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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문학기행 A그룹] 유럽문학기행문
작성자 성주현
날짜 12.03.07 조회 9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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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행기가 태양을 따라 유럽으로 날아가고 있는 내내 새로 장만한 디지털 카메라 액정에 창 밖에 펼쳐진 구름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여행 동안 그의 새 눈이 될 새 장난감을 시험해보고 싶은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리라. 그는 구름을 찍었고, 가끔 구름의 빈 공간으로 보이는 저 먼 땅을 찍었으며, 비행기의 날개를 찍었다. 기내식이 나오자 배고팠던 그는 빵 한 조각을 베어 물다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다시 그것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꺼내 기내식을 찍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왼쪽 어깨너머에서 자신의 제법 큰 검정색 카메라가 담고 있는 장면들을 조심스럽게 따라 찍고 있는 은빛의 날렵하고 조그마한 카메라를 흥미롭게 의식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꽤 재미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 자신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그는 여행에 적잖이 들떠 있었다. 유럽행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하루 묵었던 일본의 호텔에서부터 그는 원래 타국의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선 이래야한다며 같이 동행한 일행들과 함께 ‘유카타’를 입고 호텔 복도를 돌아다니고 사진을 찍었다. 해외여행 경험이 그 보다 한 번에서 두 번 정도 적었던 일행들은 그의 당연하단식의 뻔뻔함에 넘어가 열심히 유카타를 입은 사진을 카메라 메모리에 저장시켰다.
그는 사실 그 호텔에서 얌전한 듯 하면서 은근히 특이하고, 실수로 화장실 문을 잠궈버렸다며 쩔쩔맬 정도로 맹한 구석을 노출하던 그녀가, 그리고 그가 선동하는 일에 고분고분 잘 따르는 듯 하면서도 그것이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런 괴상한 일을 재미있어 하는듯한 그녀의 태도들을 보며, 그것들이 그의 장난끼와 호기심을 은근히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그녀 옆에 있으면 아마 곧 미치도록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서 자신 특유의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한 웃음을 킥킥거릴 때가 머지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2시간의 비행이 거의 끝나갈 무렵 그의 입에서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건축 박람회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미니어처같은 도시가 그의 발밑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인형이 살고 있을 법한 건물들과 푸른 녹지의 조화가 그의 눈에 비친 유럽의 첫인상이었다. 그러나 곧 이어 그의 반항적이고 삐딱한 말투가 튀어나왔다.
“쳇, 지네들은 다 저렇게 해놓았구만. 우리한텐 온갖 나쁜 것만 따라가게 해 놓구선.”
전적으로 그들의 잘못이라고 전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마 꽤나 부러웠었던 모양이다. 지금도 전통적인 집을 주저앉히고 그 위에 온 땅을 뒤덮을 듯한 회색 콘크리트를 열심히 부어대고 있는 곳에서 온 그로선 말이다.
영국은 우울한 하늘이 그나마 하루에 몇 번씩이나 변덕을 부렸다. 그는 우울한 하늘과 영국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은 셰필드 대학에서였다. 셰필드 대학의 한국 신화학자인 ‘제임스 그레이슨’ 교수와 문학과 영화를 연구하는 많은 연구자들을 만났을 때였다. 그는 그레이슨 교수의 옆에 있었던 한국 여성교수를 만난 것에 무척 고무되어있었다. 문학기행의 여정에 영화를 전공하고 연구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그리 흔한 기회는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쓰며 영화감독을 꿈꾸는 그는 여교수와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여교수와 나눈 이야기 중 이것이 그의 머릿속에 깊이 박혔다.
“수많은 영화가 필름 인화를 영국에 와서 하고 있어요. 영국이 필름 인화기술이 상당히 많이 발달했기 때문이죠. 왜 그런지 알아요?”
순간 그의 머릿속에 많은 영화 엔딩자막의 끝자락 즈음에 ‘돌비음향’상표와 함께 뜨던 ‘BBC’ 혹은 ‘KODAK’마크가 떠올랐다.
“아.. 그러네요. 왜 그렇죠?”
“그건 영국의 날씨 때문이에요. 영국의 날씨가 항상 흐리죠? 흐린 날씨 때문에 영국에서는 필름을 밝고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서 인화기술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역설적으로 말이죠.”
그는 그 때 ‘창조를 위한 부재의 힘’을 떠올렸다. 그는 KODAK의 실제보다 더 선명하고 다소 과장된 듯한 색감의 비밀뿐만 아니라, 영국인의 기질들이나 런던을 구성하고 있는 도시조경에 쓰여진 선명하고 원색적인 색감까지, 많은 것들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엿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이 런던에서 지내는 동안 꽤나 고딕화 되고 내리누르는 듯한 런던의 분위기, 항상 인상을 찌푸리고 다니는 거리의 사람들에게서 숨이 막혀왔던 그에게 영국의 흥미로웠던 것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베컴이 유행시켰던 닭벼슬 헤어스타일을 하고 다니는 대부분의 영국남자들과, 1면에서부터 5면까지를 축구관련기사로 가득 채우고 있는 런던신문이었다.
