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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시나리오)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07.02.15|조회 : 8542

교보생명과 함께하는 제5회 대산대학문학상 시나리오 수상작

* 시, 소설, 희곡, 평론은 <창작과비평> 봄호에 수록되었습니다 *


상처에 바르는 사랑



조 영 수





사연 있는 사람들이 만나 가족이 되기로 한다. 평범한 가족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상한 가족도 아니다. 상처가 있어서, 보듬어 줄 사람이 필요할 뿐이다. 외로워서 밥을 먹고, 아파서 함께 하기로 한다. 상처가 있는 사람 눈에는 상처 받은 사람이 보인다. 그래서 함께 밥이나 같이 먹기로 한다. 크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마음으로 다독이며 함께 숟가락을 들어주면 그 뿐. 그래서 상처 받은 사람은 치료해 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환자가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당연하듯, 자연스럽고 당연하게_









































시놉시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오히려 평범한 연진(19)과 성아(21) 에게도 남 모르는 상처가 있다. 연진은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미혼모(도희)의 아들에, 유일한 식구인 엄마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성아의 상처는 부모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 건, 자식에게는 엄청난 폭력이라고 믿는 성아. 늘 도망가려는 엄마와 늘 붙잡으려는 아빠 사이에서 상처는 쌓여만 간다.

성아의 21번 째 생일 날, 성아의 아빠 병수는 성아가 나이에 맞지 않게 좋아하는 곰 인형을 사가지고 귀가한다. 즐거운 날이지만 생일 상 앞에서도 아빠 병수와 엄마 연희는 멀찍이 떨어져 앉아 성아만 바라본다. 둘이 대화를 나누거나 시선을 맞추는 일 같은 건 없다.

연희는 가장 친한 친구인 도희와 함께 할 때는 늘 밝은 표정이다. 오랜 시간 단장을 하고 집을 나서는 연희의 뒤를 밟는 성아. 성아는 연주회장 앞에서 도희와 만나는 연희를 보고 안심한다. 엄마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주회 장 앞에서 우연히 만난 연진. 성아에게 왜 남의 엄마를 훔쳐보고 있느냐고 묻고, 성아는 저기 우리 엄마도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연진과 성아는 처음 만나게 된다.

집에 돌아온 성아는 라면을 먹고 있는 병수를 보자 속이 상한다. 친구와 만나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있을 연희를 생각하면 엄마가 밉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 시간, 도희는 결혼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희를 달래주고 있다.

연진은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에는 요리 학원에 간다. 아줌마들이 연진의 곁에 몰려와 어린 남학생이 왜 요리학원에 다니느냐고 호기심을 보이면 연진은 결혼하면 마누라에게 돈 벌어오라고 하고 자신은 살림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진은 도희와 둘이 살면서 도희가 해 준 따뜻한 밥을 거의 먹지 못 했다. 그래서 연진은 요리를 배우고, 식사 준비는 항상 연진이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 연희는 쪽지 한 장을 성아에게 남기고 사라진다. 성아는 다시금 상처를 받게 된다. 병수는 또 다시 연희를 찾기 위해 나서고, 친구인 도희도 집을 떠나고도 자신에게 오지 않은 연희를 백방으로 찾기 시작한다. 성아는 병원에서 온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병원으로 간다. 그 곳에서 도희를 만나게 된다. 연희의 죽음을 확인하는 성아. 도희는 병수가 중환자실에 있다고 말한다.

꿈. 늘 꾸는 성아의 꿈은 누군가와 도망치는 연희의 모습, 그들을 쫓아 달리는 병수의 모습이다. 꿈에서 깨어난 성아. 방 안을 둘러 보니 낯선 방이다. 밖으로 나가자 죽을 끓이고 있는 연진의 모습이 보인다. 연진은 성아의 앞에 죽을 놓아준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려는 성아에게, “상처 받은 성인은 성인이 아니지.” 라고 말한다. 성아는 차마 먹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성아를 위로해 주는 연진. 도희는 성아의 집을 처분해서 병원비를 대고, 성아의 대학 등록금도 내야 한다며 성아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내가 니네 집에 정말로 있어도 될까? 아주 잠시만.”

“니네 집이 아니라 우리 집이야.”

연진은 별 말 없이 묵묵히 성아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이 세 사람의 동거가 시작된다. 그리고 도희를 사랑하는 경비원 지훈은 이런 세 사람을 늘 지켜봐 준다.

고통과 외로움 속에 그냥 도희의 집에서 지내면서 겨우 회복해 가는 성아 지만, 여전히 기운이 없고 고통스러운 모습이다. 자신이 차려 준 밥상 앞에서 축 쳐진 모습으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연진은 불쑥 성아에게 청혼을 한다.

