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나는 맛있다
현대적인 삶의 경험을 동물이나 사물, 자연 등의 감각이나 정서로 변형시켜 드러내는 데에서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는 심사평을 받으며 2007년 수혜작으로 선정된 박장호의 시 「코시코스의 우편마차」 외 58편이 실려 있다. 「말라이카」등 다수의 작품을 보면, 시어의 의미 자체에 중심을 두기 보다는 동어반복을 통해 기존의 언어 관습을 해체하면서 묘한 시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주하려는 일상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그려낸 박장호의 첫 시집으로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시 | 우리는 매일매일
첫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문학과지성사, 2003)을 내놓고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하는 새로운 감각의 발견, 피 흘리는 고단한 현실과 예술가와 철학자의 밤과 별들로 가득한 초현실을 오가며 신열을 앓는 언어의 파문 등으로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시인이 5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시집이다. 총 49편의 시를 3부로 나누어 싣고 있는 이 시집 역시, 깊이 앓고 오랜 시간 사유하고서야 비로소 얻어지는, 우리의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치고 가는 낯선 은유들로 가득하다. 그 은유들은 지극히 단정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치열한 의식과 환하게 빛나는 시어의 간극, 차가움과 달콤함의 이율배반적 공존에서 재조합된 진은영 특유의 청신한 시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소설 | 그린핑거
이 시대 각각 다른 주인공 남녀의 만남과 사랑과 이별을 담아낸 「내게 아주 특별한 연인」 연작소설 5편과 단편소설 「그린 핑거」「전망좋은 집」이 실려있다. 『루이뷔똥』『타잔』에 이어 세 번째로 펴낸 이번 소설집은 감정이 실리지 않은 건조하고 속도감 있는 문체로 사랑이나 헌신이라는 외피의 안쪽에서 들끓는 또 다른 욕망을 날카롭게 드러낸 작품이라고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 연애소설이라고 하기 보다는 여성의 자의식에 관한 소설이라고 밝히는 작가의 말처럼 연애라는 일상의 소재를 작가만의 독자적인 시선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착상의 기발함과 재미있는 전개가 돋보이며 다양한 주제를 잘 내면화하여 시적 긴장을 살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2008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번역 | 나무들 비탈에 서다 Los árboles en la cuesta
올해 번역부문 심사에는 지난 4년간 출간된 총 33권의 스페인어권 번역 작품이 후보로 추천되었다. 이 가운데 1차 심사에서 『식물들의 사생활』(이승우作/조갑동, 베르나르디노 에르난도 共譯), 『진술』(하일지作/이혜경, 호세 카탈란 共譯), 『소라단 가는 길』(윤흥길作/윤선미, 이강국 共譯), 『나무들 비탈에 서다』(황순원作/고혜선, 프란시스코 카란사 共譯), 『우리의 옛 노래』(임기중 편저/고혜선, 프란시스코 카란사 共譯) 등 다섯 편의 작품을 최종 심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2차와 3차 독화를 거치며 원문과의 충실성 및 스페인어권 지역의 수용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여 『식물들의 사생활』은 번역이 매끄러우며, 작중인물들의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를 식물성과 야수성에 빗대어 리듬감 있게 전개되는 원작의 구성을 무난하게 소화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나무들 비탈에 서다』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의 실존적 의미와 구원의 의미를 처절하게 되물으며 소멸되는 인물들의 굴곡진 모습을 스페인어로 생동감 있게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실존이라는 보편적 물음을 통해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수 잇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된 고혜선과 프란시스코 카란사 번역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가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시 | 사팔뜨기
풍경을 정물화처럼 그리는 솜씨와 이로부터 나오는 암시성이 크게 다가오는 양선주의 시 「자물쇠」외 63편과 산문 1편이 실려 있다. 2006년 대산창작기금 심사에서 언어에 대한 긴장감, 장식하지 않으려는 의지, 감정에 대한 절제의 극치가 눈에 띈다는 평을 받은 시인답게 「골목」「아파트입구」 등의 일상적 소재를 세밀하고 압축적인 시어로 잘 그려내고 있다. 몸의 전부가 날개로 이루어진 나비를 '날개'로 부를 수 있듯이 막역한 호명이 아닌 ‘시인’으로 불리고 싶다는 그의 작품 활동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2006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동아시아문학포럼 | 근대와 나의 문학
한중 문인들이 '근대와 나의 문학'이라는 주제로 모여 발표한 글을 엮은 책.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붉은 수수밭』의 모옌을 비롯하여 장종, 쑤팅, 차오원쉬엔, 진런순 등 중국 작가 11명, 그리고 한국 시문학의 거대한 산맥 고은을 비롯한 김광규, 김원일, 정호승, 신경숙, 은희경 등 12명의 한국 작가들이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문학의 길을 걸어오면서 가졌던 문제의식과 해결책의 모색, 여러 문화 현상에 대한 단상, 현재의 화두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인문적 가치를 나눔으로써 평화와 공존을 꾀하고 이 지역의 평화와 안녕을 모색하고 21세기 세계 전반의 진로에 지혜를 보태기 위해 한중 문학 포럼을 열었다. 국경을 초월한 문학 교류를 통해 동양적 전통과 서양적 현대가 충돌하는 삶의 현장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탄생시킨 작품들의 뿌리를 캘 수 있도록 했다.