그가 그녀와 함께 첫 모험을 나선 것은 스코틀랜드 애든버러에서였다. 런던을 출발하여 저녁 늦게나 도착한 애든버러의 숙소에서 모두들 지쳐있었다. 기차 안에서 도착하면 짐만 풀어놓고 애든버러의 구석구석을 탐험하자고 약속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두들 베개에 머리를 묻자마자 코를 골기 시작했다. 새로운 곳을 탐험하겠다는 기대에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것은 그와 그녀뿐이었다. 그는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고 자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밤의 나들이를 ‘강권’했다. 그러나 모두들 머리를 이불속에 더 깊이 묻을 뿐이었다. 그는 한쪽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우리끼리라도 나갈까?”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도시의 저녁은 마치 모든 것이 정지된 듯했다. 밤이 되면 모든 것이 회색으로 변해버리는 애든버러는 으스스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가장 먼저 그들의 발길을 잡아 끈 것은 온통 불 꺼진 검은 도시를 산 위에서 음산하게 내려다보고 서 있었던 고성(古城)이었다. 마치 어떤 사연 많은 늙은 영주가 세상을 등진 채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고성의 이름은 ‘애든버러 성’이었다.
산을 휘감아 돌아가는 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간 그들에게 애든버러 성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산위에서 그 일부만을 보여주던 신비로운 성이 점점 실체적인 모습으로 변해갔다. 성은 천연의 요새였다. 적군이 쳐들어온다는 위급한 소식이 전해오면 산 아래의 주민들은 모두들 짐을 꾸려 싸고 이 산으로 올라왔으리라. 그리고 성 앞의 큰 마당을 지나 비교적 짧고 작은 교각을 건너면 애든버러 성문이 닫혔을 것이다. 그러면 그곳은 삼면의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쳐진 채, 유일한 공략장소인 성문 앞에서 농성하는 적군을 상대하기 좋은, 함락하기 매우 어려운 강력한 방어처가 된다.
그와 그녀는 밤이라 관광객의 출입을 금하기 위해 성문 앞을 지키고 선 경찰을 바라보았다. 뭐 늦은 시간이라 그리 크게 기대를 하진 않았었지만 그는 한쪽 눈을 약간 찌푸렸다. 그들은 희미한 백열 가로등이 노란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는 성문 앞 큰 마당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미 문 닫힌 관광지임이 분명한 그 작은 성 윗부분 즈음, 작은 창에 켜져 있는 불빛은 아마 늙은 귀족이 살고 있기 때문이라느니 하는 따위의 저 안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을 황당한 사건에 대한 추측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성 앞 광장에는 많은 동상들이 세워져있었다. 어떤 사람은 말을 타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손가락 하나를 펴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기도 했으며 대부분 높은 받침석 위에 올라서 있었다. 그와 그녀는 큰 광장 주변에 굳어 서있던 동상들을 되살려 깨우며 돌아다녔다. 서투른 영어로 받침석에 쓰여 있는 글들을 해석하다 모자란 부분은 상상력을 동원해 마음대로 채워버렸다. 시간이 지나자 급기야 그 동상들은 매일 밤 일어나서 서로 싸우며 노는, 말도 안 되는 녀석들이 되어버렸다.
그곳에서 보는 애든버러의 야경은 아주 볼만했다. 그들은 직접 그곳으로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사실 그는 멀리서 보기만 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좋은 곳은 직접 가봐야 하고, 맛있는 것은 먹어봐야 하며, 신기한 것은 가까이 가서 알아봐야 직성이 풀렸다. 그들은 차가운 밤공기를 헤치며, 해가 짐과 동시에 마법에 걸린 듯이 모든 것이 회색빛 화석마냥 정지해버리는 신기한 도시를 그렇게 헤매고 다녔다.
그들은 다음날 애든버러 낮 관광을 마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왔다. 런던은 여전히 규격화되어있었으나 스코틀랜드 애든버러처럼 어둡고 음산한 밤을 갖고 있진 않았다. 그들은 그곳에서 팝뮤지컬 ‘맘마미아’를 보았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폐해로 ‘읽기’보다 ‘듣기’가 더 힘들었던 그에게 뮤지컬의 대사들은 반밖에 들리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은 ‘쉬움’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는 거기서 ‘팝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속성을 약간이나마 느꼈다고 생각했다. ‘맘마미아’는 전세계의 많은 이들─중학학창시절 팝에 미쳐있던 그를 포함하여─을 열광케 했던 그룹 ‘아바’의 음악을 들려주는 데 모든 내러티브와 힘을 집중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제목 ‘맘마미아’부터 ‘아바’의 노래 제목일뿐더러 이 뮤지컬의 모든 이야기는 ‘아바’의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구성된, 그야말로 콘서트식 구성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맘마미아’라는 ‘팝뮤지컬’이 기획되고 창조된 것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맘마미아는 향수(鄕愁)를 팔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바의 음악에 묻어올 오래전의 시간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팔아 이윤을 남기기 위한 작품. 맘마미아를 보고 그가 극장을 나서고 있을 때 그의 눈에 근처 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또 다른 팝뮤지컬 ‘퀸’의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 포스터가 보였다.
그들의 세 번째 모험은 런던에서였고 첫 번째와 두 번째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당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여기서 첫 번째에서 바로 세 번째로 넘어가는데 대해 의아하게 여기며 ‘뭔가 착오가 있는 것 아니야?’라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여행은 세 번째 여행과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예정이니 너무 조바심 낼 것도 없다.
어쨌든 그들은 지도 한 장을 달랑 들고 런던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녔다. 그녀가 지도를 펴놓고 손가락으로 찍은 곳은 미술관이었다. 그는 그것을 이미 두 번째 여행을 통해 예상하고 있던 터였다. 그녀는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애든버러에서의 두 번째 여행에서도 그랬었다. 그들이 그렇게 찾아간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는 다빈치, 미켈란젤로에 반 고흐와 고갱, 모네와 보티첼리 등 굉장한 화가들의 그림이 폐장시간 내에 다 보지 못할 만큼 걸려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곳에서 ‘존 컨스터블’의 그림 앞에 ‘다시’ 멈춰 섰다. 그는 ‘존 컨스터블’을 ‘다시’ 만나게 된 것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존 컨스터블’과 만난 것은 이것으로 두 번째였다. ‘컨스터블’을 처음 만난 것은 애든버러에서였다.
