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을 기획하며 동아시아문학 공동의 집 시간과 우리 작가와 작품, 독자와 현실의 틈새에 서서 ①주요 발제문 다시 읽기➍ 작품교류-전통 ①주요 발제문 다시 읽기➎ 작품교류-차이 ①주요 발제문 다시 읽기➏ 작품교류-미래 ①주요 발제문 다시 읽기➐ 작품교류-독자 ②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 참관기 ③한중일 대표 공동 기자간담회
속간 《문예중앙》, 2010년 가을 통권 제123호로부터
숲은 아름답고 깊지만 내겐 지켜야 할 약속이 있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네
①기차를 타고 밤 약속,월동준비 ②당분간 달콤,홀로그래피
①최근 역사 영화의 한 경향에 대해 ②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③주인도 제목도 없는
기획특집
냉전시대의 세계 종말 이미지는 핵전쟁에 의한 파국과 그 후의 세계를 상상함으로써 형성되었다. 방 사능으로 오염된 폐허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통속적으로 정착한 것은 <매드맥스>나 그와 비슷한 내용인 <북두의 권(일본에서 제작한 만화이자 애니메이션 영화-역주)>에서 볼 수 있는 약육강식의 무 법지대 이미지였다.
현재는 핵전쟁에 추가해서, 화석연료의 과잉소비에 의한 지구온난화나 팬데믹, 미증유의 대지진이 나 대규모의 쓰나미, 원자력발전소 사고 등 ‘대(大)파국’을 초래하는 요인이 증가했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인명구조나 피난생활, 도시 인프라의 부흥에는 상상력이 미친다. 누구나 전시하의 궁핍한 생활 이나 경제봉쇄 하에서, 혹은 지진이나 대규모의 정전을 통해서, 100년, 200년 전의 생활로 되돌아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그런 ‘소(小)파국’에는 익숙해 있다. 하지만 ‘대파국’은 말 그대로 인류와 문명의 멸망이므로, 그 이후의 일을 생각해도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대파국’ 후에 살아남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죄악감이나 의무감에서, 혹은 언제까지 고 석기시대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잃어버린 문명의 보존 혹은 부활을 시도할지도 모 른다. 그것은 고도의 분업을 당연시해 온 현대인에게는 커다란 시련이 된다. 산업혁명의 과정을 충실하 게 다시 더듬어가는 것에 가깝다. 처음에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 남은 식료품, 생활필수품을 찾아다니는 도시지역에서의 수렵채집 생활로 꾸려가겠지만, 그 후에는 물, 식료품, 연료, 정보 등의 조달에 애를 먹게 된다. 강물의 여과나 연료용 땔감 찾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윽고 농업을 시작해야만 하고, 그에 따라서 여러 가지 도구, 부품, 기계를 직접 만들고, 노동효율을 높이고 싶어진다. 그 경우에는 연 료나 전력도 손에 넣고 싶어지고, 다른 생존자와의 접촉을 시도하기 위해 이동이나 수송, 통신을 위한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생기며, 병에 걸리면 약이 필요해진다. 반드시 전력을 복구해야 한다면 강의 흐 름을 이용한 소규모 수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이 현실적일 것이다. 요즘의 수렵이나 농업, 가내수공업 으로의 회귀 경향은 단순한 복고 취미에 그치지 않고, 소비문명의 쇠퇴 후에 찾아오는 위기의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가 된다. 물론 문명의 재건은 제로에서부터 시작할 수는 없다. 과거의 기술이나 예 지를 축적하는 도서관이나 박물관은 재건의 출발점이 된다.
인터넷이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대파국 후에는 도서관이 문명 재건의 노하우가 축적된 정보센 터가 된다. 공원이나 공터는 식료품 생산에 활용되고, 분뇨 구덩이가 부활하며, 누구나 먹고살기 위한 노동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도시 지역에 머무르는 것 자체가 생존에 불리해지므로, 각지로 분산시켜 소 집단의 공동체를 형성해 분업 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생존에 가장 적합한 라이프스타일이 된다.