시 | 당신의 첫
김혜순의 아홉 번째 시집『당신의 첫』. 시인은 80년대 이후 한국 시에서 미학적 동력의 역할을 해오며, 한국 여성시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혀왔다. 특히 이번 시집에 실린 「모래 여자」는 한 여자의 미라를 통해 여성의 삶을 되짚은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제6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당문학상 최초의 여성 수상자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모래 여자」에서 깨끗한 상태로 모래 속에서 들어 올려진 여자는, 오히려 여자를 보호하기 위한 외부의 폭력으로 인해 신체가 훼손된다. 표제작 「첫」에서 '나'는 "당신의 첫"을 질투한다. '첫'은 실체를 알 수 없고, 불잡을 수 없고, 소유할 수 없다. '첫'은 언제나 그 자리로부터 도주하고, 그래서 영원히 만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첫'은 '끝'과 같다. 이 시집에서는 무한히 확장되어가는 자아, 혹은 자아의 몸 이미지가 세계로 퍼져나간다. 그런가 하면 그 반대로 세계는 한 사람, 하나의 몸으로 수렴되기도 한다. 이것은 시인의 상상이 애초에 나와 타자, 나와 사물, 나와 세계의 구분 없이 출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혜순의 시에서 죽음과 탄생은 맞물리며, 처음과 끝은 흔적도 없이 서로의 역할을 바꾼다.
소설 | 나가사키 파파
스물한 살, 나를 충동한 것은 결국 방황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라고 믿어온 '정 군'을 찾기 위해 바다를 건너와 나가사키의 음식점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는 스물한 살의 한유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구효서의 신작 장편소설로, 자발적 의지가 아닌, 사회적으로 규정지어진 어떤 틀 안에 완전히 섞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외로움과 쓸쓸함을 짊어져야만 하는 경계인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스물한 살의 나, 한유나는 나가사키의 음식점 '넥스트 도어'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다. 그곳에는 제각각이지만 열의만큼은 대단한 별난 멤버들이 있다. 이상하게 착하고 만만한 스무 살의 접시닦이 히데오. 삼십 년 넘게 한 여성 곁에만 있어온 지배인 오오카가 그들이다. 또한, '이름 없는 것'들을 메모하고 수집하는 주방 경력 13년의 소심한 대꼬챙이 쓰쓰이. 자신의 아빠도 아닌 주제에 내 아빠 찾기에 더 열성적인 못 말리는 참견쟁이 미루 언니 등 독특한 캐릭터들이 작가의 맛깔난 묘사와 세련된 위트 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양장본] ▶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별난 성격과 취미를 갖게 된 멤버들에게는 제각기 다른 출생 배경과 그에 따른 사연이 존재한다. 남과 조금씩 다를 뿐이지만 사회에서 '평범'하지 못하다는 꼬리표를 달아야만 했던 소설 속 멤버들의 이야기는 현대사회에서 주변인으로 규정지어진 사람들의 모습과 담담하게 오버랩된다. 다양하고 특이한 멤버들이 자아내는 하루하루를 미소 짓게, 또 어떤 날은 슬프지만 따뜻하고 오밀조밀하게 빚어내고 있다.