애든버러의 저녁 동행이 꽤 흥미로웠는지 그들은 다음날 낮 애든버러 여행을 하던 중 일행들에게 제안을 했다. 흩어져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어느 시각이 되면 다시 만나도록 하자고 말이다. 다들 그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는지 흔쾌히 자신의 취향과 나름의 애든버러 관광의 계획에 따라 두 갈래 길로 나뉘어 졌다. 밤에 미처 다 보지 못한 도시 구석구석이 궁금했던 그와 그녀는 그렇게 일행에서 떨어져 나왔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올법한 큰 탑과 여기저기 시선을 잡아끌던 동상들, 거리의 스코틀랜드 파이프 연주자 같은 볼거리를 구경하며 다니던 그는 미술품에 관심이 많다는 그녀의 말에 따라 눈앞에 보이던 ‘스코티쉬 내셔널 갤러리’의 문을 밀었다.
그리 크진 않았지만 꽤 알찬 미술품들이 아기자기하게 전시되어있던 그곳에서 그는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초보적인 미술 지식들을 총동원하여 위대한 작가들의 그림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미술에 대해 그리 잘 알지는 못했지만 미학과 철학 공부를 위해 미술사책을 몇 권 읽어두었던 터라 그녀에게 열심히 그림과 조각들에 대한 설명들을 늘어놓았다. 그는 빛의 사용과 구도, 그림기법 등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보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던 그는 잠시 후 한 편의 그림 앞에 서서 얼어붙은 듯 멈추어 있었다.
그를 멈추게 한 그림은 그가 처음 보는 그림이었고 모두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한 그림이 아니었다. 그 그림은 우중충한 작은 언덕너머 가시덤불 속에 텐트를 치고 살고 있던 빈민의 집이 전면에 보이고, 그 가시덤불 언덕 너머 흐르는 시냇물을 경계로 아름다운 교회와 넓게 펼쳐진 초원위로 예쁜 옷을 입고 거니는 사람들의 풍경을 그려놓은 풍경화였다. 그는 전기를 맞은 사람마냥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 그림의 아래쪽에는 ‘존 컨스터블’이라는 화가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 미술관의 많은 그림들이 좀더 아름답고 좀더 훌륭하게, 그리고 좀더 독특하게 보여지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소위 그림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다니던 화가들과 그렇게 찾아낸 아름다운 풍경과 아름다운 모델들, 그리고 독특하고 멋진 기법들… 그런 그림들의 숲 가운데에 존 컨스터블의 그림은 걸려있었다. 모두들 아름다운 것을 그리기위해 붓을 다듬으며 주위를 살피는 동안 존 컨스터블의 눈은 그 아름답기만 한 풍경속에서 하늘높이 날아올라 주위를 둘러본 뒤 어느 지점에 착륙했다. 그는 바로 ‘어디에 카메라를(눈을) 갖다대느냐’하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 그림의 우중충한 언덕 아래 빈민의 더러운 텐트는 저쪽에 펼쳐진 아름다운 초원에서 바라본다면 언덕에 가려 결코 보이지 않을 장소였다. 컨스터블이 카메라를 들이댄 장소는 가까이 보이는 검은 빈민텐트 앞에서 아기를 돌보고 있는 가난한 여자와 저 언덕너머 보이는 아름답고 밝기만 한 들판의 귀족들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바로 그 지점이었다. 언덕너머 저쪽의 행복한 상류층 사람들은 결코 이 너머를 건너다 볼 수 없고, 또한 신경조차 쓰지 않을 바로 그 곳.
그는 한참을 그 그림 앞에 서 있었다. 그림은 반짝반짝 빛을 반사시켰다. 그는 백년이상의 시간을 건너뛰어 존 컨스터블을 만났다. 그는 존 컨스터블에게서 사람의 영혼을 움직이는 예술의 실체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들었다고 생각했다.
런던 ‘브리티쉬 내셔널 갤러리’에서 다시 만난 컨스터블은 그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는 파리 ‘루브르 미술관’에서 컨스터블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존 컨스터블을 만난 것을 영원히 잊지 않기로 한다.
일행은 런던을 떠나 도버해협을 건너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다. 그는 파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영국에서의 짓눌린 듯한 공기는 새털처럼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고 파리의 공기에는 산소이외에 ‘자유’가 섞여있는 듯 했다. 그들은 거기서 시인 ‘클로드 무샤르’를 만나 문학에 대해 간담회를 가졌다.
클로드 무샤르는 오를레앙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일행을 초청했다. 그들은 클로드 무샤르 시인이 직접 만든 케잌을 먹었고 아껴둔 와인과 희귀한 차를 마셔서 좋았지만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클로드 무샤르와 나누었던 문학 이야기였다. 특히 그와 클로드 무샤르 시인 사이에서 다루어졌던 ‘이마쥬’이야기는 다른 일행들 사이에서 악명 높게 기억되어버렸을 만큼 열띠고 ‘오래’ 이루어졌다. 밝을 때 도착해서 해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이루어졌던 그들의 토론은 파리행 막차가 가까워져서야 아쉬움에 끝을 맺었다.