근미래에 있어서는 인공지능이 인류 존망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한다. 산업계에서는 용도를 특화시 킨 개발과 투자가 활발하며, 도덕적인 규제에 묶이고 싶지 않아 범용형 인공지능에 의한 인류도태라고 하는 디스토피아적 발상을 SF적인 전형(典型)으로 선을 긋고 싶은 듯하다. 그러나 원래 인간의 발명품 인 ‘전지전능한 신’은 인류를 가혹하면서도 불합리한 운명에 빠뜨려왔다. 인류가 만든 신에 의해 파멸 된다고 한다면 그것은 인류의 자업자득이라고 바꾸어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런 신은 픽션에 불과하며 신이란 곧 자연이라고 하는 스피노자의 정의에 따른다면, 실제로 인간을 파멸시키려고 한 것은 ‘자연’ 이었던 셈이 된다. 말 그대로 천재에 의해 멸망한다는 의미와, 수많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연 의 변화라고밖에 할 수 없는 사정에 의해 멸망한다고 하는 이중의 의미가 거기에는 있다. 과학은 그렇 게 애매모호하고 실증 불가능한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과학적이고자 하는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따라 서 멸망에 관한 문제는 문학에서 다룰 수밖에 없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일극지배체제가 되었을 때, 마지막 전쟁에 승리한 자가 세계의 패권자가 된다 고 하는 헤겔식 역사관에 근거한 천년왕국적인 발상이 유행했다. 현재의 미국은 군사력에 의한 일극지 배를 포기하고, AI의 개발 전쟁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삼게 되었다.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AI의 개발 경쟁을 마지막 전쟁으로 받아들인다면, 특이점의 도래를 역사의 종언으로 보는 오만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AI는 무엇보다도 돈벌이에 탁월하다. 가장 손쉽게 돈벌이를 하는 금융업계에서도 현재 주식투자나 외국환거래는 전부 컴퓨터를 사용해 고속, 고빈도 매매를 반복함으로써 이익을 축적하고 있지만, 그 효율이 더욱 향상되면 세계의 부를 독점하기가 용이해진다. 실제로 홍콩의 금융회사에서는 이미 사장을 AI가 맡고 있다고 한다. 그런 흐름으로 간다면, 이제 정치도 AI에게 맡기게 될 것이다.
잘못만 저지르는 정치가가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고, 게다가 유권자의 우민화가 진행되었으니 그것을 용인한 셈이 되었다. 민주주의가 독재자의 등장과, 전제주의의 부활, 전쟁의 수행에 의해 와해되는 것 은 역사가 증명한다. 정치를 사람에게 맡기는 한, 동일한 과오를 반복하게 되므로 가장 합리적인 정치 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AI를 신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적어도 AI는 역사의 빅데이터를 종합적으 로 인식하므로 동일한 과오를 피할 수는 있을 것이다. 국가 간 분쟁의 이성적인 해결에도 국가예산의 이상적 배분에도, 입법이나 법 개정의 타당성 검증에도, 정책 모순의 개선에도, 공평하고 합리적인 결 론에 최단 시간에 도달할 것이다. 물론 AI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출구는 생각해둘 것이다. AI에게 정치를 맡기면 실제로 신권정치가 부활하게 되어 ‘최선도 최악도 아닌’(윈스턴 처칠) 민주주의는 불필요해진다. 왜냐하면 신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게 노예가 되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아도 그리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노예만큼 속 편한 신분은 없지만, 그런 동물은 멸망하는 편이 낫 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적지 않을 게 틀림없다.
인공지능은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서 구축한 문명을 고작 몇 년 사이에 파괴하는 것도, 재건하는 것 도 가능할 것이다. 지구환경은 약 20억 년에 걸쳐서 미생물이 만들어온 것인데, 보다 이상적인 형태로 지구를 개조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촉진시켜 줄 미생물을 합성하고 배양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지 구온난화 대책으로 이산화탄소를 소비하는 박테리아를 배양하거나, 방사선에 대해 내성을 가진 완보 동물의 유전자를 인간에게 유용하거나 할지도 모른다. 야생동물이 살기 좋은 풍토를 인간이 마련해 주듯이, 인공지능이 지구를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되돌려주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인류의 교육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의 뇌에 마이크로칩을 심어 전 기나 자기를 통하게 해서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의식에 직접 접촉해, 그 잠재능력을 높이거나 개개인의 기억을 샘플링하거나 한다.
