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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정치적 격랑을 넘어선 낭만주의 소설의 새 지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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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학사에서 마담 드 스탈(Madame de Sta¨el)은 낭만주의 문학의 이론적 토대를 세우는 데 크게 기여한 작가로 평가된다. 『코린나, 이탈리아 이야기 Corinne, ou l'Italie』는 그녀의 대표적 소설로서, 성(姓)도 없이 코린나라는 이름만으로 알려진, 뛰어난 미모와 예술적 재능을 갖춘 이탈리아 최고의 여류시인과 오스왈드 넬빌 경이라는 영국 귀족 사이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기본 줄거리로만 보면 평범한 연애소설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작가의 여성론 또는 예술론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그녀의 개인적 성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마담 드 스탈은 프랑스의 재상을 지낸 네케르의 딸로서 스웨덴 대사 스탈 홀스타인 남작과 결혼한 후에도 많은 염문을 뿌리며 사교계를 주름잡았고, 당시의 권력자 나폴레옹의 미움을 사서 추방 명령을 받을 정도로 개성이 강하고 재기(才氣)가 넘쳤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생각한 이상적 여인상이라 할 수 있는 코린나는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뛰어난 여성이다. 작가는 코린나를 통해서 특히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성을 예찬하며,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등한 사회적 지위와 활동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문학사회학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 마담 드 스탈은 그 이론을 『코린나』에 그대로 적용해서 "민족, 기후, 종교의 차이"에서 남녀 주인공들의 이질적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비롯된 것으로 설명한다. 영국인으로서의 긍지와 명예심, 엄격한 규율에 대한 존중과 신앙에 얽매여 여성의 역할은 가정에서 남편을 섬기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는 것이라는 보수적 영국 사회의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오스왈드와 자유로움과 창의성을 찬양하는 이탈리아의 개방적 풍토 속에서 성장해 예술가로서의 자유분방한 기질이 몸에 배어 있는 코린나는 각자 자신의 환경을 떠나서는 행복해질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죽은 아버지에 대한 오스왈드의 죄책감, 코린나의 출생의 비밀, 오스왈드 아버지의 반대 의사가 담긴 편지의 입수, 코린나가 스코틀랜드를 방문했을 때 두 사람 사이에 빚어진 오해, 코린나의 이복동생인 루실의 등장 등이 차례로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남녀 주인공들 사이의 어울릴 수 없는 사고방식과 기질의 차이에 불행의 원인이 있다는 것이 작가의 해석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부제가 '이탈리아 이야기'라고 되어 있듯이, 로마와 나폴리, 베네치아 등의 도시에서 직접 예술품을 찾아다니며 코린나가 오스왈드에게 이탈리아 예술을 자세히 소개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또 다른 관심거리이다. 이탈리아의 건축, 조각, 회화 등에 관한 코린나의 설명은 물론 그녀의 예술적 감각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이탈리아 예술에 대한 작가의 높은 식견을 알 수 있는 본격적 예술론이기도 하다.
전공학자에 의한 번역인 만큼 번역의 충실도가 높다는 것이 이번에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출간된 『코린나, 이탈리아 이야기』의 큰 장점이다. 다만 인물들의 대화가 "-어요" 식의 어투로 일관되는 것이 단조로운 느낌을 준다. 성별, 연령, 관계 등을 고려해서 어조의 변화를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원문의 표현에 신경을 쓴 나머지 번역이 어색해지는 경우가 간혹 눈에 띄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서 역자의 자연스러운 우리말 구사 능력이 돋보이는 번역이다. 프랑스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마담 드 스탈의 작품이 이제야 번역된 것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의 이론 정립에 큰 영향을 미친 그녀의 『문학론』과 『독일론』도 번역되어 우리 독자들에게 소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코린나, 이탈리아 이야기』는 재단의 1999년도 외국문학 번역지원 대상작으로 선정되어 문학과지성사에서 '대산 세계문학총서' 제 12권과 13권으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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