그와 그녀에게 파리는 유럽여행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장소로 기억되었다. 파리의 에펠탑과 개선문, 노틀담 성당, 세느강변, 루브르 미술관등을 둘러본 일행들이 퐁피두센터에서 번역가 한유미씨와 저녁식사를 마친 후, 이제 흩어졌다가 다시 숙소에서 모이기로 결정했을 때 그와 그녀는 같은 길로 향했다. 이미 그들은 낮 동안 세느강을 운행하는 유람선을 꼭 타보자는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그들은 발길을 선착장으로 재촉했다. 에펠탑 앞 선착장에 도착한 그들은 ‘크레페’ 두개를 사들고 유람선 티켓을 끊었다. ‘크레페’에서 새어나온 잼으로 손이 끈적였으나 그것의 꽤 괜찮은 맛과 세느강변의 몽환적인 야경과 막 유람선을 타는 들뜬 기분이 그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다.
세느강은 해가 떠있는 내내 시커먼 흙탕물로 흘렀다. 많은 시인과 소설가들의 손끝으로 묘사되었던 사랑과 환상의 강은 온데간데없고 좁은 흙탕 개천만이 있을 뿐이었다. 사실 낮 동안 그를 적잖이 실망시켰던 세느강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해가 지면서부터였다. 일 센티 물밑이 보이지 않는 세느강은 검은 하늘을 비추고, 밤의 불빛들을 머금으면서 그 속이 보이지 않는 강물속에 감추고 있던 것들을 꺼내보였다. 세느강 속에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강물들이 갖지 못한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세느강이 감추고 있을 중세 기사들의 갑옷들과 귀부인의 장신구와 투신한 시인의 유골과 버려진 미완성 작품의 노트에 대해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세느강이 가장 많이 숨기고 있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바람은 꽤 차가웠다. 그들은 카메라를 꺼내들고 스쳐지나가는 야경들을 찍었다. 세느강과 강변의 불빛이 아련해져 감에 따라 그들의 파리는 점점 비현실적 공간이 되어갔다. 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조금 아쉽다. 아직 더 보고 싶은 게 한참 남아있는데.”
“그러게요. 루브르도 제대로 못 봤고 가보고 싶은 곳이 아직 한참 더 있는데, 그쵸?”
그는 펼쳐놓은 파리 지도의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가보고 싶은 곳을 말하던 그녀가 떠올랐다. 사실 그도 너무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이 남아있었다.
“하루나 이틀만 더 있을 수 있으면 진짜 좋겠다.”
“저도 그래요.”
“하루 더 있자고 우겨볼까?”
그의 장난기어린 표정에 그녀는 씨익 웃기만 했다.
그가 여권을 도둑맞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그들이 숙소에 돌아온 뒤였다. 다음날 독일로 이동하기 위해 짐을 정리 하던 중 그의 가방에 넣어두었던 여권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는 언젠가 한국인 여권을 노린다는 소매치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빌어먹을.”
대책마련을 위해 일행들이 다 모인 방에서 그가 나직이 내뱉었다. 일행은 경험 많고 현명한 판단을 가장 잘 하는 인솔 담당자의 의견에 따라, 그 혼자만 여권 재발급을 위해 파리에 남고 나머지는 모두 다음 일정에 따라 독일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는 여권을 재발급 받고 다음 목적지인 스위스로 합류하기로 했다. 그는 자기 때문에 일행의 여정이 차질을 빚게 하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다른 일행들은 그를 혼자 남겨두고 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는 파리를 더 보고 싶은 그의 바램이 이루어져서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일행들을 설득했다. 또한 그것은 그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일행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를 혼자 남겨두고 가는 것에 대한 불안한 마음에서 였으리라. 모두들 누군가가 그와 함께 파리에 남아 있다가 스위스로 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파리를 아쉬워하던 그녀와의 대화가 생각났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의사를 물었다. 그는 그때 왜 그렇게 그녀가 남길 내심 바랬는지 그 감정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그녀는 선뜻 결정하기를 망설였고 다른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의견들이 분분한 가운데 시간은 급류처럼 흘러갔다. 뾰족한 대안 없이 표류하던 논의는 미안함과 피곤을 남긴 채 그냥 방으로 흩어져 잠드는 것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모두 흩어진 후 그녀가 오랜 생각 끝에 자신이 남아있겠다는 결정을 모두에게 전한 것은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였다.
다음날 파리의 아침은 화창했다. 그와 그녀는 지도를 펴놓고 하루의 일정을 손가락으로 그려가며 계획을 짰다. 그는 일행들이 떠나기 전, 인솔 담당자의 꼼꼼한 배려로 주고 간 스위스 루체른 행 열차 시간표와 루체른의 숙소 예약표 등도 한 번 더 챙겼다. 프랑스 대사관을 찾아 여권 재발급을 신청한 그들은 내일 정오쯤 오라는 직원의 답변을 듣고서 본격적인 파리 여행에 나섰다.
그녀는 샹젤리제 거리로 가서 향수를 샀고 거기서 그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의 문을 밀었다. ‘몽테크리스토’.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그들은 거기서 먹은 양고기 요리와 캐비어 요리의 맛과 함께 샹젤리제 거리 중간쯤에 있던 그 가게의 이름도 오래도록 기억하기로 했다. 그들의 다음 목적지는 미처 다 보지 못한 루브르 미술관이었다. 그는 여기서 존 컨스터블을 다시 만났고, 그녀를 잠시 잃어버렸다.