인류의 문명은 차츰 과거의 유물이 되고, 대신에 인공지능의 문명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간다. 식 료품을 생산하기도 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기도 하고, 도시의 인프라를 관리하기도 하고, 지구환 경을 보존하거나 개선하기도 하고, 에너지 개발이나 발전(發電)을 이루기도 하고, 지구 밖의 생명체와 의 접촉을 시도하기도 하는 인공지능이 있어 그것들은 그야말로 그리스 신화의 신들처럼 자연계나 인 간계의 모든 것을 관장한다.
그런데 아무 할 일이 없어진 인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애써 선택지를 좁히자면, 인공지능의 애완동물로서 사육당하거나, 야생화되어서 멧돼지나 들개나 야생 고양이처럼 살아가거나 할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생산 활동으로부터는 해방되지만, 따분하기 짝 이 없다. 후자의 경우는 자급자족의 힘겨운 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놀며 사는 것 에 익숙해 있는 호모 루덴스, 수작업이나 장인 기질을 선호하는 슬로라이프 실천자는 이제까지와 같은 삶을 이어가면 된다. 인공지능이 나치스의 민족정화처럼 도태에 명확한 목적을 갖거나 하지 않으면, 그들이 네안데르탈인처럼 멸망하는 것은 아주 머나먼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어떤 초기조건을 설정하고, 인공지능이 그것을 착실히 답습하는 경우에는 인류의 멸망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는 인류의 멸망은 자업자득이 되는 셈이지만, 인공지능들끼리 그런 위험을 서로 견제하도록 하면 그것도 피할 수 있다. 역시 유일절대신적인 인공지능은 인류의 멸망도 불사할 정도로 엄격하므로 고대 그리스나 고대 로마, 일본의 신토와 같은 다신교적 세계관에 근거한 인공지능을 개발해 다양성을 확보 해야 한다. 사람에게도 변태나 경박한 사람이나 완고한 사람이 있듯이, 각각의 문화나 전통을 반영한 다종다양한 인공지능이 ‘적절히’ 다양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
번역 : 김옥희
①주요 발제문 다시 읽기➎ 작품교류-차이
글 시마다 마사히코 ㅣ 소설가, 호세이대학 국제문화학부 교수. 1961년 도쿄 출생. 도쿄외국어대학 러시아어학과 졸업. 대학 재학 중이던 1983년, 「優しいサヨクのための嬉遊曲(부드러운 좌익을 위한 희유곡)」으로 등단한 뒤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문제작들을 발표하며 일본 문단을 주도해오고 있다. 소설뿐 아니라 직접 쓴 희곡과 오페라를 연출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 『忘れられた帝国(잊혀진 제국)』 『自由死刑(자유사형)』 『内乱の予感(내란의 예감)』 『彗星の住人(혜성에 사는 사람들)』, 수필 『漱石を書く(소세키를 쓰다)』 『感情教育(감정교육)』등이 있다. 노마문예신인상, 이즈미쿄카상, 이토세이문학상,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상 등을 수상하였다.
