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 대지의 문법과 시적 상상
평론가 겸 교수로 시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홍용희가 펴낸 세 번째 평론집이 출간되었다. 고도 정보사회의 운용원리가 인류의 삶과 영혼을 압도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시적 상상을 통해 원초적인 자연의 운행원리를 표상하는 ‘대지의 문법’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시단의 중심부에 나선 신진문인들의 이색적인 목소리와 기존 시단 경향에 새로움을 접목해 출구를 찾고자 하는 ‘오래된 새로움’에 대한 단상이 주목된다. 유연한 태도와 섬세한 분석력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2004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희곡 | 인류 최초의 키스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극작가 중 한 명인 고연옥의 첫 희곡집이다. 작가는 청송감호소에서 풀려나려고 몇 달 동안 똥을 먹으며 정신나간 체하는 인물을 그리기도 하고(「인류 최초의 키스」), 자신의 장례비 100만원을 준비해 놓고 살던 한 노인이 그 돈을 욕심내는 이웃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세태비판적인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웃어라 무덤아」). 작가는 주로 어둡고 은밀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회성 짙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뽑힌 「인류 최초의 키스」, 2004년 문화예술위의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한 「웃어라 무덤아」, 서울연극제 대상, 희곡상, 연출상 등을 수상한 「발자국 안에서」 등 작가의 대표작 7편이 수록돼 있다. 어둡고 폭력적인 소재를 경쾌하고 희극적으로 풀어냈다는 평을 받으며 2003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소설 | 당신들의 천국(前 한국문학 번역지원사업 지원) Euer Paradies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은 지난 2003년 100쇄를 돌파했을 정도로 한국 현대소설계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소설은 소록도 나환자촌을 ‘당신들의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병원장 조백헌과 나환자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인간사회는 천국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역자인 김형식 동의대 교수는 60~70년대 한국사회의 총체에 대한 거대한 메타포인 이 작품의 의미를 독일어권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에 많은 고심을 했으며(특히 작품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명분”과 “배반”의 역어 선택이 그러했다고 한다) 역자 자신부터 작품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소록도의 역사에 대해 철저한 고증을 했다고 밝혔다. 이 소설은 그 비중에 걸맞게 그간 주요 서구어로 번역, 출간돼 현지 독자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어 이번 출간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영어권과 스페인어권에서는 재단의 번역지원을 받아 『Your Paradise』(제니퍼 리 譯, 미국 Green Integer 刊), 『Paraíso Cercado』(고혜선 譯, 스페인 Trotta 刊)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며 불어권에서는 최윤․파트릭 모뤼스의 번역으로 Actes Sud에서 선보인 바 있다(『Ce Paradis Qui Est le Vôtre』). 이번 독일어판 출간으로 한국문학 소개가 가장 활발한 독일어권 독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기대된다.
소설 | 남한산성
그해 겨울, 47일 동안 성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칼의 노래>, <현의 노래>의 작가 김훈이 3년 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 병자호란 당시, 길이 끊겨 남한산성에 갇힌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벌어진 주전파와 주화파의 다툼, 그리고 꺼져가는 조국의 운명 앞에서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이 소설의 씨줄과 날줄을 이루어, 치욕스런 역사를 보여준다. 1636년 병자년 겨울. 청의 대군은 압록강을 건너 서울로 진격해 오고, 조선 조정은 길이 끊겨 남한산성으로 들 수밖에 없었다. 소설은 1636년 12월 14일부터 1637년 1월 30일까지 47일 동안 고립무원의 성에서 벌어진 말과 말의 싸움, 삶과 죽음의 등치에 관한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낱낱의 기록을 담았다. 쓰러진 왕조의 들판에도 대의는 꽃처럼 피어날 것이라며 결사항쟁을 고집한 척화파 김상헌, 역적이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삶의 영원성이 더 가치있다고 주장한 주화파 최명길, 그 둘 사이에서 번민을 거듭하며 결단을 미루는 임금 인조. 그리고 전시총사령관인 영의정 김류의 복심을 숨긴 좌고우면, 산성의 방어를 책임진 수어사 이시백의 기상은 남한산성의 아수라를 한층 비극적으로 형상화한다. ▶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죽어서도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소설은 작가 특유의 냉혹하고 뜨거운 말로 치욕스런 역사의 한장면을 보여준다. 또한, 지도층의 치열한 논쟁과 민초들의 핍진한 삶을, 연민을 배제한 객관적 시각으로 돌아보고 있다.