그것은 그가 다른 미술품을 보느라 잠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일어났다. 그녀가 사라진 것이다. 처음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당연히 주변에 있을 거라 생각하던 그는 붉은 카펫 위를 걸어 다녔으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약간 걱정이 되었다. 루브르 미술관은 꽤 넓었다. 몇 분 뒤 저 멀리서 하염없이 홀로 헤매고 있는 그녀를 찾아낸 그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그의 생각보다 많이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를 버리고 어디로 가버렸었냐고 아직도 떨리고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렇게 이 헤프닝은 끝이 났다. 그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다시는 그녀를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날이 어두워져 원래 가기로 정했던 ‘페르라쉐즈 묘지’에는 갈 수가 없게 된 그들이 퐁네프다리로 향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그의 주장 때문이었다. 쇼팽과 발자크 등의 무덤에 꽃을 놓고 오겠다는 그녀의 희망은 어두워지면 그런 묘지 주변은 위험한 곳이 된다는 가이드북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접어야만 했고 그들은 퐁네프다리로 발길을 돌렸다. 그는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에 나오는 퐁네프다리를 밤에 걸어보고 싶었다. 원래 좁은 세느강이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은 다 작았지만 퐁네프다리는 그것들 가운데서도 더욱 작아보였고 가장 초라해보였으며 매우 서민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는 아마 그래서 영화가 ‘퐁네프의 연인들’ 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파리에서의 첫 날 들렀었던 ‘노틀담 성당’이 떠올랐다.
소설 ‘노틀담의 꼽추’의 무대가 되었던 노틀담 성당은 매우 크고 화려했다. 일행과 같이 방문했으나 다른 일행들이 앞서 성당으로 들어가는 동안 그와 그녀는 성당 밖에서 성당의 외관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그는 10배까지 줌(Zoom)기능이 되는 자신의 카메라 덕택에 새로운 사실을 깨닫고 잠시 성당 밖 광장에 서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소설 ‘노틀담의 꼽추’가 왜 하필 노틀담 성당을 무대로 삼았는지 이제야 알겠다고 말했다. 그것은 성당의 외관 조각들과 연관이 있어보였다. 성당은 매우 많은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있었는데 성당 윗부분 약 3분의 1가량이 다른 성당들에서 보기 힘든 악마들의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성당 윗부분 난간 곳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살고 있는 악마들의 아래로, 지팡이를 들고 일렬횡대로 선 성자들의 조각이 성당을 좌에서 우로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성당의 문이 나 있는, 성당은 그런 외관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래 문을 통해 들어가서 예배를 드릴 사람들을 많은 성자들과 천사들이, 맨 꼭대기 부분에 득실거리는 악마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늘어 서 있는 그런 형상이었다. 그가 그런 악마들과 성자들의 조각을 찍기 위해 카메라의 줌을 당겼을 때 아래를 향해 난간 밖으로 상체를 기울인 악마조각들의 표정이 왠지 슬퍼보였다. 그 조각들 사이에 ‘콰지모토’가 있었다. 예배를 위해 화려한 옷을 입고 성당 문을 들어가는 ‘정상적인’ 사람들과, 성당의 종을 치기 위해 필요한 종치기로 이용되면서 밑으로 내려와서 같이 예배를 드릴 수는 없게 되어있는 비천한 꼽추 ‘콰지모토’.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지팡이를 들고 지키고 선 무서운 성자들. 그와 그녀가 성당 안으로 들어가서 화려하고 웅장한 미사를 보게 되었을 때 그는 그녀에게 작게 말했다.
“하나님이 진짜로 원하는 예배는 이런 것이 아닐 거야.”
그는 그때 천장 위에서 작은 꼽추의 낮은 흐느낌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와 그녀는 다른 일행들처럼 그 웅장한 미사 관람을 위해 각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관광객들 틈에서 미사 구경을 계속 하는 것은 그만두고, 성당 안쪽에 그려져 있는 성화들과 성상(聖像)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화려한 성상들과 성화들을 구경하던 그들은 테이블 위에 작은 모래밭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 성상들을 세워놓은 장소에 다다랐다. 그들은 테이블 위 모래밭에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새겨놓은 알 수 없는 글자들을 보고 싱긋 웃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는 손바닥을 펴 그 모래밭의 일부를 평평하게 골랐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한국어로 그와 그녀의 이름을 쓰고 그들이 다녀가다 라고 쓴 뒤 그 아래에다 사인을 했다. 옆에 섰던 그녀는 살짝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 옆에 자신의 사인을 하고 지장까지 찍었다. 그도 피식 웃으며 자신의 사인 옆에 지장을 따라 찍었다.
그는 퐁네프다리역시 노틀담 성당과 같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들은 작고 초라한 퐁네프다리 중간에 서서 세느강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퐁네프다리 밑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이 역시 모험심과 호기심이 지나치게 많은 그가 내놓은 의견이었다. 다리 밑은 꽤 어두웠다. 그들이 다리 밑을 걸으며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헤이’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는 흠칫 놀랐다. 그들의 앞에는 키가 크고 시커먼 흑인 두 명이 서서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 그는 그들에게 무슨 일이냐고 되물었다. 두 흑인 중 한 명이 영어 잘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조금 할 줄 안다고 했다. 그러자 그 흑인은 담배 있으면 좀 달라고 말했다. 그는 담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 말에 흑인이 바로 이어 말하기를 그럼 담배를 사게 돈을 좀 달라고 했다.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결국 불량배들이군.’ 그는 잠시 생각했다. 어쩌면 싸워야할지도 모르고 두 명은 벅차지만 옆에 있는 그녀만은 도망치게 할 수 있겠다. 그는 피식 웃으며 ‘나는 돈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흑인들은 말했다. ‘우리를 두려워하지 마라.’ 그는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돈은 없다.’라고 말하며 그녀를 데리고 돌아섰다. 그가 그녀를 데리고 돌아서는데 약간의 긴장감과 이상한 분위기가 돌았다. 그는 배에 힘을 주고 여차하면 한바탕 싸울 각오를 하며 걸음을 옮겼다. 한 명의 흑인이 그들의 가는 방향으로 걸어왔다. 흑인은 그들을 지나치더니 어디론가 향해 가버렸고 그들을 따라오지는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퐁네프다리를 벗어났다.