소설 | 저문 날의 삽화(박완서 중단편선)(前 한국문학 번역지원사업 지원) A Sketch of the Fading Sun
이 소설집에는 표제작인 「저문 날의 삽화(A Sketch of the Fading Sun )」를 비롯해 「그 가을의 사흘 동안(During Three Days of Autumn)」 「도둑맞은 가난Poverty That is Stolen」 「엄마의 말뚝(Momma's Stake)」연작(連作) 등 총 6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이 소설집은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중추인 서민들의 슬픔과 기쁨, 패배와 승리를 섬세한 언어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박완서의 소설은 물신주의와 분단의 상처, 여성적 삶의 상처, 근대사의 질곡 등 다채롭고 의미있는 우리 사회의 국면들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어 소설로서의 재미뿐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도 함께 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소설 | 날라리 온 더 핑크
10대들의 날렵하고 파괴적인 언어들로 기성세대의 안일한 감성에 일침을 가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으며 2007년 수혜작으로 선정된 이명랑의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영등포에 살지만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못해 마포에 있는 자유여상에 다니고 있는 10대들의 좌충우돌 일상을 담고 있다. 실업계라서 공부 못하는 날라리라는 눈총을 받고 항상 문제아 취급을 받는 연지, 은정, 서빈, 나. 반면 대학을 목표로 실업계 학생들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효은. 답답하고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이들 다섯 명은 가출을 시도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10년 후 평범한 일상을 꿈꾼다.
번역 | 칼의 노래 Schwertgesang
번역 부문 심사는 『박희진 시선』등 총 15권의 독어권 번역 작품이 후보로 추천되었다. 이 가운데 1차 심사에서 김선영/베르툴리스의 『시인』(이문열 作), 하이디 강/안소현의 『칼의 노래』(김훈 作), 양한주/하이너 펠트호프의 『검은 꽃』(김영하 作), 자보로브스키의 『순간의 꽃』(고은 作), 엘케 골헤르트-정/정형강의 『호질 外』(박지원 作) 등 다섯 편의 작품을 최종 심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2차와 3차 독회를 거치며 번역의 가독성, 원작의 문화적 가치 및 대표성, 도착어 현지의 반응 및 기대되는 효과 등을 감안한 종합적 평가 등을 통해 『칼의 노래』 『검은 꽃』 『시인』 등 3편이 최종 논의 대상이 되었다. 『검은 꽃』은 잘 읽히는 번역이지만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과연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인가 하는 데에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렸으며, 『시인』은 훌륭한 번역이긴 하지만, 1차 번역에서 “달포 뒤”가 “2주 뒤”로 옮겨지는 등 ‘밑그림’이 잘못 그려진 경우가 여러 건 지적되었다. 결국 원작이 비교적 잘 전달된 훌륭한 번역으로 하이디 강과 안소현이 공동 번역한 김훈 원작 『칼의 노래』가 영예의 수상작으로 확정되었다.
시 | 사물의 꿈(정현종시선집)(前 한국문학 번역지원사업 지원) The Dream of Things
한국 현대시단의 거목 정현종의 대표시가 한데 묶인 시선집 『The Dream of Things』가 미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정현종 시인은 지적이고 관념적인 내용의 묵직한 주제를 무겁지 않은 시어에 담아내 한국 주지주의 시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초기의 실존주의적인 경향에서 출발해 후기로 갈수록 생태주의에 경도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영역 시집에서는 초기부터 후기까지 매 시기를 대표하는 81편의 시가 2부로 나뉘어 수록돼 있다. 특히 권두에 17페이지에 달하는 우찬제 서강대 교수의 상세한 해설을 수록해 영어권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번역자인 김원중 교수는 6권의 영역 시집을 낸 바 있는 영어권의 대표적인 시 전문 번역가이고 Homa&Sekey 출판사는 총 18권의 번역서를 출간한 바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한국문학 전문 출판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