“아무래도 너 밥 먹는 걸 보아하니, 우리 결혼해야겠다! 너 평생 내가 한 밥 먹지 않을래?” 놀라는 도희와 성아. 성아는 연진을 보며 자신을 앞으로 여자를 사랑할 거라고 말한다.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로 인해 너무 큰 상처를 받아서 남자를 사랑할 자신이 없다고...



3년 후, 연진과 성아는 친구 같은, 남매 같은, 연인 같은 부부가 되어 있다. 사랑해서 한 결혼이라기 보다는, 서로를 치유하기 위한 결혼이다. 그저 함께 밥이나 먹으며 위로하며 살기 위함이다.

연진은 원하던 대로 식품 영양 학과에 다니게 되었다. 성아는 자신이 꿈꾸던 유치원 선생님의 꿈을 버리고, 경호원이 되고 싶어 한다. 이에 경호학과를 목표로 공부를 시작한다. 태권도나 유도 등의 무술을 배우고 수능 준비에 전념한다. 성아의 꿈을 위해 도희와 연진은 함께 노력하며 뒷바라지를 해 준다. 한창 대학 생활을 즐길 시기에, 연진은 성아를 위해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함께 밥을 먹어 준다. 이것은 성아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음식을 만들어 잠들어 있는 병수의 병실에 나르기도 한다. 당장 먹을 수는 없지만, 연진은 언젠가 병수가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때를 대비하여 상하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 간다. 성아는 병수를 자신의 아버지처럼 좋아하는 연진이 고맙다.

성아는 결혼과는 별개로 여자를 사랑하고자 한다. 그리고 스스로 동성애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만큼 자신의 엄마가 사랑했던 남자, 아빠 말고 다른 남자를 사랑했던 엄마를 증오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마음 먹은 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연진과 성아는 서로 의지하며 서로를 지탱해 주며 살아 간다. 연진은 성아가 만나는 여자들을 보면서 질투를 하고, 길에서 맞는 여자를 구해준다고 나섰다가 싸움에 휘말려 경찰서 까지 가게 된 성아를 보며 경호원이 꼭 되고 싶으냐고 묻기도 한다. 성아는 연진의 보살핌이 고맙지만 미안하다. 사랑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려운 감정들을 가지고, 늘 그렇게 함께 밥을 먹고 서로를 찾고 상처를 보듬어 주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천천히 사랑임을 느끼면서, 배워가면서, 깨달아 가면서...그 와중에도 도희가 성아에게 연희가 묻힌 곳에 가자고 하면, 성아는 고개를 저을 뿐이다.

세 사람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사람은 도희의 아파트 동의 경비원 지훈이다. 도희, 연진, 성아는 각자 힘들거나, 고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지훈을 찾는다.

“빨리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공중곡예 하는 기분이랄까. 하루하루가 불안불안해요.”

그럴 때마다 지훈은 따뜻하게 이들을 감싸준다. 그는 늘 추운 겨울에도 맨손으로 도희의 차를 깨끗하게 닦아주는 남자다. 이 세 사람들 모두에게 아버지 같은 사람.

성아는 무사히 시험을 치른다. 도희와 연진의 응원 속에, 또 연진의 절절한 기도 속에, 아버지의 조용한 바람 속에서... 성아는 연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여태까지 뒤에서 밀어준 연진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중학생 때, 나 시원하게 똥을 누고 휴지를 뜯을라고 하는데 없는 거야, 휴지가. 그래서 빨리 결혼해야겠다고 결심했어. 지금은 휴지가 없어도 걱정 안 해. 한마디 만 하면 되잖아. 성아야!”

평화로운 하루 하루가 흘러가던 어느 날, 병원에서 전화가 온다. 그나마 살아 있던 병수가 죽게 되고 성아는 또 한 번 큰 상처를 받게 된다. 밥을 먹을 수 없고, 웃을 수도 없어진 성아. 연진은 정성을 다해 성아를 보살펴 준다. 이제 혼자가 아니라 둘이 된 성아는 예전보다 잘 버텨 낸다. 연진을 위해 밥을 먹으려고 애쓰고, 밝아지려고 애쓴다.

집 안 청소를 시작하는 성아, 처음으로 도희의 방에 들어가 본다. 기분 좋게 도희의 방을 꼼꼼히 청소하던 성아, 장롱 위를 닦다가 우연히 상자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호기심에 상자를 열어 보는 성아. 상자 속에는 도희와 연희의 옛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이나 편지가 들어 있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보던 성아의 표정이 갑자기 구겨진다. 사진 속에서 진지하게 입을 맞추고 있는 도희와 연희. 성아는 급히 일기장을 들춰 본다..