그들은 세느강변을 따라 걷기로 했다.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으나 곧 그들은 그냥 웃어넘기기로 했다. 세느강변을 따라 걷던 그의 머릿속에 노래가 한 곡 떠올랐다. 그는 그녀에게 그 노래를 불러주었다. 노래가 끝나자 그녀는 작은 소리의 박수를 쳐주었다. 그는 그녀에게 답가를 불러달라고 했다. 그는 그녀의 노래가 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렇게 계속 노래를 주고받으며 세느강변의 밤을 거닐었다. 파리의 밤하늘과 세느강의 잔잔한 흐름 속에 숨죽인 공기를 타고 한국에서 온 노랫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늦은 시간까지 저녁도 먹지 않고 돌아다니던 그들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일식집에 들러 약간의 회와 미소된장국, 그리고 흰쌀밥을 샀다. 슈퍼마켓에 들러서는 디저트로 포도쥬스와 약간의 빵을 샀다. 그들은 늦은 저녁을 숙소에서 흰쌀밥에 회를 올려 즉석 일식초밥을 만들어 먹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아침 일찍 파리 대사관으로 가서 잃어버린 여권을 대신할 ‘여행자 증명서’를 받아든 그들은 스위스 루체른 행 기차를 타기 전에 ‘몽마르뜨 언덕’을 올라가기로 했다. 숙소 바로 근처에 있었지만 어제 돌아오는 길에 너무 늦어 올라갈 수 없었던 그 곳. 많이 들어보기만 했던 몽마르뜨 언덕은 그 이름의 어감이 꽤 그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몽마르뜨 언덕은 그 이름의 어감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언덕을 올라가는 계단 곳곳에 햇볕을 받으며 앉아있는 사람들조차도 몽마르뜨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언덕위에 세워져있는 작고 아름다운 성당을 나오면서 그는 다음번엔 지금처럼 기차시간에 쫓기는 시간이 아닌 때에 몽마르뜨를 꼭 다시 방문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파리 리옹 역에 도착한 것은 점심때쯤이었다. 역 광장 공중전화 앞에서 그는 그녀에게 여기서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고 기차표를 끊으러 갔다. 그는 떼제베를 타고 싶었다. 그러나 파리에서 8시간가량을 가야하는 루체른으로 가는 기차는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매표원의 안내에 따라 바젤까지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바젤에 내려서 기차를 갈아타고 조금만 더 가면 루체른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기차표를 끊고 공중전화로 돌아왔을 때 그는 다시 그녀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는 애타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표를 끊으러 그녀와 같이 가지 않은 자신을 책망했다. 그는 그렇게 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든 역은 그리 안전한 장소는 아니지 않은가. 역을 한참 헤매고 나서야 불안해하고 있는 그녀를 만난 그는 저도 모르게 확 껴안을 뻔 했다. 그는 대신 두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감싸주었다.
바젤을 향해 가는 기차 안에서 그들은 여러 가지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으며, 내기 팔씨름을 했고, 피곤해지면 눈을 붙였다. 그러는 사이 기차는 시간보다 더 빨리 달려 어느새 스위스 바젤 역에 멈춰 섰다. 그가 기차에서 내려서 처음 느낀 스위스는 참 깨끗하고 착한 나라라는 느낌이었다.
바젤에서 약 한 시간 남짓 달린 기차로 그들이 도착한 루체른은 마치 동화 속 마을 같았다. 커다란 호수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듯한 마을은—루체른은 ‘도시’라고 하기보다는 ‘마을’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어울릴 듯 하다.—환상적인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그림이 되었다. 절경의 산 위에는 고성이 있었고, 거울 같은 호수 위에는 백조들과 청둥오리들이 거짓말처럼 태연하게 떠 있었다.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좁은 강을 가로지르는 목조 다리들과 강 가운데 서 있는 예쁜 탑. 그는 가장 마음에 드는 ‘도시’가 파리였다면, 가장 아름다운 ‘자연’은 루체른이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루체른은 인공으로 만들어진 마을이 아닌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보였다. 그들은 좁은 강을 따라 걸어가면서 계속해서 탄성을 질렀다. 루체른 지도 하나를 구해들고 루체른의 밤을 헤쳐 찾아낸 숙소에서 그들은 일행과 재회할 수 있었다.
다음날 그들은 기차를 타고 티틀리스 산으로 향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티틀리스 산이 보여준 것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들은 거기서 스키를 탔다. 스키를 처음 타보는 그녀가 자주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그 옆에는, 살아오면서 딱 두 번 스키를 타 본 그가 있었다. 그 역시 어설프고 서툴렀으나 그녀를 일으켜주며 함께 조심조심 아래로 내려오려 애썼다. 그는 그것이 더 즐거웠다.
시간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들뜸과 아쉬움을 마저 정리하지 못한 그들의 등을 밀어 내보냈다. 그들이 루체른의 숙소로 미처 돌아오기도 전에 스위스의 밤이 내리깔렸다. 스키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온 그들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앞 다투어 침대에 몸을 파묻었다. 그는 모두들 씻기 위해 분주한 틈을 타 그녀를 살짝 불렀다.
“나갈래?”
그는 씨익 한번 웃어보였다. 이 제안이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괜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게 스스로 느껴졌다. 그녀는 다행히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다른 사람들 모르게 살짝 나가자. 괜히 또 놀림 당할라.”