아동문학 | 해님이 보는 그림책
이 책은 어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아이들만의 천진난만한 이야기이자 동시의 세계이다. 어린이와 자연, 어린이와 어린이, 어린이와 사회의 관계를 동심의 눈으로 바라 본 따뜻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길가에 핀 이름 없는 꽃 한 송이, 돌멩이 하나에 숨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어 마음의 대화를 나누는 듯한 작가의 감수성이 돋보인다. 무심코 지나치는 작고 평범한 것들에 대한 애정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진정성 있는 모티브와 간결한 시어 구사를 통해 남다른 시공감각을 끌어냈다는 평을 받으며 2005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소설 | 장난감도시(前 한국문학 번역지원사업 지원) Toy City
자의식을 예리하게 그리는 작가 이동하의 연작장편 『장난감 도시』의 영역판 『Toy City』(미국 고려출판 刊)를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장난감도시』를 출간한 고려출판은 미국 미네소타에 있는 동양 서적 전문 출판사 영&영이 한국 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이다. 작가의 자전적 체험이 가미된 『장난감 도시』는 초등학교 4학년 주인공 가족이 고향에서 도시의 판자집 동네로 이주해 살면서 겪게 되는 1년간의 궁핍한 생활을 그린 작품으로 6․25 전쟁의 특수상황에서 가난과 폐허에 직면한 난민들이 겪는 치열한 생존의 고투를 다룬 이동하의 대표작이다.
고전 | 춘향전(前 한국문학 번역지원사업 지원) La canción de Chun-hiang
한국 고전소설의 백미 ‘춘향전’이 스페인어로 번역 출간됐다. 전북대 인문대 스페인·중남미어문학과 최낙원교수는 완판 ‘열녀춘향수절가’를 5년여의 작업 끝에 ‘라 칸시온 데 춘향(춘향가)’이라는 제목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의 베르붐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이 학과 객원교수를 지냈던 스페인의 에스테르 토레스 시몬 씨와 공동 번역했다. 최 교수는 춘향전 완판본과 주해를 붙인 ‘대교 춘향전’을 주 텍스트로 삼았다. 그는 춘향전을 스페인과 중남미 국가 등 20여 개국 4억 명이 사용하는 스페인어로 번역함으로써 우리 문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됐다며 스페인어권 국가에서 한국어 강의 교재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 | 화개(前 한국문학 번역지원사업 지원) Florecimiento
김지하의 작품은 독자들은 대개 짐작할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갈등으로 점철된 80년대의 시나 서정성이 풍부했던 시대의 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동시에 이 시집은 그런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고집이나 강박관념 없이, 이 시집의 시들은 삶과 존재, 그리고 우주의 고요하지만 깊이 울려 퍼지는 메아리를 부드럽게 전달한다. 이 작품은 제10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이다.
연구 | 한국고전문학사(前 해외한국문학 연구지원사업 지원) HA KЛACИЧECKATA KOPEЙCKA ЛИTEPATYPA
불가리아에서 최초로 출판된 한국의 고전문학사. 불가리아 소피아 부총장 겸 한국학과장을 맡고 있는 알렉산더 페도토프 교수는 재단의 지원을 받아 2년의 연구 작업을 마무리하고 『한국고전문학사』 출판을 완성하였다. 그동안 한국문학작품 위주로 번역 출판이 주로 이루어졌던 불가리아에 본격적으로 한국문학사를 체계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데 큰 의의가 있다.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전통 신앙에서 불교를 거쳐 유교로 이어지는 우리 민족의 사상적 배경을 연구하고, 한문과 한글로 된 장르별 우리 문학 작품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집필하였다. 향가에서 시작하여 경기체가, 가요, 별곡, 가사, 판소리, 시조, 소설에 이르기까지 우리 고전 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방대한 자료를 수록한 점이 돋보이며, 시대별로 주요 문학 작품을 번역하여 함께 수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