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

대산문화 표지

아우의 인상화 印像画

아바나, 영혼은 탈탈 털리고 심장은 도취하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만남 '진흙과 풀꽃'

대한민국, 2018년 늦가을

특집을 기획하며 동아시아문학 공동의 집 시간과 우리 작가와 작품, 독자와 현실의 틈새에 서서 ①주요 발제문 다시 읽기➍ 작품교류-전통 ①주요 발제문 다시 읽기➎ 작품교류-차이 ①주요 발제문 다시 읽기➏ 작품교류-미래 ①주요 발제문 다시 읽기➐ 작품교류-독자 ②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 참관기 ③한중일 대표 공동 기자간담회

“어둠 속에서 둘이서,어둠 속에서 나홀로”

차이(差異)의 매혹

강릉 유가(儒家)의 군자

쓰지 않아도 된다

길 위에서

검박한 스승, 굴산사 당간지주

동아시아와 세계, 우주에 대한 새로운 성찰

의약분업의 효시

내 글의 스승, 가스통 바슐라르

속간 《문예중앙》, 2010년 가을 통권 제123호로부터

숲은 아름답고 깊지만 내겐 지켜야 할 약속이 있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네

①기차를 타고 밤 약속,월동준비 ②당분간 달콤,홀로그래피

①사람 사는 집 ②네가 웃어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잊히지 않는 일들

①최근 역사 영화의 한 경향에 대해 ②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③주인도 제목도 없는

①시대의 아픔 위에 놓인 애도의 문학 ②제26회 대산문학상 수상작리뷰

고민과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하기 위한 노력들

소설이 묻고, 영화가 답하다

인생 리셋을 위한 자기 계발의 과학

파라나 강물 위에는 그를 기리는 꽃잎이 흐른다

한국문학 번역, 어렵고 힘들지만 “계속해보겠습니다”

강 저편과 여기

기다림의 미학

대산세계문학총서149,150

대산창작기금, 한국문학 번역지원,외국문학 번역지원

대산문화재단 신창재 이사장 은관문화훈장 수훈 등

대산초대석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만남 '진흙과 풀꽃'

글 조강석 ㅣ 평론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계간 《대산문화》 편집자문위원, 1969년생 평론집 『이미지 모티폴로지』 『경험주의자의 시계』『아포리아의 별자리들』, 저서 『한국문학과 보편주의』『비화해적 가상의 두 양태』 등

도종환 ㅣ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인, 1954년생
시집 『흔들리며 피는 꽃』 『사월 바다』 『담쟁이』『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접시꽃 당신』,산문집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등


조강석 ●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입니다. 마침 오늘이 10월 의 마지막 수요일입니다. 문체부 장관이시지만 바빠서 정작 개인의 문화생활은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 독 서나 영화 감상 등 최근 장관께서 개인적으로 즐기신 문화생활에 대해 먼저 듣고 싶습니다.