일행들은 계속해서 그 둘을 연결시켜 놀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그것이 꽤나 곤혹스럽고 부담스러운 일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일행들이 침대에 누웠을 무렵 그들은 조용히 숙소를 빠져나와 유럽에서의 마지막 밤을 산책하고 있었다. 작은 루체른의 밤은 너무나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까만 하늘에 촘촘히 박힌 많은 별들과 섬세한 고음을 내고 있는 물 흐르는 소리, 그리고 보름달. 그녀는 애든버러의 첫 모험에서 초생달을 보며 말했었다. 저 달이 보름달이 되면 돌아가야 되겠군요라고…… 그 말을 할 때 그녀의 목소리는 왠지 힘이 없게 들렸었다. 그녀는 그 말을 상기시키며 이제 진짜 보름달이 되었노라고 말했다. 그의 코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들은 옆에서 물레방아가 돌고 있는 루체른의 작은 강 난간에 기대어 섰다. 그는 말없이 호수에 비친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달은 여러 개의 작은 조각으로 흩어져 아주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말없이 꽤 오래 그렇게 서있던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은 부산에 살고 있지만 일 년 후에 완전히 서울로 올라올 생각이야. 그 때까지 널 보러 서울에 종종 오면 만나줄래?”
그 말의 정확한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쓰며 잠시 당황해하고 있는 그녀에게 곧이어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노라고 말해버렸다. 그녀에게 오래된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쯤은 그도 이미 알고 있는 터였다. 호수에 비친 달이 아까보다 조금 더 흔들렸다.
그녀는 두 가지 거절의 이유를 밝혔다. 첫째로 그녀는 여행을 와서 생긴 그런 감정은 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15일의 여행이 끝나고 그는 부산으로, 그녀는 성남으로, 그렇게 일상으로 되돌아가면 이 모든 환상은 끝이 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행의 특수성은 그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러나 그는 이미 스스로에게 수많은 의심과 질문을 던져보았다고 했다. 이것이 거짓의 도금이나 일시적인 감정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에게 말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반문했다.
“우리가 안지 이제 겨우 얼마나 되었다고 그러죠? 나에 대해 알아요?”
그 말은 그의 심장을 깊숙이 찔렀다. 그는 그녀를 완전히 ‘이해하고’ ‘알게’되는 것은 평생이 지나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녀를 ‘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두 번째 이유에 그는 답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두 번 다시 연애 따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녀에게 오래된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은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이 연애를 그만두고 싶어 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 너무 단정적으로 말했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곧 덧붙였다. 언젠가 다시 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지금은 정말로 쉬고 싶다고…
그는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파왔다. 그는 그녀에게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자신의 첫사랑과의 실연이후 두 번 다시 연애를 하고 싶지 않게 되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면서 그도 그녀의 지금 그 심정을 완전히는 아니지만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에게 물었다.
“그럼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는 주저없이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말하는 동안 폐에서 바람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나는 듯 했다.
“쉬어야지. 그게 맞아. 네가 원할 때 까지 쉬는 게 맞지.”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아련하게 중얼거렸다.
“역시 그렇죠? 나도 정말로 그러고 싶어요…”
그들은 루체른 호수 주변을 걸었다. 그도 진짜 ‘사랑’이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몇 번의 연애의 실패를 통해서야 비로소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혼자 있고 싶을 때 혼자 있어. 다시 사랑하고 싶을 때까지 자유롭게 살아. 그저 나는 네 옆에서 지켜보기만 할게. 네가 힘든 일이 있을 때 손을 내밀어 달라면 내밀어줄게. 그렇게 기다리다 네가 나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땐 너도 내 옆에 있어줄래?”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조심스럽게 말했다.
“기다리지 말아요. 그건 힘든 거예요.”
그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야. 걱정 마. 네가 날 싫어한다면 스토커처럼 붙어있지 않을게. 싫어하지 않는 한 계속 곁에 있어만 줄게. 괜찮겠지?”
그들은 손을 꼭 잡고 루체른 호수의 밤을 나란히 걸었다.
유럽을 출발했던 것처럼 돌아올 때도 일본항공을 타고 돌아왔기 때문에 그들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그가 우려했던 것처럼 다음날 그녀와의 관계가 그리 서먹하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본에서 그들은 출발 때와 프랑스에서 만났던 문학기행 B팀과 다시 조우했다. 그래서였는지 일본 호텔에서 문학기행 마지막 밤의 진한 술자리는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다. 덕분에 그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비행기 시간이 임박한 일행들이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서둘러 씻고 옷을 챙겨 입었다. 허둥지둥 짐을 싸던 그에게 호텔방의 전화기가 울렸다. 기다리던 일행들이 먼저 공항으로 출발한다는 전화였다. 그리고 곧이어 전화기가 울렸다. 그녀였다. 그녀는 아직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다른 일행의 말을 통해 정황을 종합해 본 결과, 그녀는 벌써 준비를 끝내고 나올 수 있었으나 일행이 그를 기다려주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방에서 나오지 않으면서 시간을 끌어주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그런 그녀가 고마웠다. 그러나 그녀의 그런 노력과는 무관하게 그와 그녀가 호텔 로비로 내려갔을 때 일행들은 이미 공항으로 출발 한 뒤였다. 그는 괜찮다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곧 공항버스가 왔고 그들은 버스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일본인 남자 하나가 그들의 옆자리에 앉은 것은 바로 그때였다.
