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여행을 부러워하던 당신, 나는 지금 어디론가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야. 이따금 비행기가 흔들릴 때마다 나는, 영혼의 무게를 증명하기 위해 죽음의 순간 저울 위에 올라가야 했던 어떤 사람을 생각해. 그때 밝혀진 영혼의 무게는 21g 이라던데,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10명의 영혼의 무게는 210g, 100명의 무게는 2.1kg, 내가 매고 다니던 배낭의 무게는 1000인분의 무게쯤 되려나. 언젠가 세상에서는 100만의 사람이 수용소에서 죽었대. 100만 명의 비명도, 200만 개의 눈동자도, 망자의 머리카락으로 짠 수천 장의 카펫도 더는 생각지 못하고, 아주 잠시, 210톤의 눈이 천천히 내려 쌓이는 어떤 도시를 생각해. 기록할 역사가 하나도 없는, 국경일도 기념일도 없는 도시를. 천천히 눈이 내리면, 박스 맨 아래에 오래 묻혀있던 귤처럼 도시는 하얗게 잠기겠지. 그곳의 고양이들은 갓 지은 쌀밥 같은 흰 눈 위에 오줌을 누겠지. 칭챙총, 칭챙총, 아이들에게 모두 같은 별명을 붙여주어도 아무도 울지 않겠지. 그곳엔 누구나 갈아입을 이름을 아주 많이 가졌으니깐. 그 곳을 찾은 여행객들의 배낭이 점점 더 가벼워지고, 소매치기가 여행자의 영혼 말고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는 도시. 망자들의 구덩이에서 나온 수천 개의 열쇠, 꼭 그 열쇠들만큼의 벽난로와 식탁을 생각해. 그곳에선 침대에 이름을 새길 일도, 누군가의 무덤이 박물관이 될 일도 없을 테지만...
‘세상’이라는 말도, ‘모든’ 이라는 말도 믿지 못하겠다던, 사람 말고 강아지에게만 영혼이 있으면 좋겠다던 당신. 비행기의 고도가 점점 떨어지고, 나는 간절하게 생각해. 사랑하는 이의 장례식에서 자꾸만 하품이 나오는, 죽은 시인의 수를 다 합한 것 보다 살아있는 시인의 수가 많은 도시를. 눈이 오는 날에는, 꽃이 지는 날에는 차마 아무도 시를 쓰지 못하는, 피아니스트의 왼발처럼 고독하고 꿋꿋한, 21g보다 더 가벼운, 그리하여 결코 지상에 추락하지 않을 도시를.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 아이, 매해 겨울 한번은 꼭 미끄러지던 아이가, 한 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지나는 첫 겨울을, 눈 한 송이만큼의 기적을 아주 잠시 생각해. 새를 만난 적 없는 새에게 건넬 인사말을 생각해.
ps. 이곳은 처음인데, 꼭 돌아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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