도종환 _ 음……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2 차 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당한 영국 영토 건지섬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점령 직후의 건지섬 에서 사람들이 먹을 것과 가축들까지 다 뺏기고 비참하게 살다가 어느 날 몰래 키우던 돼지를 잡아서 파티를 엽니다. 이 파티에 우체국장이 감자껍질로 파이를 만들어서 가져온 거예요, 먹을 게 없으니까. 그렇게, 오랜만에 파티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독일군한테 붙잡혀요. 이때, 독일군 의 심문에 임기응변으로 답하면서, 북클럽 모임을 하고 오는 길인데 그 북클럽 이름이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이라고 둘러댑니다. 그 뒤로 진짜로 독서모임을 하기 시작하는데 여기에 줄리엣이라는 이름의 한 작가가 초대됩니다. 그 자신도 전쟁의 상흔을 지닌 줄리엣은 건지섬 사람들의 삶과 상처들을 들여다보면서 작가의 선택해야 할 삶과 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결론이 흥미롭습 니다. 다이아몬드를 끼워주는 사람을 선택하기보다 머리에 꽂혀있는 풀꽃 한 송이를 예쁘게 눈 여겨볼 줄 아는 사람을 선택해야겠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선택해야 할 것은 화려함이 아니라 따 뜻함의 연대다, 내가 가야 할 곳은 런던의 화려한 도심이 아니라,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있는 곳이다 하는 것이죠. 작가가 무엇을 써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여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조강석 ● 어떻게 보면, 삶이라는 게 거대한 서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미시적인 데에서 이루 어지는 거니까 작가의 삶이라는 것도, 큰 이야기를 크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삶의 구체성 속에 서 그걸 보고 증언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도종환 _ 상처가 있는 사람들 곁으로 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상처의 이면까지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작가가 할 일이라는 얘기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 안에 있는 상처까지도 치유 하는 것이 창작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될 수 있는데, 지난주부터 읽고 있는 책이 정신 과의사 정혜신 선생의 『당신이 옳다』라는 책입니다. 사람들은 전부 상처투성이입니다. 조금만 얘 기를 들어주면 다들 아프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약 처방만으로 치유가 되지 않 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 자격증 있는 사람들이 세상과 세상의 아픈 사람들을 치유해주지 못하 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겁니다. 도리어 그들 곁에 아픈 사람들이 와서 말을 들어주고 밥을 같 이 먹으면서 상처를 낫게 해준다는 말을 하고 있지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당신이 옳 다고 편들어주는 사람들이 진짜 치유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요새 이 책도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조강석 ● 문득 제가 좋아하는 네루다의 시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나를 꿰뚫고 내 슬픔의 광막한 배후 지를 꿰뚫은 것이 당신의 눈이었음을 나는 안다”라는 구절이 떠오르네요. 그런데 바쁘신 가운데 틈틈이 책도 읽으시고 또 영화도 보시고. 시간이 괜찮으신지요?(웃음)

도종환 _ 드라마도 봐야 해요. <미스터 선샤인>도 봐야 되고, 해외로 나갔을 때 누군가 ‘나 는 <도깨비>가 너무 좋았다’ 이러면 <도깨비>도 다시 봐야 되고요……. 또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하면 방탄 음악도 들어야 되고, 방탄소년단에 대해 쓴 책도 읽어야 되고요, 이런 저런 분야의 일에 대해 두루 관심을 가져야 되는 자리라서요.


 조강석 ● 네, 방탄, 아니 BTS……(웃음). 음악은 들어보셨나요? 제 딸이 참 좋아하는데 저만 해도…….

도종환 _ 그렇죠?(웃음) 젊은 친구들이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서 방탄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데 에는 보통 아이돌 그룹과 다른 점이 있어서인 것 같아요. 젊은이들이 방황하고 고민하는 걸 함께한 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거죠. 적자생존 사회 속에서 자꾸 밀려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갖는 심정을 잘 노래하잖아요. 그런데 미국과 유럽 젊은이들의 심정도 비슷하기 때문에 외국의 젊은이들이 우리 말로 된 노래 가사도 따라 부르는 거예요. 그리고 방탄소년단은 스스로 작사 작곡할 수 있는 뮤지션 들이에요. 자신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하는 능력이 있고요, 그리고 여러 사회 문제들에 대한 생각도 깊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젊은이들이 공감하는 언어로 표현되니까 거기에 공감이 되는 거죠.


조강석 ● 네,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40·50대 되는 외국 여성이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자신의 삶에 너무 많은 위로가 됐다고 울면서 말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노래를 통해 삶을 어루만져주는 능력이 있 는 친구들인 것 같습니다.