이대로 저물어가도 되는 걸까,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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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핵전쟁에 추가해서, 화석연료의 과잉소비에 의한 지구온난화나 팬데믹, 미증유의 대지진이 나 대규모의 쓰나미, 원자력발전소 사고 등 ‘대(大)파국’을 초래하는 요인이 증가했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인명구조나 피난생활, 도시 인프라의 부흥에는 상상력이 미친다. 누구나 전시하의 궁핍한 생활 이나 경제봉쇄 하에서, 혹은 지진이나 대규모의 정전을 통해서, 100년, 200년 전의 생활로 되돌아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그런 ‘소(小)파국’에는 익숙해 있다. 하지만 ‘대파국’은 말 그대로 인류와 문명의 멸망이므로, 그 이후의 일을 생각해도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대파국’ 후에 살아남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죄악감이나 의무감에서, 혹은 언제까지 고 석기시대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잃어버린 문명의 보존 혹은 부활을 시도할지도 모 른다. 그것은 고도의 분업을 당연시해 온 현대인에게는 커다란 시련이 된다. 산업혁명의 과정을 충실하 게 다시 더듬어가는 것에 가깝다. 처음에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 남은 식료품, 생활필수품을 찾아다니는 도시지역에서의 수렵채집 생활로 꾸려가겠지만, 그 후에는 물, 식료품, 연료, 정보 등의 조달에 애를 먹게 된다. 강물의 여과나 연료용 땔감 찾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윽고 농업을 시작해야만 하고, 그에 따라서 여러 가지 도구, 부품, 기계를 직접 만들고, 노동효율을 높이고 싶어진다. 그 경우에는 연 료나 전력도 손에 넣고 싶어지고, 다른 생존자와의 접촉을 시도하기 위해 이동이나 수송, 통신을 위한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생기며, 병에 걸리면 약이 필요해진다. 반드시 전력을 복구해야 한다면 강의 흐 름을 이용한 소규모 수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이 현실적일 것이다. 요즘의 수렵이나 농업, 가내수공업 으로의 회귀 경향은 단순한 복고 취미에 그치지 않고, 소비문명의 쇠퇴 후에 찾아오는 위기의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가 된다. 물론 문명의 재건은 제로에서부터 시작할 수는 없다. 과거의 기술이나 예 지를 축적하는 도서관이나 박물관은 재건의 출발점이 된다.
인터넷이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대파국 후에는 도서관이 문명 재건의 노하우가 축적된 정보센 터가 된다. 공원이나 공터는 식료품 생산에 활용되고, 분뇨 구덩이가 부활하며, 누구나 먹고살기 위한 노동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도시 지역에 머무르는 것 자체가 생존에 불리해지므로, 각지로 분산시켜 소 집단의 공동체를 형성해 분업 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생존에 가장 적합한 라이프스타일이 된다.
근미래에 있어서는 인공지능이 인류 존망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한다. 산업계에서는 용도를 특화시 킨 개발과 투자가 활발하며, 도덕적인 규제에 묶이고 싶지 않아 범용형 인공지능에 의한 인류도태라고 하는 디스토피아적 발상을 SF적인 전형(典型)으로 선을 긋고 싶은 듯하다. 그러나 원래 인간의 발명품 인 ‘전지전능한 신’은 인류를 가혹하면서도 불합리한 운명에 빠뜨려왔다. 인류가 만든 신에 의해 파멸 된다고 한다면 그것은 인류의 자업자득이라고 바꾸어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런 신은 픽션에 불과하며 신이란 곧 자연이라고 하는 스피노자의 정의에 따른다면, 실제로 인간을 파멸시키려고 한 것은 ‘자연’ 이었던 셈이 된다. 말 그대로 천재에 의해 멸망한다는 의미와, 수많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연 의 변화라고밖에 할 수 없는 사정에 의해 멸망한다고 하는 이중의 의미가 거기에는 있다. 과학은 그렇 게 애매모호하고 실증 불가능한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과학적이고자 하는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따라 서 멸망에 관한 문제는 문학에서 다룰 수밖에 없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일극지배체제가 되었을 때, 마지막 전쟁에 승리한 자가 세계의 패권자가 된다 고 하는 헤겔식 역사관에 근거한 천년왕국적인 발상이 유행했다. 현재의 미국은 군사력에 의한 일극지 배를 포기하고, AI의 개발 전쟁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삼게 되었다.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AI의 개발 경쟁을 마지막 전쟁으로 받아들인다면, 특이점의 도래를 역사의 종언으로 보는 오만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AI는 무엇보다도 돈벌이에 탁월하다. 가장 손쉽게 돈벌이를 하는 금융업계에서도 현재 주식투자나 외국환거래는 전부 컴퓨터를 사용해 고속, 고빈도 매매를 반복함으로써 이익을 축적하고 있지만, 그 효율이 더욱 향상되면 세계의 부를 독점하기가 용이해진다. 실제로 홍콩의 금융회사에서는 이미 사장을 AI가 맡고 있다고 한다. 그런 흐름으로 간다면, 이제 정치도 AI에게 맡기게 될 것이다.