내가 홧김에 남자를 만나자, 연희는 홧김에 결혼을 했다.

우리는 둘 다 홧김에 인생을 망쳐 버리고 말았다.

서로의 미래를 약속했던 우린, 각자의 미래를 만들어 버리게 되었다

......



때마침 방으로 들어온 도희, 상자를 열어본 성아의 모습에 놀란다. 도희는 성아의 발을 붙잡고 연진이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애원한다.

“그럴 거에요. 어머님한테는 어쩔 수 없는 아들이지만, 저한테는 하늘 같은 남편이에요.”

가방을 싸서 집을 나오는 성아, 편지 한 통을 지훈에게 건네고 삼 일 후에 연진에게 전해 달라고 말한다. 성아는 여관에 방을 잡고 며칠 동안 앓는다. 성아가 떠난 것을 알게 된 연진은 크게 충격을 받는다. 연진은 성아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지만, 어디에서도 성아를 찾을 수 없어 절망한다. 삼 일 후, 지훈에게 편지를 건네 받은 연진은 도희를 찾아가 성아가 떠난 연유를 묻는다. 사연을 알게 된 연진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방에 누워만 있게 된다.

회복할 수 없이 큰 상처를 받은 성아는 겨우 몸을 추스르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한 태권도 장에서 유치부 가르치는 일을 맡기로 한다. 성아는 집을 나와서 여지 껏 거의 밥을 먹지 못했다. 무언가를 먹으려고 할 때마다 연진이 떠올라, 먹을 수 없다. 물로 밥알을 삼켜보기도 하지만 다시 다 게워내게 된다. 연진 역시 밥을 먹지 못한다. 또 요리를 하지도 않는다. 함께 밥을 먹은 횟수가 너무 많았던 연진과 성아는 각자 밥을 먹을 수 없게 된다. 도희네 집 부엌은 고요하고 쓸쓸해진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연진은 겨우 일어나 학교에 간다. 절친한 친구 현기와 헤어져 걷던 중, 교문 앞에서 풀썩 쓰러지고 마는 연진. 같은 시각, 성아도 유치부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쓰러진다.

응급실, 성아는 친구 경미의 간호를 받으며 누워 있다. 경미에게 자신의 속 얘기를 털어 놓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있는 커튼이 확 젖혀지며 누워 있는 연진의 모습이 보인다. 성아와 연진은 마주 보고 누워서 웃는다. 그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도희와 지훈. 그들의 모습이 보이고, 병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행복한 얼굴로 봄나물을 무치고 있는 연진, 가족들을 부르자 살짝 배가 부른 성아가 나오고, 도희가 나온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지훈이 나온다. 해 맑게 웃으며 서로의 의자를 빼주는 가족들. 식탁 옆 벽에는 연희와 병수 부부의 사진이 액자에 끼워져 걸려있다.

 



우리는 그냥 가족이 되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함께 밥을 먹고 싶기 때문입니다.



























연진 이야기 - 사람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정이 들고 밥을 먹으면서 이해하고, 가끔은 밥을 함께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밥이란 그런 것 이다. 하지만 엄마와는 밥을 함께 먹은 적은 거의 없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이해하고 정을 나누기에 많은 장애를 안고 있는 사이다. 내가 태어나므로 해서 엄마는 사랑했던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만 했다.

날개가 부러져 바닥에 나뒹구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어느 날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집에 날아 들었다. 순간 나는 이 새를 살려내서 힘차게 짹짹거리게 만들어 주겠다는 인생의 목표를 세웠다. 밥을 먹여 주어야지. 그리고 질렀다. 결혼하자고. 그 새는 별 생각 없이 승낙했다. 우리는 별 생각 없이 결혼을 했다. 우리가 결혼을 한 이유는 하나였다. 그냥, 같이 밥을 먹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 작은 새의 상처를 치료해주기 위해 밥을 주고 말을 걸고 웃겨 주고 재워 주고 안아 주었다. 별 다른 치료법이 없는 나에게는 해 줄 것이 그 것뿐 이었다. 그러면서 내 자신 스스로, 또 그 새도 나처럼 나를 치유해 주고 있었다. 어느덧, 맨 살에 깃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작은 새가 어느 날,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상처투성이의 몸 때문에 날지도 못하면서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 새를 찾아야 한다. 그 새의 상처는 나 만이 고칠 수 있다. “니 상처에는 내 사랑을 발라야 낫는다고, 이 바보야.” 뒤늦게 깨달았다. 우리가 서로 상처를 받을 때마다 붙여 주던 반창고가 사랑이었다는 것을...