도종환 _ 어떤 사람들은 방탄이 벌어들인 돈에 관심이 있어요. 하지만 돈으로 환산하지 말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역량과 힘, 그리고 이들의 노래와 음악,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튼튼 한 저변, 이런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방탄소년단 노래를 듣다 가 한국어를 배우러 와요. 제가 지난주에 교황님 방문 때문에 대통령님과 같이 이탈리아를 방문했는데요, 로마의 라사피엔차대학에 한국어과 학생이 석박사까지 합해서 400명이에요. 또 베니스에 있는 한 대학은 한국어과 1학년 정원이 80명인데 응시자가 450명이래요. 이런 현상들은 5,000년 역 사에서 처음 겪는 현상이잖아요. 우리 드라마를 보고 우리 음악을 듣고 한글을 배워야겠다고 생각 하는 사람들이 느는 걸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것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더 확산시킬 수 있을지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조강석 ● 네, 한국문화를 배우러 오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개인적인 질문 한 가지 드 리겠습니다. 시인 혹은 문학인으로서 세상을 볼 때와 문화와 관련된 정책을 주관하는 부서의 장관으로서 세 상을 볼 때 어떤 관점의 차이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도종환 _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연민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거거든요. 풀잎 하 나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시인이잖아요. 정치도 제대로 된 정치는 연민의 눈으로 세상 을 바라보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보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 힘과 위안이 되는 시를 쓸 수 있으면 얼 마나 좋을까 하고 시를 쓰잖아요. 그런데 정치도 그렇고 행정도 그렇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고민은 같아요. 다만 차이가 있다 면, 글을 쓰는 경우에는 비판을 받더라도 이를 창조적 에너지로 전환하기도 하는데, 행정과 정치에 서는 비난을 받고 상처로 쌓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문학은 권력과 거리를 두려 하죠. 권력은 폐허 와 같은 거라고 말하는 게 문학이잖아요, 그것은 허상이고, 거기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이런 비 판이 문학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국회의원이든 장관이든 어떻게 보면 권력 그 자체잖아 요. 권력에 집착하면 안 되지만 권력을 어떻게 선하게 사용할 것인가, 어떻게 공정하게 사용할 것인 가, 이런 생각을 늘 하죠. 그리고 우리 스스로 따듯한 권력, 겸손한 권력, 선한 권력이 되어야 한다 고 생각하지만, 그건 우리 생각이고, 밖에서 볼 땐 늘 감시, 견제의 대상으로 보죠. 그래서 내 마음 은, 꽃이나 나뭇잎을 보는 마음은 똑같아도 밖에서 볼 때는 다르겠죠. 그래도 문학은 권력을 견제 하고 비판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 점들이 다른 것 같습니다.

조강석 ● 그러면, 그냥 시인으로만 있을 걸 하는 생각은 혹시 안 해보셨는지요?

도종환 _ 시인으로만 계속 사는 게 제일 좋지요. 2012년에 비례대표 제안을 받았을 때 문학계 원로들과 상의를 했어요. 의견은 반반이었지요. 문학도 오래 해야 하는 공부인데 다른 일을 하면 안 된다는 분도 계셨고, 문학예술계를 대표하는 의원이 한 명은 있어야 한다고, 가서 그 역할을 하고 돌아오라고 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그래서 그 역할이라는 것을 소명처럼 받아들이고 여기에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며 비례대표직을 받아들였던 거죠. 그런데 하다 보니 국정농단 사태와 같은 일이 터 진 겁니다. 그래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자고 하다가 여기에 온 것이죠.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저는 몰라요. 하지만 주어진 역할에 대해 책임을 다하고 오라는 말씀들이 있었기에 늘 염두에 두고 있어요. 시 쓰던 사람이 시나 쓰지 진흙탕에 들어가 있냐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국회 에 들어간 뒤에 낸 『사월 바다』(2016.09.)라는 시집의 저자의 말에서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우리 시 골집 작은 연못에 있는 수련에게 너는 왜 진흙에 들어가 있냐고 묻지 않는다는 거죠. 진흙이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삶의 조건이죠, 어떻게 보면 저만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진흙 속에, 있는 그대로의 현실 속에 있는 거죠. 그래서 진흙이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그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흙투성이가 되어서도 이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 다고 생각하는 거죠.

조강석 ● 네, 진흙의 비유가 무엇일지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럼 문화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 보겠습 니다. 좀 원론적이지만, 장관님의 문화에 대한 생각, 문화란 어떤 것인가, 또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또 그런 생각을 행정을 통해 실천하는 데에 있어 느끼시는 보람과 한계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 니다.

