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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NEVER FAILS
작성자 김연덕
날짜 19.07.01 조회 5404


LOVE NEVER FAILS

 

 

나는 전혀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지만, 런던에서 머무는 내내 새벽같이 일어나곤 했다. 첫 공기를 마시며 가만히 테라스에 앉아 푸르게 잠긴 도시를 바라보곤 했다. 기묘하게 솟은 나뭇가지와 굳건한 흰 건물들, 물과 빛과 어둠이 뒤섞인 잔디. 울타리. 조용한 그림자. 성 같기도 꿈 같기도 폐허 같기도 한 이곳에 아침이 조금씩 찾아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뻑뻑한 문고리를 들어올리며 추워 발을 모았다. 그렇게 벽돌이, 계단이, 나무가, 도로와 철제 울타리가 순서대로 선명해지는 것을 느끼면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 그리고 내가 간절히 원할 때 끄고 켤 수 있는 스위치를 하나 갖게 된 것 같았고, 그것이 생각보다 손에 꽉 쥐어졌고, 나를 메마르게 하고 두렵게 하던 많은 일들을 잊을 수 있었다. 따뜻했고 그리웠다. 맨발로 테라스에 나가 무언가 기다렸듯, 무언가 흘려보냈듯 작은 스위치들을 기록해둔다.

 

우리는 긴 초 사이로 서로의 얼굴을 건너다보며 저녁을 먹었다.

우리는 누군가 낮달을 발견하면 고개를 젖혔고

우리는 집집마다 다르게 달린 문고리와 문패를 들여다봤다.

우리는 이층버스를 타고 계단을 올랐다 다시 내려왔다.

우리는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좋다고 했다.

우리는 커다란 박물관 입구에서 첫 농담을 나누었고

차갑고 조용한 그리스 두상들 사이를 걸었다.

나는 로마의 음악(Roman music)을 로맨스 음악(Romance music)으로 잘못 읽었다.

나는 조각상과 조각상 앞의 사람들을 그렸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시대를 한 발 늦게 걷다가

가끔 앉았다.

우리는 들어가도 들어가도 끝이 없는 미술관에서 서로에게 다가가 장난쳤다.

우리는 빗물에 젖은 사자상을 보았다.

우리는 보라색 교복과 하늘색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보았다.

몇몇 아이들이 이쪽을 쳐다보기도 했다.

나는 탄성을 지었다.

우리는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았다.

우리는 계란과 무순만 들어간 단순한 샌드위치를 먹었다.

나는 숙소에서 지하철역까지의 방향을 계속 헷갈려했다.

나는 붉은 전화박스 안에 한 번 들어가보고 싶었다.

나는 다운트 북스 이층에서 야한 시집을 발견했다.

나는 마켓에서 하트 모양 귀걸이를 샀다.

나에게 그것을 판 사람이 “발렌타인데이에 하고 다녀” 말했다.

그 말을 우리 중 몇 사람에게 전해주었다.

우리는 도자기나 커피나 유리를 싸기 위해 시내에서 신문을 몇부씩 챙겼다.

우리는 피카딜리 라인을 자주 탔다.

우리는 때때로 한국의 날씨를 확인했다.

우리는 아직 피지 않은 수선화를 파로 오해했다.

우리는 따뜻한 스콘을 반으로 갈랐다.

우리는 걷는 속도가 다 달랐다.

우리는 먹는 속도도 다 달랐다.

우리는 손이 길고 아름다운 작가를 만났다.

우리는 오래된 극장에 들어가 천국을 뜻한다는 푸른 천장을 올려다봤다.

우리는 경청했다.

우리는 식재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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