성아 이야기 - 노력했다. 이 십 년간, 단 하나 만을 위해 노려하며 살아왔다. 나는 우리 부모가 단 한 번 만이라도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다. 하지만 엄마는 다른 누군가를 사랑했고 아빠는 한 순간도 엄마를 포기하지 않았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 건 자식에 대한 폭력이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엄마를 떠나 보냈고 아빠마저 떠나 보내고 말았다. 나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상처투성이가 된 나는 따뜻하고 편안한 둥지 하나를 발견했다. 그 안에서 짹짹대는 다른 새 한 마리가 내 상처를 보듬어 주려고 다가 왔다. 이 둥지는 내 둥지가 아니지만, 난 이 곳에 머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새는 나에게 부부가 되자고 했다. 사랑해서 결혼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하나 보다는 둘이, 덜 아프고 덜 슬프고 덜 외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랑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화려한 척 하는 사랑보다 무뚝뚝한 우정보다 나는 천천히 치료할 수 있는 일상의 추억을 선택했다. 그리고 함께 밥을 먹었다.

죽을 만큼 괴롭고, 슬픈 일이 생겨 상처를 입을 때 마다 그 새는 달려와 상처 입은 자신의 몸으로 나를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그러면 어느 새 상처가 치유되어 있곤 했다. 하지만 난 결국 이기적이게도 내 상처만을 잊기 위해 그 새를 떠나, 그 둥지를 떠나 떠돌이 새가 되었다. 그 뒤로는 상처가 생겨도 도무지 치유가 되지 않았다. 내 상처는 그 새만이 고쳐줄 수 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니 상처는 외면하고 내 상처만 아파했던 날 용서해.” 뒤늦게 깨달았다. 내 상처가 치유되고 있는 것이 그 애와 먹었던 밥 때문이라는 걸...



















등장인물



윤 성아 (21세 -> 23세)



유아교육과 학생. 긴 머리의 청순한 학생이었으나 계속 되는 상처로 머리를 싹뚝 자르고 경호원이 되기 위해 다시 입시를 준비하게 된다. 원래는 밝은 성격이었으나 - 밝은 성격 이려고 노력했으나 - 부모를 잃고 난 후부터, 점점 내성적이고 조용해진다. 가무잡잡한 피부.



최 연진 (19 세- >21세)



고등학생에서 식품영양학과 대학생이 된다. 엉뚱하고 생각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속 깊고 배려심 많은 남자다. 국보급 유부남. 성아를 아끼고 챙겨주는 솜씨는 여느 중년의 팔불출보다 탁월하다. 애써 상처를 모르는 척 하기 위해 살다 보니 애교도 많아지고 귀여운 성격이 되어버렸다. 키가 키고 늘씬한 체형. 새하얀 피부.



윤 병수 (46 세 - > 48세)



무역회사 중역. 평생 다른 곳을 보는 아내를 지켜내느라 무진 애를 쓰며 살아온 남자. 결국은 완전히 떠난 아내를 붙잡으려다 함께 사고를 당하고 식물인간이 된다. 3년을 그 상태로 살지만 결국 죽게 된다.



김 연희 (44세 사망)



도희의 배신으로 중매를 통해 만난 병수와 홧김에 결혼해 버린다. 가정 주부.

평생 도희를 잊지 못해 가족들을 괴롭힌다. 하지만 성아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심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소녀 같은 모습.



편 도희 (44세 - > 46세)



인생에 대한 회의로 한 남자를 만나, 아기를 낳게 된다. 미혼모로 아들을 키워낸다.

사랑하는 연희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평생을 혼자 산다.

후에는, 편한 친구를 가장해 만났지만 역시 평생 연희를 잊지 못한다.

화려한 외모. 꾸미기를 좋아한다. 작은 까페 사장.



모 지훈 (48 세 - > 50 세 )

경비원. 모든 이의 상처를 품으려는 사람. 도희를 사랑하고 있다. 도피처 같은 존재.

#1. 성아 집 부엌 (정오)



햇살이 테이블 위를 가득 차지하고 있다.

그 위에 하얀 밀가루, 밀가루 반죽, 계란, 쿠키 틀 등.

이것저것 알록달록 예쁜 색깔의 식기들.

성아(21)와 연희(44)의 웃음 소리가 집 안을 메운다.

(인상적인 성아의 새까만 긴 생머리)

성아는 테이블 의자에 쪼그려 앉아 있고 연희는 서 있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 나오고 있다.