일본인 남자는 그와 그녀가 나누는 대화를 들었는지 영어로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는 한국인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일본 남자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본 남자는 그가 자신의 조카와 너무 닮아서 그를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며 일본인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그래서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영어를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외국인을 만나서 대화하길 좋아하는 그는—사실 그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즐겨하는 종류의 인간으로 그것이 낯선 사람이든 외국인이든 개의치 않았다.—여전히 짧고 서투른 영어로 일본 남자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본 남자는 그와 그녀에게 신혼여행을 왔다가 가는 것인지를 물었다. 그가 그녀에게 일본남자의 이 말을 통역해 주었을 때 그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강하게 손을 내저었다. 일본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하기와라’라고 했다. 하기와라씨는 자신은 지금 미국으로 휴가를 떠나는 길이며 서울에 들러서 한국 친구와 함께 갈 것임을 말해주었고 그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유쾌하게 웃는 동안 어느새 버스는 공항에 도착해있었다. 그는 하기와라씨에게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고 하기와라씨도 그들에게 행운을 빌어주었다. 그들은 공항을 가득 메운 인파들 속으로 사라져갔다.
항공예약권을 가지고 티켓창구로 가서 비행기 좌석표를 받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표를 받아든 그들이 탑승수속을 거쳐 대기실로 들어갔을 때 그들은 일행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일행에게 늦은 것을 사과했고 오히려 일행은 그에게 너무 늦으면 비행기를 놓치게 될지 몰라 먼저 갈 수 밖에 없었다며 미안해했다.
일행들과 다른 시각에 표를 끊은 그와 그녀는 당연히 일행과는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게 되었다. 잠시 후 통로 가운데 부분, 세 자리 중 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던 그들은 나머지 한 자리에 와 앉는 하기와라씨를 보고 깜짝 놀랐다. 놀란 것은 하기와라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서로 휘둥그래진 눈은 곧 매우 유쾌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하기와라씨는 연신 ‘믿을 수 없어’를 외쳐댔다. 그와 그녀도 왠지 마법 같은 일이라며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하기와라씨는 종이를 꺼내더니 볼펜으로 ‘確率(확률) 1/1000’이라고 써서 보여주었다. 그는 소리내어 크게 웃었다. 그와 하기와라씨는 이 기이한 인연을 통해 의형제를 맺기로 했다. 하기와라씨는 그와 그녀의 관계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는 자신들이 ‘대산대학문학상’에 당선되어 유럽문학기행을 다녀왔으며 그녀는 소설에, 그는 시나리오에 당선되어 만난 사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 말에 하기와라씨는 눈을 크게 뜨며 조금 전에 ‘1/1000’이라고 쓰여진 종이를 다시 들고는 그 뒤에 ‘0’을 3개 더 붙였다. 하기와라씨는 나직이 그에게 그녀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나는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으나 아직 그녀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하기와라씨는 씨익 웃으며 ‘걱정마라. 내가 볼 때는 그녀도 너를 좋아하는 것 같다.’라며 ‘정말 잘 어울리니 힘내서 잘 해봐라.’라고 말해주었다. 그들의 속삭임을 옆에서 보던 그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그 전까지의 대화내용은 바로바로 그녀에게 다 통역해 주었으나 그 대화는 시치미를 뚝 떼고 입을 닫아버렸다. 그녀는 그가 그럴수록 더욱 궁금해 하며 통역을 독촉했으나 그와 하기와라씨는 그런 그녀를 더욱 재미있어하며 낄낄대며 웃기만 했다. 그러는 동안 비행기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펼쳐진 남해바다 상공을 날고 있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하기와라씨가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너 여자친구 있냐?”
그는 없다고 대답했다. 그 대답에 하기와라씨는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는지를 그에게 물었다. 그는 그냥 잘 모른다고 대답해버렸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하기와라씨는 씨익 웃으며 그의 손과 그녀의 손을 덥석 잡고 두 손을 포개어 주었다. 그는 그녀의 볼이 발갛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하기와라씨의 손이 제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그들은 손을 꼭 잡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녀가 살며시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녀는 처음으로 이 비행기가 영원히 착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쿄와 인천의 거리는 생각보다 더 짧았다.
비행기가 착륙함에 따라 하기와라씨와 이별을 하고 그와 그녀는 입국심사대를 거쳐 공항에 발을 디뎠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을 때 그는 일행에서 잠시 떨어진 곳으로 그녀를 불렀다. 그는 자신의 목걸이를 풀어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
“선물이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는 그녀의 볼을 두 손으로 감싸고 이마에 살포시 입을 맞춰주었다.
“꼭 다시 보러 올게.”
그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별의 시간이 옴에 따라 그녀는 성남으로 향해야 했고 그는 부산으로 가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하는 공항버스를 타야했다.
그와 그녀가 있었던 많은 장소들과 그 장소들에 찍혀있던 발자국들과 그들의 체취들과 모래위에 새겨놓았던 글자들과 그들이 내뱉어놓은 공기들과…… 모든 것들이 이미 다 사라졌을 테고 그들이 함께 있던 자리들은 비어있거나 또 다른 사람들이 서 있겠지만 그래도 그것들은 사진첩 속에 소중하게 꽂힌 사진들처럼 그들의 시간 속에 이미 선명하게 찍혀버렸다. 그와 그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무도 알 수 없다. 오직 신만이 알 뿐.
 

<특별한 감사>
여행 내내 우리를 인솔하느라 고생 많았던 유능한 가이드 성우형, 조용하지만 열정적이었던, 또한 미안했던 성현이, 그리고 은주…, 다른 팀이었지만 역시 수고하셨던 박현준 선생님, 상욱이, 인실이, 하연이, 그리고 대학생들에게 이런 여행의 기회를 제공해 준 대산문화재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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