도종환 _ 문화가 무엇일까 개념을 정의하는 일은 제가 할 일은 아닌 것 같고요. 문화를 어떤 식 으로 바라보면서 문화 행정을 하려 하는가, 이건 중요하죠. 문화정책을 펼쳐나갈 때 어떤 것을 근본 으로 삼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저는 세 가지 기조를 생각해요. 첫 번째는 개인의 자율성입니다. 표현 의 자유를 포함해서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표현하고 창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개인의 자 율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공동체의 다양성이 존 중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다양성이 인정되고 존중되는, 그래서 그게 여성이든 청년이 든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든,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사는 사람들이든 그들의 삶의 방식이 인정되고 존 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세 번째는 사회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문화국가를 만들 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런 점들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문 화정책을 수립할 때 일단 이 세 가지 기조를 토대로 해서, 개인의 자율성, 공동체의 다양성, 사회의 창의성이 발현되고 구현되는 문화정책을 펼쳐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조강석 ● 앞선 정부에서 그런 것들이 충분히 발현될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 그런 문제들이 더 중요할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정책을 집행하다 보면 이런저런 현안들이 불거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예컨대, 의 원이시던 시절에 문학진흥법을 입안하였고 지금 그와 관련된 정책들이 실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문학하시는 분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국립한국문학관 설립과 관련된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장관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도종환 _ 국립한국문학관은 2014년부터 준비를 해왔어요. 한국 근대문학에 대한 총량조사를 실시했고 일본, 중국, 독일, 러시아, 대만 등에서 국립문학관을 어떻게 조성하고 운영하는지를 현장 에서 보고 왔습니다. 이를 통해, 문학 자료의 디지털화 방안, 각종 연구소와의 협업 방안, 확장성 있 는 장소 확보 등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얻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 가서 보니 나쓰메 소세키의 서재에 있는 모든 자료를 다 기증받아 가지고 있고 이를 모두 디지털화했어요. 서재에 있는 족자, 책, 필기도구까지 다 자료에 대한 설명이 디지털화되어 있어요. 작품은 물론이고요. 그렇게 되면 원 작 텍스트를 더 정확하고 풍부하게 읽을 수 있잖아요. 사실, 디지털 기술은 우리가 더 발달되어 있 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디지털화하는 일이 가능하고 또 중요하다고 생 각합니다. 그리고 문학 관련 세미나, 학술행사, 시 낭송, 콘서트 등 각종 문화행사와 창작의 공간까 지를 아울러서 언제든지 문학관에 오면 많은 문인과 행사를 접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문학 연구와 향수에 있어 거점이 되는 공간으로 국립문학관을 조성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강석 ● 많은 분들이 반가워할 소식이네요(웃음).

도종환 _ 그리고 이 시설이 국립시설이에요. 문학과 관련된 필요 인원이 국립시설에 지속적으 로 상주해야 하기 때문에 문화 인력 확보와 운용에 관련한 계획도 중요합니다.