같은 티셔츠를 입은 성아와 연희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밀가루로 장난을 치는 모녀. 얼굴에 밀가루가 살짝 묻어 있는 성아.

정성스럽게 쿠키 틀로 밀가루 반죽을 찍어 낸다.

눈사람 모양, 별 모양, 하트 모양 등.



연희 곰 노래 불러 줘.

성아 (입을 삐죽) 곰 노래 라니. 제목 까먹었어?

배신! 배신! 이 윤성아가 재롱 잔치에서 일 등 먹은 명곡인데.



성아, 옆 의자에 앉아 있는 커다란 하얀 곰을 쥐어 박으며 못살게 군다.

심술 부리는 성아를 보며 웃는 연희.



연희 (미소) 뭐였지?

성아 맨 입으로?

연희 청바지 사 줄게.



성아,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일어나 두 손을 모으고 몸을 앞 뒤로 흔들며 노래를 한다.



성아 동그란 눈에 까만 작은 코 하얀 털 옷을 입은 예쁜 아기 곰 언제나

너를 바라보면서 작은 소망 얘기하지 너의 곁에 있으면 나는 행복해

어떤 비밀이라도 말할 수 있어 까만 작은 코에 입을 맞추면 수줍어

얼굴을 붉히는 예쁜 아기 곰~~

연희 (박수) 으아~ 내 딸 정말 너무너무 귀엽다.

성아 (앉으며) 이보셔요, 아줌마.

아줌마 딸 세상 빛 본지, 이십 하고도 일 년이 더 지났다구.

-1-

동요를 부르라고 시키기에는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머리가 너무 컸다고 생각하지 않으셩?

연희 (생긋) 까불지마. 나한테 넌 평생 여섯 살이야.

성아 엄마는 내가 그렇게 좋아?

연희 니가 날 좋아하는 게 좋아.

성아 누가 엄마 좋아한대? 왕비 병. 메롱.



성아, 개구지게 웃으며 바지를 탁탁 털고 방으로 들어 간다.

연희는 웃으며 마저 쿠키를 오븐에 넣는다.

예쁜 쿡킹 장갑과 안 익은 쿠키들 모양이 앙증맞다.

잠시 후, 성아의 방문이 살짝 열리며 황토색 중간 크기의 곰 인형이 등장.



성아 목소리 (곰 인형 뒤에 숨어 - 곰 인형만 보인다)

엄마야, 제목은 예쁜 아기 곰~



곰 인형의 배에는 반창고가 십자로 붙어 있다.

곰 인형의 배에서부터 커지는 타이틀...



타이틀 인. 상처에 바르는 사랑



#2. 선물 가게 (저녁)



예쁜 물품이 가득한 아담한 선물 가게.

주인 (40대 젊어 보이는 여성) 은 혼자 앉아 손 뜨개질을 하고 있다.

잠시 후, 딸랑 하는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병수(46)가 들어 온다.

주인, 하던 것을 의자에 두고 일어나 웃으며 병수를 맞는다.



주인 (절망스러운 듯) 오늘도 오고야 말았군. 오고야 말았어.

혹시나 했는데. 으으으으.

병수 (멋쩍게 웃으며) 기억 하고 있었어?

주인 하나 밖에 없는 외동딸, 도로 애기로 만들려고 그래?

벌써 나이가 몇 살이야?

병수 (검지 치켜 세우며) 이번에 하나.



-2-

병수, 멋 쩍은 듯 뒷머리를 긁으며 웃는다.



주인 그래서, 오늘도 저거?



주인이 가리키는 곳에 예쁜 곰 인형이 가득하다.

병수, 고개를 끄덕인다. 주인은 곰 인형을 끌어 내린다.



주인 생일 날도 곰, 입학할 때도 곰, 졸업할 때도 곰, 여자 된 날도 곰...

니네 가족 우리 집 물건 떼어다가 곰 인형 가게 하려고 그래?

병수 아빠, 엄마 늙어서 하늘 나라 가면 자기를 지켜줄 유일한 거래.

곰 인형이.

주인 어유, 애다 애야.

병수 우리 딸이 좀 귀엽지.



주인, 피식 한 번 웃는다.



주인 그래서 오늘은 무슨 색? 이제는 고를 색도 없을 걸?



병수, 곰 인형 쪽을 주욱 둘러 본다.

분홍색 곰이 눈에 띈다. 환하게 웃는 병수.



#3. 성아 집 (저녁)



초인종 소리. 성아, 방에서 달려 나와 인터폰을 확인한다.

인터폰 화면 가득, 분홍색 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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