖을 조금 엿보았다.언젠가 폴짝 도약해서 우물 밖 넓은 세상을 자유롭게 뛰어다닐 날이 올 것이다.
 
좋은 기회를 주신 대산문화재단 그리고 긴 시간 사고뭉치들을 통솔하느라 고생하면서도 좋은 경험을 많이 주려 애쓰신 장대리님 감사합니다.여행 내내 서로 챙기고 웃음 주었던 친구들아 고맙다.모두의 앞날에 액상프로방스의 하늘처럼 맑은 날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파이팅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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