조강석 ●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말씀을 드려볼까 합 니다. 국립문학관과 같은 시설을 통해 자료를 모으고 전시하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다 가까이서 문화를 접하게 할 수 있는 정책도 문체부의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런 방향에서 문 체부가 지금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도종환 _ 가까운 곳에 문학관뿐만 아니라 도서관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그 도서관 이 책을 보관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쉽게 자주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외국 의 최근 사례를 보니, 도서관과 체육시설, 문화시설을 겸하는 복합적인 생활문화시설들이 만들어지 고 있더라고요. 심지어는 행정서비스까지 하는, 말하자면 주민자치시설을 1층에 둔 그런 시설도 있 고, 또 어떤 곳은 종일 돌봄 시스템을 포함한 곳도 있었습니다. 이런 방향에서 새로운 개념의 도서 관을 조성할 생각입니다. 집 가까운 곳에 문화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생활밀착형 문화시설을 조성할 것입니다. 또 하나 역점을 두는 것은 전업 문화예술인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월 소득 100만 원 이하인 전업 예술인들이 72퍼센트라는 통계가 있어요. 예술인들의 생활 보장은 시급한 일입니다. 그래서 예술인들의 고용보험제도를 실시하고 실업급여 형태로 기본적인 생활이 유지될 수 있게 하는 고용보험제도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이 미 지난 7월에 이와 관련된 법이 의결되었습니다. 또한 창작 활동 지원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 출 및 융자를 해주고 수익이 날 때 이를 상환할 수 있는 복지금고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밖에 도 저소득, 차상위 계층에 제공하는 통합 문화복지 정책에도 1,000억 정도의 예산을 확보해서 저소득층이 문화에서 소외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런 정책들이 자리를 잡으 면 문화로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드는 데 나름의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강석 ● 제가 장관님 인터뷰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지난주에 한 젊은 시인이 동네에 있는 작은 문화 공간들과 연계해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들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문화라는 게 특별한 게 아니라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이라는 풍토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지금 말씀은 그 방향에서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이제, 앞으로의 전망과 관련하여 최근의 남북 화해 분위기에 따른 문 화교류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 차원에서의 문화교류에 대해 장관님의 생각과 계 획을 듣고 싶습니다.


 도종환 _ 최근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에서 각국의 참가자들이 북한의 참가에 대해 동 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다행스럽다 생각했어요. 한중일 문화 장관 회의나 체육부 장관 회 의 등에 북한 쪽 인사들도 참여하게 하자는 의견에 대해 일본 측에서 시기상조를 이유로 반대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인데요, 문학 쪽에서 교류와 관련된 적극적인 얘기가 나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 라는 것이 잘 풀리는 듯하다가도 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면 또 경직되 는 상황으로 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 어요. 그 난국들을 극복해나가는 것 중 하나가 문화 체육 교류에요. 평창 동계올림픽의 예가 있지요. 문화·체 육계가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32년에 올림픽을 공동 개최하자는 제의도 남북 정상이 발표한 바 있지요. IOC에서 지난주에 서한이 왔어요. 2032년에 어떻게 공동으로 개최할 것인지를 스위스 로잔에 있는 IOC본부에 와서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또, 축구선수인 리오넬 메시가 소속된 FC바르셀로나가 내년 7월에 남북 단일 축구대표팀과 경기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남북이 함께 하는 대열에 동참하겠다고 합니 다. 작년 10월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보면 많은 것이 변했고 이 모든 것이 불가역적 평화체제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우리말 큰사전 편찬을 위한 공동 작업, 역사 유적 공동 발굴 사업 등을 계획 중입니다.

조강석 ●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니 창의적인 교류 방법들이 있을 수 있겠군요. 특히 메시 얘기는 깜짝 놀랐습니다(웃음).

도종환 _ 이건 아직 신문에 나지 않은 얘기입니다(웃음).

조강석 ● 여러 말씀을 들었는데, 특히 강조하실 정책 방향이 더 있으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도종환 _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지원과 더불어 창의 적인 일자리들을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문화에 국민들이 많은 애정과 관 심을 기울이게 하는 긍정적인 이슈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문학 쪽에서 지난 2~3년 동안 표절 문제, 친일문학상 문제, 미투 문제 등이 불거졌습니다. 우선은 더 많이 반성하 고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받은 소식과 같이 포지티브한 이슈들도 많이 생기고 우리의 젊은 예술가들이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일들도 많아졌으면 합니다. 각종 영화제에서의 수상이나 방탄소년단 사례를 보면 우리의 예술인들이 세계적인 예 술적 역량을 가지고 있잖아요. 문학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러한 충분한 역량을 문학인 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예산 지원만으로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예술 인들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잘 조화되어서 좋은 소식들이 많아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강석 ● 네, 끝으로 《대산문화》를 읽는 독자들께 한 말씀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도종환 _ 아름다운 사람은 자기 안에 아름다운 가을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대산문화》 를 만드시는 분들, 보시는 분들, 관계된 분들 모두 자기 안에 아름다운 가을을 지니시길 바라 고, 특히 문화로 아름다운 가을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