잘못만 저지르는 정치가가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고, 게다가 유권자의 우민화가 진행되었으니 그것을 용인한 셈이 되었다. 민주주의가 독재자의 등장과, 전제주의의 부활, 전쟁의 수행에 의해 와해되는 것 은 역사가 증명한다. 정치를 사람에게 맡기는 한, 동일한 과오를 반복하게 되므로 가장 합리적인 정치 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AI를 신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적어도 AI는 역사의 빅데이터를 종합적으 로 인식하므로 동일한 과오를 피할 수는 있을 것이다. 국가 간 분쟁의 이성적인 해결에도 국가예산의 이상적 배분에도, 입법이나 법 개정의 타당성 검증에도, 정책 모순의 개선에도, 공평하고 합리적인 결 론에 최단 시간에 도달할 것이다. 물론 AI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출구는 생각해둘 것이다. AI에게 정치를 맡기면 실제로 신권정치가 부활하게 되어 ‘최선도 최악도 아닌’(윈스턴 처칠) 민주주의는 불필요해진다. 왜냐하면 신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게 노예가 되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아도 그리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노예만큼 속 편한 신분은 없지만, 그런 동물은 멸망하는 편이 낫 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적지 않을 게 틀림없다.
인공지능은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서 구축한 문명을 고작 몇 년 사이에 파괴하는 것도, 재건하는 것 도 가능할 것이다. 지구환경은 약 20억 년에 걸쳐서 미생물이 만들어온 것인데, 보다 이상적인 형태로 지구를 개조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촉진시켜 줄 미생물을 합성하고 배양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지 구온난화 대책으로 이산화탄소를 소비하는 박테리아를 배양하거나, 방사선에 대해 내성을 가진 완보 동물의 유전자를 인간에게 유용하거나 할지도 모른다. 야생동물이 살기 좋은 풍토를 인간이 마련해 주듯이, 인공지능이 지구를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되돌려주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인류의 교육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의 뇌에 마이크로칩을 심어 전 기나 자기를 통하게 해서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의식에 직접 접촉해, 그 잠재능력을 높이거나 개개인의 기억을 샘플링하거나 한다.
인류의 문명은 차츰 과거의 유물이 되고, 대신에 인공지능의 문명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간다. 식 료품을 생산하기도 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기도 하고, 도시의 인프라를 관리하기도 하고, 지구환 경을 보존하거나 개선하기도 하고, 에너지 개발이나 발전(發電)을 이루기도 하고, 지구 밖의 생명체와 의 접촉을 시도하기도 하는 인공지능이 있어 그것들은 그야말로 그리스 신화의 신들처럼 자연계나 인 간계의 모든 것을 관장한다.
그런데 아무 할 일이 없어진 인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애써 선택지를 좁히자면, 인공지능의 애완동물로서 사육당하거나, 야생화되어서 멧돼지나 들개나 야생 고양이처럼 살아가거나 할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생산 활동으로부터는 해방되지만, 따분하기 짝 이 없다. 후자의 경우는 자급자족의 힘겨운 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놀며 사는 것 에 익숙해 있는 호모 루덴스, 수작업이나 장인 기질을 선호하는 슬로라이프 실천자는 이제까지와 같은 삶을 이어가면 된다. 인공지능이 나치스의 민족정화처럼 도태에 명확한 목적을 갖거나 하지 않으면, 그들이 네안데르탈인처럼 멸망하는 것은 아주 머나먼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어떤 초기조건을 설정하고, 인공지능이 그것을 착실히 답습하는 경우에는 인류의 멸망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는 인류의 멸망은 자업자득이 되는 셈이지만, 인공지능들끼리 그런 위험을 서로 견제하도록 하면 그것도 피할 수 있다. 역시 유일절대신적인 인공지능은 인류의 멸망도 불사할 정도로 엄격하므로 고대 그리스나 고대 로마, 일본의 신토와 같은 다신교적 세계관에 근거한 인공지능을 개발해 다양성을 확보 해야 한다. 사람에게도 변태나 경박한 사람이나 완고한 사람이 있듯이, 각각의 문화나 전통을 반영한 다종다양한 인공지능이 ‘적절히’ 다양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
번역 : 김옥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